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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월 Apr 17. 2024

사람은 어떻게 구분할까

인간종의 특수성에 대한 의견


지구 표면에 서식하는 무수한 생물종 가운데 가장 다양한 종이 바로 곤충이고 

그래서 어떤 학자는 지구를 일컬어 "곤충의 행성"(하워드 E. 에번스)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곤충하면 (잘 알려진 책 때문에) 파브르를 흔히 떠올리지만 당대에도 뛰어난 다른 학자들이 많았고 

후대 연구가들이 현대에 이르기까지 놀랍도록 뛰어난 연구들을 추가해 왔습니다. 

그들은 어떤 관점에서는 문명을 형성했으며 

군집으로서만 아니라 개체로서도 놀라운 생명력을 보여 줍니다. 

그렇지만 특히 곤충이 흥미로운 것은 

흔히 아는 것처럼 해부학적으로 머리-가슴-배로 구성되는 획일적 규정이 불가하고 

머리가슴-배-머리라든가, 머리-가슴배-배 등 여러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거의 자기 필요 따라 달라지지요. 


어쩌면 어느 종, 어느 분류 단계의 어느 종류든지 그러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실현된다는 것은 그만큼 가소성이 크다는 것을 뜻하지요.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종인 줄 알았던 곤충이 서식 환경에 따라 몸을 바꾼 것뿐 

여기서 저기로 혹 저기서 여기로 옮기면 금세 모습을 바꾸어 둘이 같다는 것을 발견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사람은. 

그보다 더 심합니다.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며 

지구 상 모든 곳에 거주하고 있고 

24시간 활동합니다.

누구는 낮에, 누구는 밤에, 누구는 아침에, 누구는 늦은 오후에 가장 강력합니다. 

그들의 지성은 서로 다른 때 반짝이고, 그들의 감각 또한 서로 다른 때 더 잘 벼려집니다. 

심지어 한 사람이 생을 통해 스스로를 단련하고 강화하기도 합니다. 

물론 무리(無理)한 경우도 있고, 이런 비인간적 환경을 뒤늦게 깨닫고 조치해 온 것도 인간종의 역사입니다만, 

아무튼 인간은 같은 종 안에서 개체의 다양성을 극대화해서 

'공동의 집' 지구에서 

가장 번성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추운 데서 살 수 있다는 것은 추운 데 사는 다른 종을 이해할 수 있다는 여지를 줍니다.

우리가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밤의 아름다움에 매료된다면 밤을 걷는 여러 동물을 이해할 여지 또한 주고요. 

우리는 이 모든 것에 적응하였지만 

마지막 적응이 한 가지 남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각각의 환경을, 그 환경에 밀착한 다른 생명체들을 

구하고 살릴 수 있습니다. 


아주 인색한 사람에게도 

남을 도우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 관심과 감각을 일깨우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에게 어떤 다른 가치관을 심어 주는 것이 아니라 

설득하고 설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가 그인 채로, 자기 중심을 유지하면서도 

좀 더 멀리 팔을 뻗고 

좀 더 멀리 걸어갈 수 있게 

여기 또한 당신의 자리라 알려 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우리는 어디에나 어떻게든 적응해 왔고 

주변을 변화시켜 왔지만 


미처 못 그러는 다른 이들을 위해 

품을 나누어 줄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가장 특별한 점은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이를 <기뻐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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