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코 끝에서 끝나더라

아무리 괴로워도 모든 것은 코 끝에서 The End

 괴로움이 너무 커지다보면 사람이라는게 괴로움을 없애려고 하게된다. 내 경우에는 여러가지 일들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한동안 위빠사나 명상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 확실히 읽을 때는 마음이 좀 안정되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몇 년간 끊지 못하고 계속 먹어오던 공항장애 약 (프로작/프록틴 계열) 역시 복용을 중지했다. 

 

 하지만 일정이 좀 길었던 출장때문에 컨디션이 난조가 되면서 다시 심장이 빨리 뛰고, 스트레스에 다소 약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확실히 지구를 거꾸로 꼬인 순서로 다니게 되는 건 무리스럽다. 게다가 같이 일을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너무나 명확히 보이고 동의가 되지 않을 때 오는 부담감 역시 상당히 부담스럽다. 어쨋거나 일이라는 건 잘 끝내야한다고 배웠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마음과 몸을 다스리는 것에 소홀히했더니 바로 증상이 나타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방심을 하게되었다. 특정 대상을 향한 것이 아니지만, 다시금 스멀스멀 올라오는 욕구와 활화산 분화구에 쌓인 용암의 방울이 터지듯이 툭툭 터져오는 분노들로 인해서 마음 상태가 변화하는게 느껴진다. 

 어제 그래서 한참을 걸었다. 다시 숨쉬는 것에 집중하고 노력했지만 예전 상태로 돌아가버렸다. 잘 안되었다.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마음을 진정시킨다.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내가 지금 집중해야하는 것은 내 코 끝이야라고 되뇌인다. 조금씩 조금식 코끝이 느껴진다. 방심이 조금씩 메꿔진다. 커졌던 구멍이 조금씩 줄어든다. 다시금 잔잔해지기 위해서 해야할 일이 많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계속 올라오는 다른 생각들과 욕구와 혐오감을 제쳐두고 코 끝에만 신경을 집중해서 파동을 작게 만드는 것 외에는 답이 없는 것 같다. 

들이마시고

내뱉고

들이마시고

내뱉고

코끝에서

숨이 사알짝 

느껴진다

들이마시고

내쉬고 

욕구와 혐오를 칫솔질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