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와 너를 지우고, 넓히는 마법
대화는 나와 너 사이에 일어난다.
나와 것 사이에서는 일어나지 못한다.
나와 것 사이에는 바라봄만 있고
너와 것 사이에도 엿봄만이 있다.
만일 무언가가 당신과 대화를 시작한다면
무언가는 이제 누구라고 이름지어도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생명을 들이부은 것은 당신이다.
당신이 그를 살렸다(animating), 말 걸어 움직이게 했다.
그리고 생활(生活)한 그는 당신에게
새로운 말을 들려줄 것이다.
그렇게 오가다 보면 둘은 한 목소리로 새로운 노래를 부를 것이다.
그러므로 공부는 ‘인격적’이다.
인격에서 공부를 생성하거니와
공부로 인격을 형성한다.
공부는 대화다.
나와 너 사이를 좁히는 게 아니라
지운다.
좁히는 건 서로를 숨 막히게 할 테지만,
지우는 건
각각의 생명인 세포가
수백억을 넘어 수십조가 뭉쳐서도
단일한 생명체를 이루는 것처럼
자기를 지우는 게 아니라
자-타의 경계를 뛰어넘어
생명이 더 커지는 것이다.
지(知)의 영역에서 일치할 뿐 아니라
정(情)과 행(行)으로 일치케 한다.
생명을 띤 개체(個體)가 합하면
경계를 지우고 대화하면
공동체가 된다.
생물로서의 생명에 더해
다른 차원의 생명을 숨 쉰다.
우리는 그것을
운명(運命)이라고 부른다.
생명을 운용하는 방식, 길,
바로
역사(歷史)를 만들고 운행하는 것이다.
같은 운명을 지고
같은 역사를 남긴다.
보고,
행한다.
들음 안에서
뜻이
땅에 닿는 비처럼
마음에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