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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월 Jan 26. 2024

— 살과 볕






어느 누가 싫어하겠는가.

싫어한다면 사연이 있어도

좋아하는데 어떤 이유가 필요하단 말인가.

해에 얽히는 좋은 기억은

다 다르지만 해는 빛깔을, 공간을, 시간을 만든다.

무언가 그것이게 하고 저다움을 입힌다.

하지만 더 앞서는 건

해가 생명을 준다는 사실.

해는 변화시키는 힘이다.

분자가 결합하고 분해하며

삼라만상을 사실과 사건들로 출렁이게 수놓는다.

햇살은 쏘아 생명을 주고 깨우며

생을 마감하고 흙으로 되돌린다.

이 모든 변화를 따스하게 데우는 것도

해의 일이다.


햇볕은 좋다.

따가울 때조차 부재보다 풍성하고

진실하다.

벼가 익고 생장하며

떨어진 잎들이

구르던 배설물이 썩고 바스라져

땅을 기름지게 한다.

물을 움직이고 증발시키고

비로 쏟뜨린다.

지구의 공전과 자전

운동하는 힘도 기여하나 해와 함께다.


해가 아니면 아무것고 없거나 아무것도 아니다.

있어도 아직 무엇이 아니다.

해는 이름짓고 힘을 주고 구별하고

관계를 일으킨다.

단계로 잇는다.

끝을 시작으로 바꾼다.

시작이 끝에 다다르게 면면히 민다.


해가 좋다.

해는 해 아닌 전부를 사랑하게 한다.

해는 볼 수 없고 보면 곧 눈 멀지만

햇살 속에서 모든 사물이 눈뜬다.

눈 감아도 눈 멀어도

햇볕 속에서 빛은 차고 넘친다.

손가락 사이로 숨 쉬는 가운데

뜨겁게 차오른다.

해와

더불어 심장이 뛰고

차갑게 식고 먼지가 되며

더불어 다시 무엇으로 태어나

햇살과 햇볕 그리고

흠뻑 온세상을 느낀다.


이것이 당신과 나와 온생명의

기쁜 이야기다.

쏘고 쪼인 통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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