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느리게 가는 나를 믿는 연습

by 하티

조급함은 나를 늘 제자리로 되돌렸다.

앞서가는 사람을 보며 마음이 달아오를수록,

방향을 잃고 흔들렸다.

빠르게 가야 한다는 불안은

늘 내가 원하지 않는 길로 나를 몰아세웠다.


세상은 말한다.

빠른 자가 살아남는다고.

속도를 낼 수 없다면 뒤처질 거라고.

그 말에 오래 흔들렸다.


한참을 헤맨 끝에야 알게 됐다.

느림은 게으름이 아니라는 걸.

내가 걷는 리듬에는

내 삶의 호흡이 담겨 있다는 걸.




한 페이지를 천천히 읽는 일.

몇 줄이라도 꾸준히 쓰는 일.

누구에게 보이지 않아도,

그 일을 반복하는 내가

가장 나다운 사람임을 느끼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빠르게 걷지 않았다.

대신 매일 걷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속도보다 중요한 건

내가 향하고 있는 방향이었다.




느리게 가는 걸 두려워했던 시절이 있었다.

남보다 뒤처지는 게 아닐까,

왜 아직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걸까.


하지만 이제는 안다.

다른 사람의 속도는

나의 속도와 비교할 수 없다는 걸.

나를 밀어붙이는 대신

기다리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느리게 간다는 건

더 많이 보고, 더 오래 기억하는 일이다.

빠른 걸음으로는 스쳐 지나갈 감정들,

놓치고 말았을 장면들이

느린 걸음 속에서는 선명하게 새겨졌다.


빠른 성공은 눈부시지만

천천히 쌓인 시간은 오래 간다.

눈에 띄지는 않아도

단단히 나를 받쳐주는 건

그런 시간들이었다.




오늘도 느리게 걷는다.

그게 나를 지키는 방식이니까.

조급한 마음을 품고 걷기보단

내 속도를 믿기로 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나를 믿어야만

이 길을 계속 걸을 수 있으니까.




오늘도 내 속도를 믿는다.


느리게 가도 괜찮다.

내가 멈추지 않는다면,

그 걸음은 결국 나를 어디든 데려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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