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미묘케 13화

한 조각의 세계

욕망은 언제나 부드럽고 질감은 잔혹하다.

by 적적

이제는 사라진 대만 카스텔라 가게 앞은 언제나 줄로 가득했다. 줄은 단순히 빵을 기다리는 인파의 모임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간을 측정하는 도구였고, 동시에 욕망의 풍경이었다. 줄이 길어질수록, 빵이 나올 시간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를 의식하지 않는 듯 보였지만, 그들 각자의 시선은 미묘하게 서로 얽혀 있었다. 눈동자는 은근히 움직였고, 발끝은 불안하게 바닥을 긁었다. 기다림의 순간은 언제나 미묘한 긴장과 초조를 내포한다. 그것은 허기를 달래려는 단순한 욕구를 넘어서는, 조금 더 은밀하고 복잡한 욕망의 모임 같았다.



줄의 맨 앞에 선 사람은 마치 시간의 초점 같은 존재였다. 그의 표정에는 인내가 묻어 있었으나, 동시에 조급함도 섞여 있었다. 가게 문이 열리는 순간, 빵이 나오고 칼날이 단면을 가르며 흩뿌릴 향기와 증기가 그 사람의 기다림을 보상할 것이다. 그 뒷줄의 사람들은 그 보상을 상상하며 한 발짝씩 앞으로 이동했다. 줄의 리듬은 은근했다. 한 명이 앞으로 가면, 그 뒤의 수십 명이 따라 움직였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미세한 몸의 이동, 어깨와 어깨가 잠깐 닿았다가 다시 떨어지는 짧은 접촉. 그 접촉은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감각을 남겼다.



햇살은 그 장면 위에 쏟아졌다. 빵칼의 단면처럼 눈부신 빛은 공기를 가르며 내리 꽂혔다. 그것은 단순히 뜨거움이 아니라, 시각을 찌르는 예리한 고통이었다. 눈꺼풀을 내려도 빛은 투과했고, 그림자마저도 분명하게 잘려나갔다. 벽에 드리운 나무의 그림자는 바람에 흔들렸으나, 그 흔들림마저도 정확히 조각났다. 빛은 자비롭지 않았다. 그것은 도시의 모든 입자를 드러내고, 숨겨진 구석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마치 가려져야 할 기억과 감정까지 강제로 꺼내려는 듯, 지나치게 정직한 빛이었다.



문이 열리자 세상은 다른 온도로 변했다. 가장 낮은 온도의 찜질방 같았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러나 분명하게 숨을 조이는 공기. 그 온도는 애매함 속에서 사람들을 괴롭혔다. 숨은 가늘어지고, 목은 바짝 조여왔다. 가게에서 흘러나온 열기와 거리의 공기가 뒤섞이며, 피부 위에 얇은 막처럼 달라붙었다. 그것은 단순히 기온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을 감싸는 하나의 질감이었다. 그 질감은 곧 불편함이 되었고, 불편함은 통증으로 변모했다.


두통이 찾아왔다. 그것은 처음에는 희미했다. 그러나 곧 고개를 치켜들며 자신만의 궤도를 그렸다. 머릿속을 달리는 그 고통은 잘 잘라놓은 카스텔라의 단면 속을 파고드는 작은 장난감 같았다. 삐걱대는 바퀴 소리를 내며, 부드러운 스펀지를 무자비하게 누르고 헤집었다. 직선을 그리다가도, 갑자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구부러지고, 멈추는 듯하다 다시 튀어 올랐다. 그 움직임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잔혹했다. 머릿속 공간은 더 이상 뇌가 아니라, 구워낸 빵의 속살이 되어 있었다.



거리는 하나의 거대한 카스텔라 속으로 변했다. 아스팔트는 스펀지 같은 질감을 가졌고, 건물은 케이크의 벽처럼 높이 솟아 있었다.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는 빵 속을 눌러 생겨나는 미세한 부스러기의 울림 같았다. 자동차의 경적도, 자전거 바퀴의 회전도, 모두 푹신한 질감 속에서 뭉개졌다. 이곳은 도시가 아니었다. 방금 구워낸 대왕 카스텔라의 심장부였다. 그 안을 걷는 사람들은 모두 빵 속을 떠도는 미세한 입자에 불과했다.



도시는 거대한 카스텔라의 심장부였고, 그 속을 걷는 사람들의 움직임은 마치 부드러운 속살을 헤집는 작은 곤충의 동선처럼 불규칙했다. 어떤 이는 발끝을 조심스레 내디뎠고, 어떤 이는 무심히 꿰뚫듯 걸었다. 그러나 모두의 발자국은 스펀지 같은 질감에 흡수되어, 소리도 없이 가라앉았다. 사람들의 다리는 마치 카스텔라 속으로 천천히 잠겨 들어가는 듯 보였다. 바닥은 탄력이 있어 발목을 살짝 감싸 올랐고, 무릎은 그에 반응해 느리게 흔들렸다.



남자는 회색 셔츠의 단추를 두 개 풀어놓은 채 걸었는데, 땀으로 젖은 천은 카스텔라의 결에 스치며 금세 눅눅해졌다. 여자의 치마 자락은 부풀어 오르는 증기를 머금은 듯 무겁게 늘어졌다. 아이는 빵 속을 헤치고 달리고 싶었지만, 부모의 손에 붙잡혀 그저 짧은 보폭으로 발을 끌 뿐이었다. 그들의 눈빛은 모두 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지만, 몸은 제각각의 궤도로 무너져 내렸다. 어깨는 무심히 닿았다가 금세 떨어졌다



팔꿈치는 스펀지 속 공기를 헤치며 허공에 흔적을 남겼다. 숨결마저도 부드러운 입자 속에 스며들어, 서로의 호흡이 분간되지 않았다. 땀은 이마에서 흘러내려 빵의 결을 따라 퍼져나갔고, 손가락 끝은 끈적한 습기에 갇혀 작은 경련을 일으켰다. 걸음걸이는 모두 달랐으나, 결국 카스텔라의 속살은 그들을 똑같이 집어삼키고 있었다.



각자의 얼굴에는 미세한 일그러짐이 떠올랐다. 그것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었다. 부드러움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가 흩어지는 듯한 감각, 어디까지가 몸이고 어디부터가 빵인지 경계가 모호해지는 혼란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저마다의 무게와 질감을 안고, 끝도 없는 카스텔라 속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었다.



줄을 선 사람들의 얼굴에는 다양한 감정이 겹쳐 있었다. 어떤 이는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며 무심한 표정을 지었고, 어떤 이는 땀을 닦아내며 초조하게 발을 구르기도 했다. 아이를 동반한 어머니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있었지만, 눈빛은 가게의 문틈만 응시하고 있었다. 남자는 무심히 팔짱을 끼고 서 있었지만, 그의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기다림의 풍경은 언제나 이중적이다. 겉으로는 태연하지만, 속은 달아오른다. 줄은 단순히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욕망을 드러내는 방식이기도 했다.



살갗은 이상한 감각으로 화끈거렸다. 파스를 붙여놓은 자리처럼, 그러나 실제로는 아무것도 붙어 있지 않았다. 착각은 곧 현실이 되었고, 현실은 증상으로 변했다. 오래전에 붙였다 잊은 파스의 흔적 같은 자국이 땀으로 인해 되살아났다. 땀은 흐르다 멈추고, 멈춘 자리는 다시 테두리를 남겼다. 피부 위에는 땀이 그린 지도와도 같은 패턴이 나타났다. 그것은 누군가 오래전 그려두고 잊은 도면 같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빵을 기다렸다. 줄은 여전히 길었고, 가게 문은 여전히 무거웠다. 그러나 그 풍경은 더 이상 단순히 빵집 앞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것은 욕망과 통증, 착각과 열기가 뒤섞여 하나의 거대한 장면으로 변형된 것이었다. 줄의 끝에서부터 시작해, 빵이 잘려 나오는 순간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단면이었다. 칼날은 빵을 자르는 동시에 시간을 잘라내고, 기억을 잘라내고, 사람들을 잘라내고 있었다.


그 단면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감각을 견디고 있었다. 통증은 단순한 고통이 아니었다. 그것은 감각의 층위를 밀어 올리는 장치였다. 머릿속을 헤집는 장난감의 불규칙한 움직임, 살갗 위에 남은 땀의 지도, 햇살이 잘라낸 그림자의 단편들. 이 모든 것이 겹쳐져, 현실은 마치 구워낸 빵처럼 낯설고도 익숙한 질감으로 변모했다.

칼날이 들어 올려졌다. 갓 구워낸 카스텔라가 잘려 나갔고, 그 단면에서 흩날리는 향기와 증기가 줄을 선 사람들에게 흘러갔다. 그 순간, 사람들의 표정은 일제히 움직였다. 초조는 잠시 사라지고, 기대가 표정 위에 스며들었다. 빵의 결은 햇살의 결과 겹쳐졌다. 잘린 단면은 마치 세상의 한 조각을 보여주는 창 같았다. 그리고 그 창 속에서, 통증과 감각, 욕망과 열기가 모두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세상은 다시 잘려나갔다. 단면은 또 다른 단면을 낳았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줄을 서 있었다.



사진 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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