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멀스멀인가

작게 벌어지는 욕망은 후회도 되지 않아요..ㅠㅠ

사람이란게 그런가보다. 무슨 일이 생기면 나락을 경험하듯이 저 바닥에 빠져버렸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을 하게 된다. 지옥같았던 기분도 사그라져들고, 주변에 하나 하나 즐거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시 원상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가소성이라고 주변에서 강조하면서 이야기하지만, 나의 뇌는 부족한것 같다. 

한참을 들여다본 것 같다. 내 뇌는 정말 가소성이 부족한 걸까? 한번 배운 것을 체득/지속시키고, 새로운 능력을 배양하는 힘이 없는가하고 말이다. 천착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안주하려는 마음일수도 있겠다. 살아가면서 변하는 상황에 저항하려고 얼마나 애썼는가를 생각하면 힘이 든다. 커리어를 지켜내고, 가족을 유지하고, 인간관계를 유지하려고 참 노력많이했다. 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다. 커리어를 지키다보면 아집에 빠졌고, 가족을 유지하려다 보면 정말 해야할 말을 못할 때가 많았고,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다보면 거리를 두어야 했다. 그 속에서 나 만의 환경이 구축되었고 편향되게 생각/반응하는 버릇이 생겼다. 

'아 저 사람 표정이 좋질 않네. 직접적은 아니더라도 뭔가 도와주면 날 더 좋아하게 될까?'
'어 저 자식은 아무리 도와줘도 고마워하질 않네. 너무 이기적인거 아니야?' 등등 끊임없이 Input과 Output을 저울질해왔다. 사랑이란 한 없이 주는 거라는 말은 개나 줘버린 듯 인생의 대부분을 멍멍짖고 살아온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적으면서도 다시금 저울질에 대한 심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뭔가 했으면 결과를 기대하는 마음, 결과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 갑자기 올라오면 놀라면서 다시 돌아가기라도 할텐데 이 놈의 원상복구에 대한 끌림은 항상 스멀스멀이다. 

시작은 스멀스멀이지만, 결과는 결코 스몰스몰하지 않다. 대단히 크다. 

욕망은 갑자기도 오지만, 스멀스멀 오기도 한다. 

가장 어려운 것은 스멀스멀오는 욕망은 정말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