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휘둘렸던 날들이 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하루가 무너지고,
별것 아닌 상황에도 마음이 흔들려
내가 아니게 행동한 날들.
그럴 때마다 스스로가 낯설었다.
이렇게 예민한 사람이었나.
왜 이렇게까지 반응하는 걸까.
질문은 많았지만,
답은 늘 '내가 약해서 그런가 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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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알게 됐다.
감정에 흔들리는 건
약해서가 아니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기분이 나쁜지, 슬픈지, 외로운지조차
제대로 알아채지 못한 채
그저 ‘불편하다’, ‘짜증난다’로 넘겨버렸다.
감정을 모른 채 반응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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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감정을 무시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건 어떤 감정이지?’
‘이 감정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나는 조금씩
감정과 행동 사이에
숨 쉴 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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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거리두기는
감정을 억누르는 일이 아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되,
그 감정이 곧 내가 되지 않게
한 걸음 물러서는 연습이다.
그 한 걸음이
내가 나를 지키는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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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여전히
상처받는 날이 있다.
예상치 못한 말에 흔들리고,
누군가의 반응에 오래 머물러 있을 때도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 감정에 휩쓸려버리진 않는다.
이젠 안다.
감정을 느끼는 것과
감정대로 반응하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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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느끼되,
행동은 선택하는 것.
그게 내가 나를 지키는 방식이다.
나는 오늘도 내 감정에 말을 건넨다.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이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거야."
"나는 나를 더 아끼기로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