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정말 많은 직업이 있다
어릴 적부터, 우리 부모님은 꼭 내게 좋은 대학을 가서 좋은 회사를 가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가 몸 담고 있던 미술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좋은 대학, 학과를 거쳐 대기업에 취직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컸다. 운 좋게 나는 첫 번째 회사를 좋은 곳에 취직했고, 그렇게 첫 사회생활을 회사원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이직을 여러 번 하며, 모두 회사를 택했다. 연봉을 높이고, 직책을 높여서 이직하는 것이 인생을 잘 살아가는 기준이라고 생각했고, 이 정도면 잘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권고사직 퇴사 후, 나는 시간이 많아졌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다양한 사람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나 강연을 들으러 다녔다. 내가 있었던 업계 외에 다른 업계 이야기도 궁금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며 살아가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근데 웬걸 세상에는 너무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회사원이었다가 지금은 프리랜서로 지내는 사람, 애초에 프리랜서로 시작해서 현재 억대 연봉을 버는 사람, 아님 애초에 본인 사업을 시작해서 잘 나가는 사람, 여행 인플루언서 등 정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있었다. 심지어 이 모든 걸 한 번에 다 해내는 흔히 말하는 n잡러들도 있었다. 나는 그동안 왜 '회사만이 답이다'라고 생각하고 살았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그들의 세상'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프리워커 인플루언서가 주최하는 '프리랜서 코워킹 모임'에 참여해 보았다. 말 그대로 프리랜서(프리워커)들끼리 모여 한 공간에서 각자의 일을 하며 서로 시너지도 내고 정보도 주고받고 하는 모임이다. 나는 실업급여를 받는 백수인지라, 업무를 진행하진 않았고 내가 만들 콘텐츠들에 대해서 기획하고 지원해보고 싶은 곳에 제안서를 넣는 일을 하기로 했다.
여기서 정말 다양한 분야를 가진 분들을 만났다. 모두 프리랜서였고, 1인 기업 대표님부터 프리랜서 마케터, 프리랜서 사진작가, 여행 인플루언서까지. 그리고 다들 1가지 직업만 갖고 있지 않고 다방면으로 본인을 활용하며 혼자 일하고 있었다.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n가지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당연히 월급은 회사 다닐 때보다 몇 배로 늘었고, 회사에 갇혀있지 않고 시간과 장소를 자유롭게 활용하며 일하고 있었다. 내가 전혀 몰랐던 세상이자 만나보지 못했던 사람들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그들로부터 정말 많은 에너지 받고, 또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알게 된 나는 '회사'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그들이 쉽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의 조직원이었을 때 보다 보호받지 못하고 개인이 일을 따오기까지 정말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럼에도 그들은 회사가 아닌 시간과 장소가 자유롭고 본인들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프리랜서를 택한 그 용기가 너무 멋지고 부러웠다. 나는 실업급여가 끝나면 조직으로 돌아가야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방법을 알게 되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어느 날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위트 있는 수영 브랜드 '레디투킥'의 브랜드 디렉터인 양수현 대표님과의 강연을 들으러 간 적이 있었다. '좋아하는 걸로 브랜드 만드는 법' - 강의 주제가 너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양수현 대표님 역시 회사원이셨고, 육아휴직 중 퇴직금으로 조그맣게 시작한 브랜드가 '레디투킥'이라고 한다. 그 브랜드가 점점 커져 많이 유명해졌고, 이제는 퇴사 후 '레디투킥'만을 위해 일하게 되셨다고 한다. 내가 정말 되고 싶은 이상향이었다. 추후에 나도 내 브랜드를 론칭하고 싶은 사람으로서(무엇이 될지 모르겠지만), 정말 가까이 양수현 대표님의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 것들을 직접 질문해 가며 소통할 수 있어서 너무너무 영광이었고 좋은 자극제가 되었다. 작은 브랜드가 점점 규모가 커졌듯이, '나도 작은 브랜드부터 시작하면 나중에 큰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요즘은 내가 잘 찾기만 하면, 브랜드 디렉터나 인플루언서들을 직접 만나 토크 콘서트를 하거나 커피챗을 할 수 있는 세상이다. 본인이 가진 것을 많이 알려주고, 팬들과 소통하며 정보를 주고받으려 하는 인플루언서들도 많아졌다. 본인이 원하는 분야가 있다면 그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도 좋고, 평소 관심은 없었지만 그래도 다른 업계가 궁금하다면 전혀 다른 업계의 사람들 만나거나 강연을 들어도 좋다. 취지는 내가 속해있던 조직의 사람들이 아닌 정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럼으로써 내 견문을 넓히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자극을 받으라는 것이다. 내가 익숙한 곳에만 있으려고 하면, 언젠가 고인 물이 될지 모른다.
현재 나는 여전히 다방면의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갖고 있던 고정관념들을 깨부수며, '회사만이 답은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실업급여가 종료되는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 그려보고 있다. 사실 이렇게 말하고 다시 조직으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예전의 모습과는 현저히 다를 것이다. 왜냐면 그때는 회사만이 정답인 줄 알았지만, 이제는 회사는 그저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나서서 찾아야 한다. 그들은 정말 작고 있는지 모르는 나를 먼저 찾아주지 않는다. 그러니 내가 나서서 나를 계속 낯선 장소, 낯선 사람, 낯선 업계에 가져다 놓고 나에게 자극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찾아보자. 이건 그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를 위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부터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 다양한 직업을 간접경험해 보자. 회사원으로 100세 인생을 살기에는 회사는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