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나를 지키기 위한 감정 거리두기

by 하티

감정에 휘둘렸던 날들이 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하루가 무너지고,

별것 아닌 상황에도 마음이 흔들려

내가 아니게 행동한 날들.


그럴 때마다 스스로가 낯설었다.

이렇게 예민한 사람이었나.

왜 이렇게까지 반응하는 걸까.

질문은 많았지만,

답은 늘 '내가 약해서 그런가 봐'였다.


**


그러다 알게 됐다.

감정에 흔들리는 건

약해서가 아니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기분이 나쁜지, 슬픈지, 외로운지조차

제대로 알아채지 못한 채

그저 ‘불편하다’, ‘짜증난다’로 넘겨버렸다.

감정을 모른 채 반응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


그래서 감정을 무시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건 어떤 감정이지?’

‘이 감정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나는 조금씩

감정과 행동 사이에

숨 쉴 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


감정 거리두기는

감정을 억누르는 일이 아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되,

그 감정이 곧 내가 되지 않게

한 걸음 물러서는 연습이다.


그 한 걸음이

내가 나를 지키는 공간이었다.


**


지금도 여전히

상처받는 날이 있다.

예상치 못한 말에 흔들리고,

누군가의 반응에 오래 머물러 있을 때도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 감정에 휩쓸려버리진 않는다.


이젠 안다.

감정을 느끼는 것과

감정대로 반응하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걸.


**


감정은 느끼되,

행동은 선택하는 것.

그게 내가 나를 지키는 방식이다.


나는 오늘도 내 감정에 말을 건넨다.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이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거야."

"나는 나를 더 아끼기로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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