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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유월 Jan 16. 2024

#4. 내 어깨를 봐 탈골 된 것 같지 않아? (1)

공사를 마칠때까지 이것으로 완성인가, 아니면 부족한가를 고민했던 부분은 바로 벽과 천장이었다. “카페같겠다~”는 기분 좋은 말들을 이사 직후에는 왕왕들었지만 콘크리트 골격만 남았을 땐, 정말 이게 맞을까하는 걱정을 계속했다. 


베란다 외부 샷시가 마무리 되고, 화장실이 마무리가 되고, 부엌 가구가 앉으면서 계속되는 벽과 천장에 대한 고민. 지금이라도 다 뒤엎어볼까 하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철거만큼이나 진전이 없어 보이는 페인트 작업은 어딘가 누군가 흘린 타임머신을 주워서 시간을 돌리고 싶은 마음을 들게 했다. 그럴 때 쯤 마음 한 켠에서 스믈스믈 기어올라오는...


‘좋아, 여기까지 수고했지만 이제 벽지로 해결해볼까?’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은 좀 괜찮으려나. 정도?


페인트를 결정하게 된 것은 비교적 오래 된 일이 있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러하듯 남의 집에 살던 때였다. 운이 좋아 감사하게도 전세에 살고 있을 때였다. 그 아파트는 완공된지 15년 정도 된 아파트였는데, 그 사이에 한번도 제대로 된 리모델링을 받지 못했었다. 외부 베란다는 뒤틀려져있었고, 크랙과 결로가 흔했다. 


가을에 이사하고, 겨울을 지내는 동안 널찍한 거실 앞베란다 양쪽 기둥에 거뭇거뭇한 곰팡이가 피어올랐다. 냉장고가 앉은 뒷 베란다는 곰팡이가 뭉게뭉게 새카맣게 피어 오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알아서 닦고 소독하고 하면 끝날 일이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하고 싶었다. 그 선택이 바로 집주인에게 전화하는 것이었다. 


....

이 사건이 일어나기 얼마 전에 집에 온통 전기가 나간 일이 있었다. 나는 출근해있었고, 코로나가 판 치는 세계라서 아이와 와이프는 집에 고립되어 있었다. 거실을 싹 치우고 김장 비닐 서너장을 깔아다가 물감놀이를 한다거나, 전지 가득 그림을 그리는 건 예사였고, 소형 풀장에서 물놀이도 잔뜩 해야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나날이었다. 모든 순간을 워터파크로 살 순 없었으므로 우리집 두 아가씨들은 이따금 미디어 시청으로 와이프의 쉬는 시간과 아이의 정신적(?) 휴식을 취했다.

 

그런데 한창 미디어를 시청해야 할 때 집에 온통 전기가 나가버렸다. 아이는 보채고, 두꺼비집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던 와이프는 육아 피로가 가득한 채 전화를 걸었다. 간신히 두꺼비집을 일러주었지만, 차단된 전기는 돌아올 생각을 안했다. 


관리사무소에 문의했고, 관리사무소 소장님이 오셔서 한 시간여 집 안 여기저기 콘센트를 확인했지만, 그마저도 해결되지 않았다. 전문 기사를 불러야 한다는 소장님 말에 와이프는 나에게 전달했고, 나는 집주인에게 문의했지만 여기서 또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결국 집주인 동의 없이 전기 기사님이 오셔서 또 한 시간여 집을 샅샅히 뒤져서 결국 전혀 쌩뚱맞은 안방 화장실의 누전임을 찾아내서 한바탕 공사를 마치고 가셨다. 

그리고 저녁때가 지나서 집주인으로부터 우리는 원성을 들어야 했다. 


“아니, 그런일이 있으면 나한테 먼저 얘기했어야지. 아, 그냥 딱 보면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있는데 괜히 출장비만 들고 말이야! 그런건 내가 가서도 해결해 줄 수 있었다구. 걔네들은 출장비랑 시공비 받으려고 온갖데만 건들고 다니는거 내가 아는데. 아니, 관리사무소 소장도 그렇지. 이거 걔네들 사이에 무슨 커미션같은거 주고 받는거 아닌가 몰라!”


요약하자면 그랬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너희가 마음대로 전문가 불러서 출장비가 생긴거니까, 시설 공사에 대한 비용은 반반 부담하자.”

아, 네. 알겠습니다. 

....


그래서 곰팡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앞서서 집주인에게 먼저 연락하게 되었다. 돌아온 답변은 어이 없었다.

“그거 환기가 안되면 그래. 창문좀 열고 살아.”


아니, 지금 12월 막 지난 1월인데? 최저 기온 영하 10도 아래인데? 베란다가 오래되어서 벽과 샷시 틈새로 바람이 슝슝들어오는데? 그 와중에 제일 바깥 문을 열고 살라니? 두 돌 안된 아기가 있는 집인데?


폭풍 서칭이 시작되었다. 어떻게하면 이 곰팡이들을 해결할 수 있는가. 그렇게 알게 되었다. 규조토 페인트! 규조토 발매트도 있으니, 규조토가 어떤건진 알겠는데 이게 페인트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벽 색과 같은 색을 골라서 주문했다. 


그리고 어느 날씨 좋은 날의 어느 밤, 아이가 잠든 틈에 와이프와 나는 소독제로 곰팡이를 닦아내고, 다시 닦아낸 뒤 마른 걸레로 벽을 잘 말리고서 페인트 작업을 했다. 3Kg짜리 작은 페인트를 헤라로 뚝딱 발랐다. 그것도 집주인 몰래 발라버렸다. 그 뒤로 이사나올 때 까지 앞베란다에는 곰팡이가 없었다. 


그 뒤로 우리는 규조토 페인트 비공식 전도사로 활동하면서, 지인의 새 집 이주할 때 보일러실 외측 내벽도 직접 발라주는 오지랖을 떨었다. 처가 베란다 천장과 뒷베란다 보일러실 외측 내벽도 뚝딱 발라버렸다.

그러니 이번에 인테리어에도 규조토 페인트가 아주 1순위로 올라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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