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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유월 Mar 12. 2024

#07. 끝마치며 다음을...

어느날 교회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

특정 봉사를 맡은 와이프가 다른 집사님과 이야기하다가 자신의 순서를 깜빡 놓치고 말았다. 서둘러 나가느라 당기는 문을 밀고 나가며 꽈당 부딪히고 말았다. 게다가 인도하는 장로님꼐서는 와이프가 자신의 역할을 할 자리에 올 때 까지 무음으로 식순을 멈추셨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집사님이 내게 물었다.

“집사님 나이가 어떻게 되셔요?”

갑자기 나이는 왜? 라는 생각으로 답을 했더니,

“저희 남편이 집사님 나이가 되면 아마 허허 웃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그럴 수 있을까요? 만일 제가 여 집사님 처럼 실수한다면 저희 남편은 저를 완전히 잡아 먹을 듯 그럴 것 같거든요.”


잠깐 밝히자면 부부클리닉에나 나올법한 이야기 아니고, 그냥 단순한 우스게 농담과 같은 일이었다.

벌어진 일이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화를 내기보다 해결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부르르- 화가 치밀어 오르고 만다. 그건 어느 인간이든 마찬가지리라. 이번 공사에서 남은 것이 있다면, 총알뿐 아니라 책임을 따지지 않는 것이다. 나에게도 와이프에게도 자꾸 반복하여 말했다.

“잘못되더라도 누굴 탓하지 말자!”


아마 나는 처음부터 알았던 것이다. 분명 내가 하는 작업이 와이프의 커트라인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걸!

셀프 인테리어는… 그렇다. 높아진 눈으로 핸들을 잡고, 얇은 지갑으로 도로를 깔아서, 형편없는 손과 끊임없는 끈기와 노력으로 폐달을 밟는 자전거와 같았다. 무슨 소리냐고? 자칫 거지같은 길을 거지같은 자전거로 가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 와중에 누군가를 탓하고 장비를 집어던질 것 같은 여유가 없는 삶이라면 일찌감치 접자. 인테리어를 포기하든, 전문가에게 전부 맡기든 하자. 분야별로 어떤 분야는 분명 세이브한 부분도 있지만, 재료비로 더 털려버린 부분도 있었다. 


벽이라던가, 도배라던가, 페인트라던가. 페인트 값으로 도배를 하고 남았을 정도였으니!

반면, 문과 철거, 도어락, 비디오폰은 정말 세이브했다. 아! 실링팬도 마찬가지!


에피소드엔 담지 못했지만, 줄눈 시공비용이 생각보다 비싸서 샤부작 샤부작 우리가 해보자는 심정으로 줄눈을 시공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잘 닦이는데? 하는 와이프의 말에 마스킹테이프 없이 신나게 발랐다. 단단히 발려진 줄눈과 타일로 세어 넘친 줄눈 액을 닦을 일만 남았다. 

혹시 해본 사람이 있을까?

마스킹 테이프 없이.

그날부터 이사 전날까지 줄눈 지우느라 눈물을 머금었다. 끌칼로 밀고, 철수세미로 긁고. 타일도 상하고 마음도 상하고.


“새집만드려다가 헌집 만들었어. 괜히했어.”

라고 우는 소리가 연신 이어지는 와이프에게 해줄수 있는 말이 많지는 않았다.


괜찮아. 나도 체크못했는 데 뭘! 

괜찮아. 엔틱하고 좋아. 

셀프한 것 티나고 좋네.


이사 전날까지 없는 총알로 간신히 집 꾸미기를 마쳐냈다. 

와이프랑 다투기도 많이 했고, 이 참에 업종을 바꿔볼까 싶은 나날이 이어졌다.

바쁜 매형은 이번 기회에 딱 3년만 고생한다 생각하고 인테리어 사무소를 차려보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농담으로 한 말은 아닌 듯 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여유를 가지자. 실패할 수도 있다는 여유.


그렇게 우리는 잘 이사했다. 우여곡절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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