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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mien We Jul 19. 2023

삶의 화두들

살아가면서 부서진 조각들을 맞춰주는 작은 건널목들

소노아야코라는 일본의 에세이 작가가 있다.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난 분명히 기독교인이 아닌데 공감이 가는 부분이 꽤 있다. 주변 사람들, 그녀는 어차피 인간은 불안전한 존재로 간주한다. 쉽게 욕망하고, 괴로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모의를 하고, 조작을 하고, 남을 눌러서라도 본인의 안전과 성공을 도모하는 여러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틀린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보인다. 


벌써 내 주변에만 해도 차고 넘치지 않는가? 사람들의 네거티브한 욕망을 정확히 읽어내고 거미줄 치듯이 미로와 트랩을 쳐놓고 조용히 사람들이 와서 제 발에 걸리길 기다리는 앰버쉬의 달인들, 얕은 개울가처럼 심성이 얕아서 작은 일에 불끈하고 남들의 잘못을 자기가 발견한 획기적인 일인양 농중유골로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 어떤 상황에서든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며, 다양한 긴장 상황에서 살근살근 피해다니는 그런 사람들. 술취해 할말 못할말 떠들고 다니면서 집안 망신을 시키고 다니는 사람들. 타인의 비밀을 캐고다니는 심마니들. 절대로 손해만큼은 보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인간들. 이루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수히 많다. 


정말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왜냐하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라고들 말한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사실 꽤 있지만, 뭐 이런 이야기가 틀린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괴로운 것 같다. 나와 남을 구분할 정도의 열반 깜량이 되지 않기에, 다양한 화두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소노아야코의 책에서 뽑히는 화두는 다음과 같다. 

 - 재능보다는 인내란다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재능이 솔직히 없는 경우도 있단다.
     이럴 경우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재능은 인내라더라"


 - 기호의 범위

    "난 개인적으로 기호란 말을 커피, 패션 등에서만 사용하는 줄 알았다
     저자에 의하면 인간관계도 기호에 속한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것인가 역시 기호란다"


 - 네 안의 신을 만들어라의 의미 

    "네 안에 신을 만들면, 신이 항상 널 보고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화가 날때도, 혐오감이 올라올때도
     결국 신이 그것을 보고 있게 되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게 된다. 
     알아차림과 다르지 않다"


 - 비교를 멈춰야 싹트는 자유

    "사람들이 많이 하는 비교말고, 소위 남들처럼이라고 하는
     모호한 기준까지 써가면서 하는 비교에 정답은 없다
     가만히 보면 사람의 행복감과 우울감이 비교에 기반하면
     대개 끝은 극단적인 감정으로 치닫게 된다
     이 굴레가 멈추지 않으면 결코 자유로워 질 수 가 없다"

 - 버릇의 갈림길

    "사람들은 선택의 자유가 생겼을 때, 특히 감정과 연과되기 쉬운
     선택일때 2가지의 갈림길을 만난다. 약간이라도 고맙다고 느낄
     것인가? 아니면 이건 좀 아닌 것 같아라고 느낄 것인가?
     시작은 미미하지만, 결국 감사하게될 것인가, 분노하게 될 것인가
     의 갈림길이다"


 - 도망칠 생각이 없는 사람들

    "상상하기도 힘든 일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일들에 좌절할수도
     있고, 극복할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거나, 믿었던 사람이
     배신하거나, 친밀한 관계 속의 폭력 등이 그런 일이다.
     도망가고 싶어질 것이다. 그러나 누나가 정신병원에 있어요
     어머니가 췌장암이세요라고 말하며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도망갈 생각이 없는 것이다"


 - 회사를 사랑하지 말아라와 불공평에 익숙해지자는 다짐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공공의 이익과 형평성 그리고 위치라는
     몇 가지 타협하기 어려운 포인트가 반드시 존재함을 깨닫게된다
     회사를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이 세가지 포인트에서 타인보다
     나를 더 사랑하기에 개인의 이익과 개인에 치우져진 의사결정
     나의 위치를 공고히하기 위한 행동들을 가면을 써가면서
     때로는 벗어가면서 하게 되어있다. 어느 누구나 그렇기 때문에
    회사 생활은 공평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래서 불공평에 익숙
    해져야한다고 한다"


 - 소문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것들
    "도대체 소문이란 왜 나는 걸까? 왜 사람들은 그렇게 누군가가
     사실 이렇게 했데, 되었데 등등 끈임없이 말을 만들어내는가?
     근저에는 남들이 고통받기를, 적어도 잘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래서 남 이야기를
    많이 하거나, 소위 뒷다마를 까는 인간들은 멀리 해야한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은 순수 100%로 이루어져있지 않다.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섞여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소문의 믿바닥에 저의가 깔려있다면,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자해가 되는게 현실이다"



소노 아야코의 책을 못해도 몇 십번을 읽으면서 
이렇게 요약을 해보기는 처음이다. 

상황에 따라 얻어가야할 점들이 달라진다고 생각했지만
한동안 읽었던 법구경, 금강경, 위빠사나 명상과 같은 책들이

하는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출발지점이 되는 내용들은 

다르지만 말이다. 


결국 나에게 오늘 생기는 화두는 이거다


내 삶에는 미의식이 있는가?말이다. 

미의식이란게 별거가 아닌 것 같다. 고급문화와 아름답거나 심오한 예술 작품을 볼 때 필요한게 미의식인 줄 알았었다. 하지만,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니 미의식이란 삶을 어떻게 하면 더 제대로 살아갈까에 대한 스스로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쉽게 감사하는가? 분노하는가?

나는 소문의 대상이 되는가? 소문을 이야기하는가? 

나는 비교를 하는가? 자유로운가?

나는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겪어낼 것인가? 

나는 이 모든 화두를 꼽씹어 생각하고 삶에 녹여낼 인내가 있는가?

말이다. 


내 의식이 아름다워지려면 

아직도 갈길이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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