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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문장들.

그런 에세이 한 편을 쓸 계획이 있거든.

by 적적


누군가는 글쓰기를 순수한 성찰로만 이해한다. 그러나 글을 쓰는 순간, 한 인간의 내면 깊숙이 숨어 있던 어둠이 마치 겨울 산의 얼음처럼 단단하게 드러난다. 강렬한 글은 이 어둠을 다루는 방식이다. 단순히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언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뿌리까지 파고드는 투명한 날카로움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런 글을 도덕적 판단으로 이해하지만, 글 속에서의 날카로운 통찰은 도덕과는 거리가 멀다. 그것은 인간 존재의 불안정성과 모순, 은밀한 욕망과 부끄러움까지 조용히 드러내는 힘이다.



글 속에서 위험한 긴장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은, 결국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세계를 글로 붙잡고 싶다는 욕망과 같다. 세상은 겉으로 평온하다.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웃고, 때로는 눈물 흘리는 순간에도, 그 밑바닥에는 항상 차갑고 은밀한 질서가 흐른다. 이런 글은 이 질서를 무시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흐름을 포착하고, 그 위에 붓질을 하는 일이다. 폭력은 폭력 자체로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침묵과 잔잔한 문장 사이에서, 서서히 귓가를 스치는 불편한 기운으로 나타난다.



문장 하나를 고를 때조차 글은 섬세하다. 어휘의 선택, 쉼표 하나, 행간의 여백, 심지어 글자마다 흐르는 호흡이 모두 독자를 조용히 흔든다. 글은 속삭인다. “여기, 당신이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다.” 독자는 이를 의식하지 못한 채 글을 따라가지만,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불편함을 느낀다. 이런 긴장은 강요하지 않는다. 단지 존재함으로써 이미 질문이자 폭로가 된다.



일상의 탈을 쓴 비틀림 또한 글의 힘이다. 평범한 아침, 평범한 거리, 평범한 카페 안에서도 날카로운 시선은 숨어 있다. 누군가의 미소 뒤, 전화기의 진동, 지나가는 개의 꼬리 흔들림까지. 글은 이 평범함을 비틀어, 낯설고 섬뜩한 의미로 재배치한다. 독자는 처음엔 자연스럽게 읽다가, 문장 몇 줄 뒤에는 이미 자신이 읽고 있는 세계와 글 속 세계 사이에서 어긋남을 느낀다. 그 어긋남이 곧 긴장의 시작이다.



글을 쓰려면 인간을 단순화하지 말아야 한다. 악은 종종 눈에 띄는 표정이나 행동으로 드러나지만, 진정한 긴장은 드러나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 글 속 인물들은 스스로를 속이며, 다른 사람을 속이며, 때로는 독자까지 속인다. 이 속임수는 글의 리듬 속에 스며든다. 문장 하나가 거짓말처럼 보일 때, 다음 문장은 그 거짓말을 정당화하는 듯하면서도 새로운 불편함을 심는다. 이러한 불편함이 반복될수록, 글은 독자의 내면을 서서히 파고든다.



글은 애정과 혐오, 연민과 조롱, 희망과 절망이 한 문장 안에서 충돌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충돌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드러낸다. 단순히 악행을 나열하는 글이 아니라, 악행을 통해 인간의 심연을 보여주는 글. 글은 결국 인간의 진실과 마주하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


글을 쓰는 마음은 자기 성찰의 욕망과 맞닿아 있다. 자신이 지닌 은밀한 어둠을 확인하고, 그것을 문장으로 풀어낼 때, 비로소 글과 인간은 마주 선다. 이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매혹적이다. 글을 통해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그 속 어둠이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임을 이해하게 된다.



이 긴장은 파괴가 아니다. 그것은 관찰이며, 해석이며, 때로는 고요한 폭로이다. 사람들은 글 속에서 이런 긴장을 마주할 때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하나는 방어적 반응이다. 자신에게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글을 읽으며, 불쾌함을 느끼고 글에서 눈을 돌린다. 다른 하나는 사색적 반응이다. 불편함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인간과 세계를 새롭게 이해한다. 진정한 글은 두 반응 모두를 포괄한다. 그것은 강요하지 않고, 단지 존재함으로써 독자를 마주하게 한다.



글쓰기는 인간 존재의 경계를 탐험하는 일과 같다. 감정의 극단, 도덕의 경계, 사회적 금기의 틈새. 이 경계를 글로 표현하는 순간, 글은 더 이상 단순한 서사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내면과 세계의 구조를 동시에 보여주는 장치가 된다. 긴장은 이 장치 안에서 살아 숨 쉬며, 독자가 문장 하나하나를 지나칠 때마다 미묘한 충격을 전달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글은 결코 쉽게 쓰이지 않는다. 글을 쓰는 순간마다 자신이 얼마나 순수한 인간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시험한다. 글 속에서 긴장을 드러낼 때, 동시에 글을 쓰는 인간 또한 그 긴장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맞닿음 속에서 비로소 글은 살아난다. 글은 인간과 세계를 비추고, 독자와 인간 사이에 미묘한 긴장을 만든다. 이 긴장은 글의 아름다움이며, 글의 진정한 힘이다.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결국 세계와 인간의 어둠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것을 섬세하고 정확하게 기록하겠다는 선언이다. 그것은 불편하고, 때로는 두렵지만, 동시에 매혹적인 작업이다. 글 속 긴장은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깊이를 탐험하는 도구이며, 독자와 인간을 동시에 바라보게 만드는 거울이다. 그리고 이 거울 속에서.




문장은 한 줄기 냉정한 빛처럼 빛날 것이다.



사진 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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