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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작 유 Dec 04. 2023

질문 리더십으로 리딩하라

 “바쁘다고 좋은 게 아니다. 심지어 개미들조차 바쁘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바쁜가? 반드시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흔히들 경영이란 CEO나 임원들과 같이 지위와 권력을 갖춘 사람들만이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경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활동이다. ‘경영(經營)’을 파자하면, '경'은 실 사(糸)와 물줄기 경(巠)이 합쳐진 말로, 실과 물줄기의 방향성을 의미한다. '영'은 집 궁(宮) 위에 불 화(火) 두 개가 합쳐진 말로, 군대의 진영에 불을 환하게 밝히며 방법을 궁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영이란 방향을 정하고 방법을 찾아 행하는 것이다. 방향을 정하고 방법을 찾아 행한다면 직급, 직업, 나이, 성별과 무관하게 누구나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질주의 질문인 ‘왜?-어떻게?-무엇을?’을 던지고 답을 찾아 행하는 당신은 이미 리더이다.


경영을 하는 사람을 리더라고 부른다. 그리고 리더의 경영 능력과 스타일을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듯이, 리더십의 종류 또한 정말 다양하다. 널리 알려진 리더십 세 가지를 나열하자면, 먼저 서번트 리더십은 인간 존중을 바탕으로 하여 봉사하는 자세로 구성원들을 후원하고 지지함으로써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로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방송인 유재석이 있다. 그 다음으로 지시형 리더십은 카리스마적 리더의 명령과 구성원의 복종을 기반으로 빠른 조정과 일관성 있는 정책을 통해 이끄는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로 애플의 故스티브 잡스, 현대의 故정주영이 있다. 세 번째로 권한위임형 리더십은 결정권을 구성원들에게 위임하여 간섭 없이 구성원 스스로 규칙과 범위 내에서 재량권을 행사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로 KT의 황창규, 삼성의 故이건희가 있다.


나는 이번 장에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리더십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바로 답보다는 질문을 통해 구성원 스스로 목표와 방법을 생각해 내도록 이끄는 질문 리더십이다. 질문 리더십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실행하고 응용할 수 있는지 이야기 해보자.




원온원(one-on-one) 이야기


나는 부서장이 된 이후 한 달에 한 번 꼴로 내가 담당하는 부서원들과 원온원(일대일 면담)을 했다. 시작한 계기는 회사 대표이사의 말 때문이었다. 소통 전문가로 경영계에서 소문난 그는 사내 방송을 통해 원온원을 적극적으로 권유했고 부서원들의 성장과 역량 강화에 원온원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후, 부서장들은 원온원 코칭 교육 및 면담 교육을 받았다. 나는 부서원들과 조율해서 ‘한 달에 한번’ 정도 주기의 원온원 시간을 정했다. 원온원 면담은 솔직히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자주 면담을 하는데 서로 부담스럽고 어색하지는 않을까?”
“면담 또한 하기 싫은 일처럼 변질되지는 않을까?”
“나는 그동안 평가 목적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면담 또는코칭을 받아보지 못했는데, 왜 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하는가?”


이와 같이 원온원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걱정과 불만이 내 눈을 가렸지만 해보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니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다. 다음은 원온원을 시작한 뒤 첫 일년 동안의 이야기이다.


첫 두세 달 동안은 부서원 간의 라포 형성이 목표였다. 부서원 중에는 앞으로 자주 원온원 면담을 하는데 이것 하나 하나가 혹시 평가는 아닌지 걱정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원온원의 목적은 평가가 아니라 부서원들의 성장이다!”고 말해주었고 그 진심을 인정받고자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예를 들어, 나는 코칭, 면담과 관련된 다섯 권 정도를 읽었고 그 책에 소개된 좋은 질문들 50개를 가지고 랜덤 질문 뽑기 상자를 만들었다. 부서원과 돌아가면서 질문을 뽑은 뒤 질문을 읽으면 상대방은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랜덤 질문 뽑기를 통해 서로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는지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부서원과 같이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여,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에 대한 계획을 세워보기도 했다. 그리고 글쓰기 재능을 발휘하여 부서원 각자의 성공 계획 시나리오를 작성하여, 솔직하게 공유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부서원들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때마침 부서가 바빠지면서 원온원 면담은 업무의 연장선 상에서 진행되었다.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잘 되고 있는지, 일을 하면서 구체적인 어려움은 무엇이고 필요 사항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넉 달 쯤 지나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평소 일을 하면서 수시로 업무에 대해 논의를 하는데, 굳이 원온원에서 또한 잘 알고 있는 일을 다시 언급하고 추가 논의를 할 필요가 있을까?”
“가뜩이나 내가 일로 바빠서 시간 내는 것이 부담 스러운데, 부서원들도 부서장과 자주 면담하는 것이 부담스러워하지는 않을까?”


나는 원온원 실행 주기를 늦추거나 또는 안하려고 생각했다.


그때 쯤 갑자기 회사의 대표이사를 만날 기회가 생겼다. 대표 이사는 우리 팀에 방문을 해서 실무자들 면담을 할 예정이었다. 팀장은 부장들 중에서 몇 사람을 선정했고 그중에 한 사람이 되었다. 면담은 50분 예정이었지만 실제로는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었다. 대표이사님은 실무자들에게 어떤 질문이라도 좋으니 질문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원온원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다. “원온원, 정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좋은 점도 있지만 현업으로 바쁜 부서장에게 부담감이 되고 있으며, 솔직히 전문 코칭 강사가 아닌 저희가 원온원을 잘 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대표이사님은 실제 원온원을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그는 말했다. “제가 볼 때 원온원을 또 하나의 일이라 생각하며, 일이 늘어나서 부담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강조하는 원온원은 조직장에게 일을 줄이기 위함입니다. 제가 경험한 효과적인 원온원은 조직원이 스스로 업무를 생각해서 말을 하게 하는 면담입니다. 보통 면담하면, 조직장은 주로 말하고 지시하고 가르치고자 합니다. 이렇게 되면 조직원들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반면 원온원을 통해 조직원이 스스로 업무를 생각해서 말을 하도록 하세요. 시간이 걸리겠지만 조직원이 업무에 대해 하는 말이 납득이 된다면, 조직장은 그 조직원에게 업무 권한을 위임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조직장은 여유롭게 다른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원온원 부담 갖지 마세요. 원온원 안해도 될 정도로 원온원을 해보세요.”


대표이사님의 답변은 내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다시 한 번 원온원을 제대로 해보겠다고, 원온원을안해도 될 정도로 원온원을 해보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부서원이 스스로 업무 이야기를 잘 할 수 있는가였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없다면 부서원들이 스스로 업무를 말할 때 크게 혼란스러워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부서원들에게 본질주의 질문 패턴 ‘왜? → 어떻게? → 무엇을?’ 순서로 자유롭게 이야기 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내 역할은 계속해서 왜? 어떻게? 무엇을?류의 질문으로 이끌고 그들의 생각을 경청하는 일이었다.


처음에 부서원들은 본질주의 질문 패턴으로 말하기를 어려워했다. 적응기가 필요했다. 예를 들어, “목표는 무엇이고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라고 질문할 때, 나는 “현재 상황은 A이고 목표는 B입니다”와 같이 목표 공식 ‘A→B’에 해당하는 답을 기대했다.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은 a, b, c이고 현재 상황은 이렇습니다.”와 같은 답들이 많이 등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당장하고 있는 일을 완수하는 것 자체가 목표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동안 부서원들이 스스로 목표를 수립해서 업무를 추진하기보다 리더가 지시한 일을 하는데 익숙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질주의 패턴으로 생각하고 말하는데 익숙해졌다. 사람마다 실력의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모두들 ‘목표 현황 → 방법 → 액션 플랜 및 요청’의 순으로최선을 다해 말을 해주었다. 나는 그들의 말이 끝나기 전까지 최대한 끼어들지 않았다. 예전의 내가 머릿속에 있는 조언을 즉시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질문을 통해 그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말을 할 수 있도록 계속 도왔다. 그렇게 두 세달이 지나자, ‘목표현황 → 방법 → 액션 플랜 및 요청’에 대해 완성도 있게 파악하는 친구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더이상 주기적으로 원온원을 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그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여유롭게 전체 목표를 바라볼 수 있었고, 그들의 업무를 전체 목표와 잘 얼라인하여 적기에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질문은 생각의 힘을 키운다


나는 원온원을 통해 ‘질문의 힘’을 강력하게 경험했다. 질문은 곧 생각이다. 리더가 질문을 던지고 구성원의 답을 경청할 때, 구성원은 업무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힘을 얻게 된다. 질문의 힘은 생각의 힘이며, 질문을 던지는 리더는 조직 전체의 생각의 힘을 키운다. 이러한 생각 속에서 나는 ‘질문 리더십’이란 개념을 만들었다. 답을 지시하기보다는 질문을 통해 구성원 스스로 목표와 방법을 생각해 내도록 이끌어 내는 것, 이를 통해 조직 전체가 리더가 되어 최고의 성과를 거두는 것, 바로 이것이 ‘질문 리더십’이다.


- 다음 주에 계속



아이작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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