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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월 Apr 10. 2024

자유로운 질서

— 하느님・생명・앎

하느님은

자유로운

질서이다.




어렴풋한 인식을 좀 더 또렷이 한 건 그해 베들레헴집에서였다.

반 년 동안 수사님은 엄한 것과 인자한 것이 둘 아니고 하나란 걸 충분히 보여 주었다.

진짜 친절과 자기만족을 위해 독을 주고 마는 것을 분간해 주었다.

그는 조금 말하고 많이 행동했다.

그는 자유를 주었는데 규율이 있었고,

자유롭고 규칙적이었다.

번갈아 오는 봉사자들도 흐르는 대로 움직이고 어긋남이 없었다.

그리고 마치 모두가 새로 숨 쉬기를 배우는 듯 했다.

이곳에 핑계는 없었다. 그것만으로 사람들은 변했다.

아픈 사람이 낫기도 했다.


그로부터 십 년도 더 지나서 어느 스님의 법문 중에

먹물이 가득 든 잔을 비우지 않고 맑게 하자면

그저 맑은 물을 계속 부으면 된다고 들었다.

어떤 이는 이를 회향할 때 한 편의 예술 공연처럼 보고 와서 열띠게 말하기도 했다.


나는 계속해서 생각했다.

살아 있는 것의 자유에 대해서.

그건 질서가 없기보다 도리어 더 많은 질서로 가득 차고 그 힘을 뿜어내는 거란 걸.

질서가 견고할수록 더 창조적인 뜻밖의 일들이 폭발하듯 넘쳐흐르는 걸,

나는 알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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