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이 자유로우니 이렇게 행복할 수가!
나는 그동안 너무 해보고 싶었지만, 큰돈 / 많은 시간이 필요해 직장인 시절 도전해 보지 못한 것이 있었다.
오늘은 해보고 싶었지만, 그동안 망설였던 것들을 해봤던 경험 2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피부과 다니기, 그리고 유기견 봉사활동이다.
나는 직장인 시절 얼굴 피부가 매우 안 좋았다. 화장으로 가려지지 않는 피부의 울퉁불퉁함, 여드름, 파인 흉터까지. 그저 나는 피부가 좋지 않게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주변에서 피부과를 다녀도 그때뿐이니 가도 소용이 없다, 가면 돈이 우습게 깨진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기에 피부과는 내가 가야 할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가서 돈만 버리고 올 거라고 착각한 과거의 나를 반성한다...)
권고사직 퇴사 이후 나는 극심한 스트레스, 수면장애 그리고 호주 여행에서 겪은 물갈이까지 역대급으로 얼굴 피부가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호주는 물갈이가 심한 나라가 아니지만, 내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데 갑자기 환경까지 바뀌니 더 뒤집어졌던 것 같다.) 정말 이러다가 피부가 큰일 날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자진해서 피부과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에스테틱이 아닌 의원을 찾았다. 내 피부의 정확한 진단과 원인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의사 선생님은 심각한 내 피부를 보고, 여드름 압출 관리를 권유했고 처음으로 피부과에서 적지 않은 비용을 결제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내 얼굴 피부 상태는 스트레스 및 식습관, 수면장애로 인해 염증이 가득한 상태였고 그 염증이 빠지지 않으니 피부 안에서 계속 곪고 옆으로 점점 더 퍼져가고 있었다. 몸과 마음이 힘든 게 피부로도 티가 나다니. 서글퍼졌다. 나 지금 정말 온몸으로 아파하고 있구나.. 내가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고 싶었던 것처럼, 얼굴 피부에게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큰 마음먹고 결제한 만큼 열심히 관리하고 싶었다.
매주 1회씩 가서 정말 아픈 압출 시술을 받고 관리를 받았다. 눈물이 고일만큼 정말 너무 아팠지만, 압출이 될수록 뭔가 속 시원하고 개운한 느낌도 들었다. 내 몸에서 안 좋은 모든 게 다 빠져나갔으면 했다.
열심히 피부 관리를 받으며, 동시에 생활습관도 개선하고 몸과 마음의 회복을 위해 하루하루 성실하게 나를 돌봤다. 건강한 재료들로 나를 먹이고, 잘 재우고,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건강하게 운동으로 풀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피부과를 등록한 3개월이 지났고, 180도 달라진 건강한 내 피부를 만날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 피부과에서 치료는 받고 있지 않지만, 몸과 마음의 건강을 빌며 나를 위해 하루하루 쌓은 소중한 행위들이 더욱더 단단하고 건강한 나를 만들었고, 건강하고 매끈매끈한 피부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염증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니 피부 트러블은 생기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몸에서 피부에게 나의 안 좋은 상태를 알리려고 피부 염증과 트러블로 신호를 알린 것 같다. 그 정도로 나는 곪고 병들어있었다. 그렇게 망설였던 피부과에 나를 위해 방문할 수 있었던 건, 이렇게 회복을 하기로 마음먹은 덕분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평일'에 시간이 가능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평일 오전 11시, 오후 3시에 대기 없이 편하게 피부 관리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직장인 시절에는 꿈도 못 꿀 시간대였다. 평일의 여유로움.. 정말 포기할 수 없다.
나는 동물들을 정말 사랑한다. 이 작은 동물들이 세상을 구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작고 힘없는, 말을 할 수 없는 동물들은 본인의 의지와 다르게 태어나고 팔려가는 경우가 많다.
바로 '불법 번식장', 그리고 '펫샵'이다.
모견은 평생 좁고 차가운 철장 속에 갇혀 새끼를 낳는다. (아마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번식장에서 새끼만 낳던 모견들도 있을 거다.) 그리고 그렇게 태어난 새끼들은 '펫샵'으로 팔려간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을 주고 파는 '펫샵'의 동물들은 보통 '불법 번식장'에서 태어난다. 소중한 생명을 무작위로 찍어내고, 돈 주고 사고파는 건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이렇게 불법으로 운영되는 번식장들이 참 많다고 한다. 이번에 보령, 화성 불법 번식장에서도 수 백 마리의 강아지들이 구조가 되었다. 그동안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혼자 속상해했었는데, 이번에 한꺼번에 많은 아이들이 구조가 되면서 일손이 부족하니 봉사활동 신청을 받는다는 게시물을 보고 신청해 다녀오게 되었다. 직장인 시절에는 평일에 힘들게 일하고, 주말이라면 놀고 쉬어야 한다는 생각에 선뜻 신청을 못 하고 있었는데 퇴사한 나에게는 평일이 더 자유로니 기쁜 마음으로 도우러 가기로 했다.
번식장에서 구조된 아이들은 대부분 소형견이거나, 원래 보통 크기보다도 작은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작은 새끼 강아지들을 선호해 작게 작게 만들어서 그렇다고 한다.
(진짜 가만 보면 인간이 제일 못 된 거 같..)
'새끼 강아지 돌봄 봉사'를 신청한 나는 아침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이 깔고 지내는 배변패드와 신문지를 꺼내 청소하고 새로운 배변패드와 신문지를 까는 일을 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좀 놀아주고 난 후, 물을 새로 갈아주고 점심식사를 챙겨줬다. 그리고 아이들을 돌보고, 활동가님을 따라 청소를 돕다보면 정말 하루가 금방 간다. 안 해본 일들을 하고, 굉장히 몸을 많이 쓰는 봉사활동이라 너무 힘들었지만 불법 번식장에서 말도 못 하고 정말 힘들었을 아이들을 잘 돌봐줬다는 생각에 너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나를 너무 좋아해 주고, 너무 예뻐서 힘들어도 금방 웃음이 났다.
강아지를 너무 좋아하고, 돕고 싶다면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을 추천한다. 그리고 혹여나 반려견/반려묘 입양을 고려하고 있다면 유기견/유기묘 보호소에 방문을 권하고 싶다. 정말 착하고 예쁜 아이들이 많고,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엔 포인핸드 입양문화센터에 '산책 봉사'도 다녀왔다. 유기견 친구들이 다양한 사람들과 교감하며 산책을 배울 수 있도록 만든 취지의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잘 찾아보면 도심 속에서 동물 친구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많으니 본인이 방문하기 편한 위치의 보호소 및 센터를 찾아보길 바란다.
퇴사 후 평일이 자유로우니, 그동안 해보고 싶었지만 망설여졌던 것들을 하나하나 여유롭게 도전해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누군가를 돕기도 하고, 나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어떤 날은 이런 자유를 누릴 수 있게 '권고사직'당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정도로 '평일의 자유로움'은 소중하다. 그동안 해보고 싶었는데, 시간 때문에 돈 때문에 망설여졌던 것들이 있다면, 무엇이든 작아도 좋으니 하나씩 시도를 해보면 좋겠다.
나는 유기견 봉사활동을 처음 해보니, 아이들을 더 돕고 얼른 좋은 가족을 만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정기적으로 봉사를 다닐 생각이다. 회사원 시절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돕지 못했을 텐데. 누군가를 돕는 유의미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