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mien We Apr 21. 2023

스님들이 염불을 외우는 이유

이제 알겠습니다.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 절에 가면 항상 볼 수 있던 염불을 외우는 스님들. 참 의아했던 것 같다. 왜 저런 알수없는 소리를 계속 외우는 걸까? 무슨 이유일까? 


그때는 부처님도 몰랐고, 불경도 몰랐다. 그냥 나무아미타불이 전부인 줄 알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인생사 워낙 내 욕심, 네 욕심, 집착원망갈애 때문에 괴롭다. '내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자꾸 불법관련 이야기, 마음챙김 방법 등을 찾아보게 된다. 어렴 풋이나마 염불이라는 것의 힘을 이해하려면 이 있다는 이야기를 이해해야하는 듯 하다. 생겨난 뜻을 하나의 언어로 머리 속에 새기거나, 마음에 새기기 위해 소리내어 말로 반복한다는 것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인생을 바꾸려면 대오각성할 것인가? 아니면 매일 매일의 습관을 바꿀 것인가? 아주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범인의 입장에서 '대오각성'은 정말 먼 이야기인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강해지는 건 '좁아지는 시각과 굳건해지는 가치관'이다. 말은 듣기 좋지만 달리 이야기하면 꼰대화되어간다는 것이다. 했던 잘못, 실수를 반복하는 패턴과 자기합리화를 하는 교묘한 패턴이 동시에 성장한다.


그러다보니 대오각성하려면 지금 껏 살아온 온갖 것들을 다 부정하거나, 내려놔야하는데, 이것이 될리가 없다. 20대만 넘어도 쉽지 않은 일이다. 50대에도 될 수가 없다. 즉, 대오각성은 확률이 로또 수준이라는 것이다. '크게 깨달아서 번뇌(煩惱), 의혹(疑惑)이 다 없어진다'는 뜻이 대오각성인데, 범인의 입장은 모든 지 작아야 접근이 쉽다.  그래서 결론은 실천가능한 해법이 무엇이냐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범인에게, 소인에게 실천가능한 평안함을 찾아가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나만의 염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믿을 수 있는 의미를 담은 염불을 만들어야 한다. 나무아미타불은 불교에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의미를 모르는데 염불이, 만트라가, 언령이 무슨 소용있을 것인가? 


"어제 밤 자기 전에, 자다가, 깨어나서 한번 씩 모두 세번. 그리고 일터에 와서 5번의 동일한 생각이 들었다. 물론 좋은 생각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생각을 하면 괴롭다. 화가 난다. 이 감정으로 행동을 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난 의미없다는 것을 이제 안다. 그런데 계속 내 마음 속에 뛰어들어온다. 원숭이같은 이 생각이 계속 들어온다. 원숭이 꼬리를 붙잡고 또 다른 원숭이가 뛰어들어온다. 끼끼거리면서 뛰어다니고, 심박이 빨라지게 펌프질 한다. 감정에 솔직하라며, 나뭇가지 꼬챙이를 들고 계속 쑤셔댄다. 어느샌가 내 마음에는 원숭이들이 하나 가득하다. 마음 숲속 전체가 원숭이 밭이다.


멀리서 느리고 무거운 발자욱 소리가 들린다. 발자욱 소리에 '말이 들린다'. 어떤 종류의 생각이던 마음에 품지 말아라. 원한은 버려야 없어진다. 욕망하고, 성을 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것을 반복하는 일이 얼마나 무상한 일인지를 알면 괴로움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서 넌더리를 치리라. 동료가 원수가 되고, 원수가 너를 찔러도 참아라. 참아야 나중에 버릴 수 있다. 버려야 깨끗해진다. 세상의 그 어느 것도 니 것이 아니며, 네 것도 아니다. 그러니 애초에 욕망하지 말아라. 바름과 그름을 알고, 원리를 살펴, 본질을 이해하여 방향을 설정해라. 그리고 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것을 시행해라. 일단 눈부터 그 쪽으로 돌려라. 귀도 기울여라. 몸을 틀고, 발을 움직여라. 아무리 오래 걸려도 그 방향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시작이다. 


사람이라는 게 눈을 감고 걸어가면 걸음걸이가 갈짓자가 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깨어있으라는 것이다. 깨어있고, 내가 걸어가는 방향을 살펴봐야만 일자가 된다. 원숭이 소리로 꽥꽥대던 마음 숲에 한 마리 무거운 코끼리 발자욱에서 이런 말들이 스며나온다. 마음을 닦아내고, 비우고, 채우기 위해서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온 몸과 마음으로 다 해야한다. 결국 코끼리가 죽을 때는 숲 속을 혼자서 걸어가듯이 너도 결국에는 혼자가 걸어가야 한다. 그렇게 죽을 것이다. 이 길을 걸어가면서 만나는 수 많은 원숭이들과 또 다른 코끼리들을 잘 구분해라. 겉은 동일한 모습이다. 누가 니 마음에 꽥꽥 소리를 만들어내는지를 살펴라. 묵묵히 혼자, 새끼를 이끌고 걸어가는 코끼리를 만나면 선생이고 생각해라. 



이 길게 이어지는 가르침들을 반복해서 암송할 수 있게 만든 게 난 개인적으로 스님들이 염불을 외우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마음 속에 들어선 돌 덩이 하나를 치워버리기 위해서 잠들면 안되기에, 깨어있기 위해 반복해서 외우는 듯 하다. 


오늘 나의 염불은 이렇다


이치를 모르는 게 아니다.

참고 견디지를 못하는 것이다.
 

하지 말아야 일을 알면서도 행하며

해야할 일을 알면서도 행하지 않는 것이다. 


그 어떤 감정이 섞인 생각도 마음에 품지 않아야 한다.

원망하는 마음, 성내는 마음은 버려야 풀린다.

이것은 영원한 진리다. 



이전 21화 담마빠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