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기 위해, 아주 작게 버텼다.
대단한 다짐도, 근사한 의지도 아니었다.
그저 책을 한 장 넘기고, 펜을 들어 몇 줄을 써보는 일이 전부였다.
그 작은 일이 나를 구했다.
살아간다는 건
무너지지 않으려는 작은 선택들의 연속이었다.
그 선택조차 하기 어려운 날이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무너지고, 나조차 나를 내려놓고 싶던 날.
그때
습관처럼 필사해둔 문장을 꺼냈다.
말 대신 글이, 손끝의 움직임이
내가 나를 붙드는 유일한 방식이 되었다.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버틴 것도, 버티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조금이라도 붙들고 싶었다.
거창한 희망이나 미래를 떠올릴 여유는 없었다.
그래서 가까이에 있는 걸 붙잡았다.
책 한 권. 펜 한 자루. 내 안의 목소리.
누군가는 그걸 노력이라고 부르겠지만,
그저 살아내기 위한 최소한의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는 안다.
사람은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는다.
작은 틈이 생기고, 그 틈이 점점 커질 때 무너진다.
그 틈을 막는 건 거대한 각오가 아니라
작은 행동 하나, 작은 믿음 하나였다.
그 하루의 필사,
그 몇 줄의 기록이
내 속에 무엇을 지켰는지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지금도 그렇게 붙든다.
크게 바꾸려 하지 않고,
조용히 나를 곁에 두는 일로부터 시작한다.
살고 싶다는 말조차 꺼낼 수 없던 날에도,
살아 있으려는 마음은 내 안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
그 마음이,
나를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