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긴 터널을 지나며 배운 것

by 하티

한참 동안 빛이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해도 나아가지 않는 것 같았고,

매일이 반복되는 회색빛 같았다.


'언제쯤 이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까.'

답 없는 시간을 견디며

나는 계속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하지만 그 터널을 지나면서

조금씩 다른 걸 배우고 있었다.




빛은 끝에 있는 게 아니었다.

생각보다 더 가까이에,

내 안에 조용히 켜지고 있었다.


매일 반복되던 하루,

견디기 위해 붙잡은 사소한 루틴.

그 안에서

조금씩 나를 세워가고 있었다.


지금 당장 나아지진 않아도

포기하지 않는 내가 있었다.




고통은 때때로

내가 얼마나 약한지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내가 얼마나 오래 견디고 있는지를

말없이 증명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걸 안 순간,

더 이상

스스로를 실패라 부르지 않았다.




터널은 어둡지만,

그 안을 걷는 내가 있었다.


속도는 더뎠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로

나를 조금씩 믿게 되었다.


누구도 대신 걸어줄 수 없는 그 길을

조용히 걸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긴 시간은 고통만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질문이 있었고,

버티는 힘이 있었고,

아무도 몰랐던

내 안의 의지가 있었다.


터널을 지난다고 해서

갑자기 환해지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견디며

나는 이전보다

조금 더 단단해져 있었다.


빛은 오지 않았지만,

나는 이미 빛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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