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때로는 내려놓아야 비로소 보인다

by 하티

애써 쥐고 있던 걸 놓지 못했다.

노력했으니,

오래 버텼으니,

여기까지 왔으니.


그러니까 포기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 모든 시간과 감정이

헛된 게 될까 봐

오히려 더 꽉 쥐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붙잡을수록 더 힘들어졌다.

일이든,

관계든,

기대든.


지키고 싶어서 애쓴 것인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게 나를 아프게 하고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다.

‘놓는 것도 선택일 수 있을까?’


포기가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이별,

그건 나약함이 아니라

용기일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조금씩

마음을 놓기 시작했다.




내려놓는다는 건

단순히 놓아버리는 게 아니었다.


집착을 걷어낸 자리에

비로소 진짜 감정이 보이기 시작했고,

붙잡느라 보이지 않던 방향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간이 비워지니

내 마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




무언가를 움켜쥐고 있을 땐

그것밖에 보이지 않는다.

손을 놓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많은 걸

놓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이건 정말 필요한가?’

‘내가 지키려는 건,

정말 지금도 유효한가?’


그리고 때로는

가볍게 내려놓는다.


비움은 상실이 아니라

새로움을 위한 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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