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랑랑 Oct 28. 2023

쉬어도 망하지 않아

쉬어야 나아간다


 운동을 시작하고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지금 아무리 힘들어도 한숨 쉬어가면 다시 나아갈 수 있다는 경험을 갖게 된 것이다. 한 세트를 악을 써가면서 끝내면 떡거리는 심장이 온몸을 뛰게 하고 자극된 부위는 힘이 빠져 떨리기까지 한다. 그 상태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보면 다음 세트는커녕 집에도 못 갈 것만 같다.


 그렇게 헐떡거리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놀랍게도 서서히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된다. 온몸을 울리던 심장의 움직임은 작아지고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된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하루 운동을 해낸다.

 

  쉬어가는 것을 끝으로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러면서도 꾸준하지도 못한, 성실하지 않은 나에게 실망하고 자책했다. 그 죄책감이 싫어 이후 그 분야는 쳐다도 보지 않을 때도 많았다. 그렇게 기타엔 먼지가 쌓여있고 취미 강의 어플은 들어간 지 한참이었다.


 지만 젠 쉬어간다 생각하기로 했다. 이것 또한 나에게 관대해지는 길이겠지. 지속하지 못하는 것은 떠나간다 생각했다.


 심지어는 사람도. 내가 최선을 다하지 못해, 나라는 별 볼 일 없는 실체에 실망해 모든 것이 떠나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연락하는 친구는 항상 그 자리에서 각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모두 나의 관심을 받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닌데, 나는 감히 내가 관심을 지속적으로 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은 너무 바쁘게 지낸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들이 내 하루에 비집고 들어오려 안달을 내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일은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인데도, 나는 해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생긴다.


 그 죄책감에 나는 내 안의 창문을 더 작게 막아버린다. 그렇게 밖은 보이지 않는 아늑한 방에서 나는 잠만 자고 동영상이나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 작은 창문으로 할 일과 해야 할 일들이 고개를 들이밀고 번뜩이는 눈으로 나를 노려봐도 나는 을 감아버린다. 죄책감과 무력감의 무한굴레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도 내가 쉬어가는 중이지 않을까. 운동 한 세트를 끝내고 뛰는 심장이 내 몸을 울리는 것처럼, 갑자기 버거워진 내가 세상을 버겁게 느끼는 거겠지. 조금 쉬면 뛰는 심장이 잔잔해지는 것처럼, 나도 조금 쉬면 다시 이것저것 할 의지가 생길 것이다. 그러니  불안감에 계획만 늘어놓지 말고, 죄책감 없이 푹 쉬어버리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