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은 게임을 이기게 하지만, 팀워크는 우승을 하게 만든다.”
- 마이클 조던
우리가 직면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왜?-어떻게?-무엇을?’이라는 본질주의 패턴 질문을 통해 해결된다. 하지만 점점 문제의 규모, 난이도, 복잡도가 커지면서 단순 개인의 능력이나 특정 전문성을 바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아졌다. 문제의 현상과 원인 그리고 실효성 있는 방법을 도출하기 위해 정말로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서로 융합하고 협력해야만 한다. 인류를 달에 올려보낸다든지, 화성에 탐사선을 보낸다든지, 남북한 갈등 문제를 해결한다든지, 빈부격차를 해결한다든지, 글로벌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한다든지, 인류를 대체할 인공지능을 만든다든지, 자율주행 차량을 보급한다든지와 같은 일들은 소수의 똑똑한 사람들이 해낼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수학자, 생물학자, 물리학자, 화학자, 의학자, 심리학자, 공학자, 사회학자, 정치학자, 교육학자, 경영학자, 경제학자, 법학자 등 전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협력할 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집단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협력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을 지켜보면, 마치 집단에도 뇌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위 ‘집단지성’의 실존을 생생하게 체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반도체 칩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팀들이 모여 협력해야 한다. 설계팀은 설계를 하고, 레이아웃 팀과 마스크 개발팀은 설계에 맞춰 칩 레이어별 회로 패턴을 그리고 마스크 레티클을 만든다. 포토 기술팀은 마스크 레티클을 가지고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그리고, 에치 기술팀은 회로 패턴을 가지고 원하는 영역을 남기고 원하지 않은 영역을 제거하며, 클린 기술팀은 공정 진행 후 발생하는 부산물들을 제거한다. 박막 기술팀은 레이어별 회로 패턴 간의 연결, 분리, 보호 막질을 만들고 연마 기술팀은 이러한 물질들을 갈아서 평탄하게 만든다. 확산 기술팀은 주요 회로 소자를 구성하는 물질을 만들고, 이온 주입 기술팀은 회로 소자 물질에 이온을 주입시켜 전기적 특성을 부여한다. 메탈 기술팀은 금속 배선을 만들어 전기가 통하는 길을 만든다. 그리고 계측기술팀과 분석팀은 이러한 기술 공정 이후 제대로 공정이 진행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계측하고 분석한다. 수율팀과 품질팀은 완성된 칩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수명이 보증이 되는지를 검증한다. 이렇게 반도체 분야는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수많은 팀들이 있고 이들의 집단지성을 통해 반도체 문제가 해결된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모듈에서 회로 패턴이 끊기는 불량 이슈가 발생했다고 하자. 원인을 찾고자 위에서 말한 팀들의 각 전문가들이 모두 모인다. 최대한의 현상, 단서를 확인한 다음, 각 전문가들은 다양한 관점의 의견을 내놓는다.
“불량 혐의 공정 구간은 다음과 같은데, 혐의 구간 내 특이점은 없었나요?”
“공정적으로는 앞 단 박막 공정에서 특이점이 두 개 보이는데 이것이 패턴 끊김과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유발 평가 진행하면 이틀 뒤 결과 나올 예정입니다.”
“불량 발생 위치가 특정 구조에서만 발생하는데, 해당 구조 변경점은 없었는지와 구조 변경 레티클 수정 평가 가능한지 검토 해주세요.”
“불량 단면 분석 결과, 회로 소재 불량 또한 확인됩니다. 제품 세대별 소재 특성 비교 후 평가 계획 수립해 보겠습니다.”
이와 같이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의 집단지성이 발휘된다.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집단지성이란 단어를 거의 모두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인터넷의 발전을 기반으로 분야 간 경계가 희미해지고, 사람 간 상호 작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집단의 유형과 규모가 대규모로 진화하면서, 집단지성이란 단어는 오늘날 여기저기 광범위하게 언급되고 있다. 여기서 집단지성의 의미를 좀 더 정확하게 정의해보고 집단지성을 활용할 수 있는 기초를 닦아보자.
사실, 집단지성이란 단어는 최근 20~30년 사이에 만들어진 말이 아니다. 드물기는 하지만 몇몇 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집단지성이란 말을 사용했다. 1846년 정치학자 J. 펌로이는 “집단지성이란 국민들의 주권이 확장되어 있는 현상”이라 말했다. 1906년 사회학자 레스트 와드는 집단지성이란 말을 사용하여 이렇게 말했다. “사회의 진화는 집단지성에 달려있다. 집단지성이 사회에 대해 갖는 관계는 두뇌가 개인에 대해 갖는 관계와 같다.” 1971 심리학자 데이비드 웩슬러는 집단지성을 “개인들이 그들의 자원을 한곳에 모음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이며, 생각들이 서로 얽힘으로써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공명현상”이라 말했다.
이후 1990년 이후부터 정보화 혁명 및 컴퓨터를 통한 연결이 중요해지면서 집단지성이 화두가 되기 시작했다. 1997년 피에르 레비는 “집단지성은 창조, 혁신, 발명 과정에 지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인간 공동체의 능력이다”고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모든 것을 다아는 인간은 없지만 각자 무언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완전한 지식은 인류 전체에 퍼져있다. 따라서 인류는 공동의 지적 능력을 서로 교류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왔으며 그 속도는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2003년 톰 애틀리는 “집단지성이란 오케스트라와 같다. 오케스트라가 다양한 악기들의 단순 총합의 이상이듯이, 개인들이 개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다양성의 통합이 바로집단지성이다”고 말했다. 2009년 찰스 리드비터는 위키피디아의 성공을 분석하며 “집단지성은 집단적 사고방식, 집단적 놀이방식, 집단적 작업방식이며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결합하기 쉬운 환경에서 왕성해진다”고 말했다.
위의 수많은 정의들을 종합해보면 집단지성이란 ‘집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단순하게 정의할 수 있다. 한편 집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따라 집단지성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 수동적 집단지성과 능동적 집단지성으로 나뉜다. 먼저, 수동적 집단지성은 집단지성의 참여자가 목적에 대한 자각 없이(집단화 기술을 통해) 집단 지성을 발휘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시장에는 다양한 생산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재화를 만들고 다양한 소비자들이 좋은 재화를 착한 가격에 구매하려고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개인의 이득만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지만, 이들의 집단적인 행동은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자유 시장 질서라는 의도치 않았던
목표를 달성한다.
또 다른 예로 구글 검색 엔진이 있다. 수많은 인터넷 유저들은 글을 올릴 때, 인용했거나 내용과 관련된 웹 페이지를 링크하곤 한다. 구글의 검색 엔진은 어떤 페이지가 다른 페이지에 얼마나 많이 링크되어 있는가를 집계한 뒤, 웹 페이지의 인기도 순으로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웹 페이지를 직접 만들고 링크한 건 수많은 유저들이었지만 의도치 않게 그들은 세계 최강의 검색 엔진을 만들었다.
그 다음으로 능동적 집단지성은 집단지성의 참여자가 목적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으며,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서로 의식하고 협업하거나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경우이다. 이번 장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집단지성이 바로 능동적 집단지성이다. 대표적인 예로 위키피디아가 있다.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개념을 설명할 수 있고 잘못된 정보를 수정할 수 있는 편집 권한을 부여했다. 여기에 500만 명이 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협업하여 단시간에 방대하고 정확한 백과사전을 만들 수 있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경우 오류율이 항목당 평균 세 개이다. 그런데 위키피디아는 오류율이 항목당 평균 네 개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또한 앞으로 더 많은 이용자의 참여와 경쟁을 통해 위키피디아의 오류율은 더욱개선될 것으로 예측된다. 위키피디아의 창업자 지미 웨일스는 이렇게 말한다.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지식을 생산, 수정, 보완, 삭제하는
과정을 통해 위키피디아는 세계 최대의 백과사전이 되었습니다."
아이작 유
<질문의 기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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