등에서 파도가 일렁일 때
가로수 정비반의 전기톱이 도로변 공기를 갈라낸다. 굵고 짧은 진동이 금속의 치아에서 튀어나오며, 가지가 잘려 나가는 순간마다 묵직한 울음소리처럼 톱밥 냄새가 흩어진다. 잘려나간 가지는 도로 위에 포개지고, 그 위로 햇빛이 직선으로 쏟아진다. 가지가 제거된 자리에 드러난 간판들은 눈부시게 도드라진다. 도시의 상징들이 더욱 선명해지자, 가로수는 그저 배경으로 밀려난다. 봄부터 여름까지 자라난 생장은 여지없이 잘려나가고, 나무의 계절은 매번 칼날 앞에서 멈춰 선다.
한 사내가 그 길 위에 서 있었다. 그의 등은 어깨너머로 한 장의 풍경을 품고 있었고, 그 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사람들은 바다를 모으듯 그의 등에 모여들었고, 땀과 소금이 응고된 자리에 투명한 결정이 솟아났다. 바람은 그의 등줄기를 따라 밀려왔고, 그 속에는 보이지 않는 파도가 쉼 없이 일렁이고 있었다. 거대한 바다라 부를 수는 없지만, 그는 분명 바다였다. 등 위에서 자라나는 소금 결정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도시는 간판을 드러내기 위해 나무의 가지를 잘라내고, 사내의 몸은 노동을 통해 끊임없이 바다를 드러냈다. 그의 등에 맺히는 소금은 햇볕이 땀을 부르고, 땀이 다시 바다로 환원되는 과정을 반복하며 탄생했다. 땀은 단순히 배설된 체액이 아니었다. 그것은 땅에서 수분을 끌어올리고, 몸 안의 염분이 표면으로 올라와 형성된 작은 바다였다. 그 결정 하나하나가 오랜 시간을 축적한 흔적이었다.
그의 등은 작은 해안선 같았다. 햇빛은 파도였고, 땀방울은 밀려왔다가 흘러내리는 조수였다. 이 조수는 땅으로 흘러 스며들고, 다시 증발하여 공기 중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사내의 호흡 속으로 되돌아왔다. 그렇게 순환은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도로 위, 전기톱의 기계음 사이에서도 바다의 리듬은 그를 중심으로 살아 움직였다.
간판이 더 잘 보이도록 가지가 잘려나가듯, 그의 몸 역시 세상의 요구에 의해 조금씩 깎여 나가고 있었다. 햇빛은 살을 그을렸고, 노동은 근육을 절단하듯 소모시켰다. 하지만 그 소모는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새로운 풍경의 생성이었다. 그가 잃어버린 것 위로 또 다른 바다가 생성되었고, 그것은 등 위의 결정으로 드러났다. 사라짐과 생성이 교차하는 자리, 바로 그 지점에서 그는 하나의 바다가 되었다.
그것은 늘 자신을 내어주며, 동시에 스스로를 증명하는 공간이다. 해안에 닿는 순간 부서지는 파도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부서짐 속에서만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드러낸다. 사내의 등에서 땀이 터져 나오고, 그 위로 햇볕이 쏟아지는 순간 역시 그러했다. 그는 소모되고 있었으나, 그 소모야말로 그가 바다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도시의 나무는 가지가 잘려야만 간판을 드러낸다. 그러나 잘려나간 그 자리에서 나무는 다시 싹을 틔운다. 잘린 자리의 흉터는 곧 새로운 계절의 출발점이 된다. 사내의 등 역시 마찬가지였다. 노동이 남긴 흔적은 고통으로만 남지 않았다. 그것은 증거였다. 결정을 통해 그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을, 여전히 숨을 쉬며 이 도시의 볕 아래 서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의 등을 지나가며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러나 무심한 발걸음 아래에서, 땀방울은 바다의 알갱이로 환원되고 있었다. 눈부신 소금빛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누구도 완전히 지워낼 수 없는 흔적이었다. 바다는 한 번 몸에 새겨지면, 다시는 떠나지 않는다.
그가 멈춰 서 있는 도로 위, 간판은 여전히 선명했고, 잘려나간 나무의 가지는 트럭에 실려 어딘가로 옮겨지고 있었다. 도시의 풍경은 끊임없이 교체되고, 효율에 맞추어 조정되었다. 그러나 바다는 교체될 수 없었다. 사내의 등에 남은 소금은 흐르다 굳어 단단히 각인되었고, 그가 어디로 가든 함께 이동할 것이었다. 그는 스스로의 바다를 등에 지고, 도시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의 바다는 끝없이 작은 결정으로 흩어지며, 동시에 하나의 거대한 풍경을 이뤘다. 그 풍경은 누구에게도 설명되지 않았고, 간판이나 가지처럼 손쉽게 잘려나갈 수도 없었다. 그것은 단지 존재했다. 파도는 소리 없이 몰아쉬고, 볕은 끊임없이 새로운 결정을 낳았다. 그리고 사내의 등은 매 순간 그 바다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었다.
볕이 땀을 만들고, 땀은 바다를 닮아 있었다. 그 바다에서 사내는 매일 출렁였고, 도시의 소음 속에서도 파도는 멈추지 않았다.
그의 등은 더 이상 단순한 노동자의 표면이 아니었다. 그것은 도시가 이해하지 못하는 바다의 지도였다. 지도는 읽히지 않아도 존재했고,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소금 결정은 볕에 반짝이며 무언의 증언을 이어갔다. 바다는 결코 설명되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번역되지 않았다. 그러나 바로 그 번역 불가능성 속에서만 바다는 진실로 존재했다. 언어가 닿지 못하는 자리, 효율의 계산이 멈추는 자리, 바로 그 경계에서 바다는 끝없이 이어졌다.
그는 여전히 도로 위에 서 있었다. 바람이 그의 등줄기를 따라 흘러내리고, 햇빛이 새로운 파도를 일으켰다. 파도는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있었다. 그것은 부서지며 빛났고, 흘러내리며 증발했다. 증발하는 순간에도 바다는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 사라짐 속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도시의 소음과 간판의 불빛 사이, 잘려나간 가지와 트럭의 움직임 사이에서 바다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갱신했다.
어느 순간에도 그의 바다는 끝나지 않았다. 바다는 늘 소멸 속에서만 탄생했고, 소모 속에서만 드러났다. 그것은 부서지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는 파도와 같았다. 그리고 그는 그 파도를 등에 지고, 매일 같은 길 위를 걷고 있었다. 도시가 무엇을 지워내려 해도, 바다는 지워지지 않았다. 바다는 이미 그의 살 속에, 그의 땀 속에, 그의 호흡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것은 더 이상 외부의 풍경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 자신이었다.
그가 멈춰 선 그 자리, 햇빛은 여전히 쏟아지고, 바다는 여전히 출렁였다. 그 출렁임은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는 소모되는 동시에 증명되었고, 부서지는 동시에 드러났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 그의 등은 조용히,
단단히 하나의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사진 출처>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