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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유월 Feb 13. 2024

#5. 신나는 공구 작업들 (2)

2. 뚝딱뚝딱 공구작업은 나도 할 수 있다!

매형의 뚝딱뚝딱 도움으로 어느정도 가닥을 잡은 뒤 이젠 나와 와이프가 도전해야하는 것들 투성이었다. 첫 시작은 콘센트. 하얀 벽에 검색은 콘센트를 박스채 사두었다. 


매형한테 배운대로 양 극과 접지를 달고 기다란 피스로 드르르르 하고 나면 한개씩 뚝딱 완성되었다. 와이프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못다한 어깨 탈골 벽 페인트와 실리콘으로 여기 저기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어 왠지 눈치보이는 이 순간. 슬쩍 와이프를 불렀다.

“그거 내가 할테니까 이리와바.”

“이렇게 저렇게 뚝딱뚝딱 하면 이렇게 돼 ! 할 수 있겠지?”


와이프는 약간의 끄덕임과 함께 드릴을 받아갔다. 그러더니 여기저기 뚝딱뚝딱 콘센트를 해내고 있었다. 뭔가 벽에 대고 열중하는 모습을 보고 약간 흐뭇해 했다. 좋아 이제 나만 편하고 재밌는거 한다고 혼나진 않겠군.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서, 약간 상기된 표정의 와이프가 작은 방에서 나왔다.

“이게 잘 작동할까 겁이나…”

“이게 뭐라고 겁이나~ 괜찮아 괜찮아…”


3. 띵동- 

와이프가 콘센트 작업을 하는 동안 나는 거실의 중요한 요소 하나를 책임지고 있었다. 바로 비디오폰 세트! 대충 아무거나 하려했지만, 왠지 용기가 마구마구 샘솟았으므로 전문 설치 기사를 불러야 할만한 제품으로 사버렸다. 페인트도 마무리 되었고, 이제 진짜 이사할 수 있으려나 싶은 그런 시기였으니 용기가 넘쳐났다.


그래서 기존 비디오폰을 뜯었다. 인터폰 뒤편에는 배선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중요하니까 찰칵, 사진을 찍어주고 모조리 뜯어냈다. 집 안의 비디오폰에도 배선을 확인하고 다 뜯었다. 이제 새로 사온 인터폰을 뜯어서 배선을 연결하려고 봤는데.. 왜 있던 아이와 새로 온 아이의 배선 이름이 다를까. 


동공지진이 일어났다. 음.

좋아, 매형에게 전화를 걸어보자.

사진을 찍어서 카톡으로 먼저 보내고, 전화를 걸었다. 매형, 저 여기 접지 선은 어떻게 할까요? 접지라고 나온 선은 없어요. 대신 다른 선은 있는데 아에 용도가 다른 것 같아요. 네. 네.


매형의 추천으로 그냥 연결 안하고 냅두기로 했다. 그리고 마무리를 지었다. 인터폰이 너무 구형이라 그런지, 배선 설명이 엉망인 상태였다. 비디오 선과 오디오 선과, 파워 선. 그리고 마이너스. 접지에 마이너스를 꽂으면 큰일 날 것 같은데, 그냥 냅둬도 될 것 같다니 두기로 했다. 


다음은 거실의 비디오폰 차례. 당연히 뚝딱 맞출 순 없겠지. 인터폰하고 배선의 색 마저 다른걸로 보아, 중간에 한번 공사를 하면서 되는대로 선을 꽂은 듯 했다. (망할!) 이러쿵 저러쿵 하고 연결하고 이제 대망의 두꺼비집을 올리는데.

-팟 !


두꺼비집이 올라가다 말고 떨어졌다. 아 망했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 매형, 네 전대요. 차단기가 떨어져요. 네?

매형 말로는 내가 아무리 비디오폰 선을 잘못 꽂았더라도 차단기가 떨어질 건 아니라는 것이였다. 어 그럼 뭐지? 다시 올려보아도 결과는 같았다.

- 팟 !


비디오폰에 전원을 빼고 올려도 마찬가지였다.

- 팟!


아, 비디오폰 때문이 아니구나. 마지막으로 와이프가 작업한 콘센트 위의 하얀 페인트에 탄 그을음이 묻어있었다. 콘센트를 제거해보니 나사로 전원선을 뚫어버려서 합선이 일어났었던 모양이다. 휴. 다행이다 나 때문이 아니네.


원인을 알았으니 해결은 금방! 자 이제 콘센트도 뚝딱 해결했으니 이제 완벽한 비디오폰이 기다리고 있겠지?

... 인터폰에서 연결된 신호가 합선이 되면서 초인종이 울리는 원리라는 걸 알아냈지만, 비디오와 오디오 신호는 살아서 비디오폰까지 오지 못했다. 망할 배선 문제겠지? 그래 집도 좁은데 딩동- 소리나면 내가 나가보면 돼. 라고 위안을 삼아야 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을 너머, 비디오폰을 다시 해체해서 반품을 하던지 당근에 팔던지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가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연결해보자는 와이프의 권유와 응원에 집단지성을 모으게 되었다. 그리고 과감하게 - 전원을 접지에 연결했고, 우리는 영광의 비디오 신호와 오디오 신호를 인터폰에서부터 비디오폰까지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눈물)


4. 그리고 다시 조명

조명 계획에 따라 1.2m 조명하나와 1 m 조명 하나를 우선 구매했다. 앞으로 핀 라이트를 대량으로 구매하게 될 예정이었다. 레일 조명 두개를 들고 현장에 왔다. 와이프의 지시대로 두개를 설치했는데, 망했다. 불이 안들어온다.


위치를 조금씩 바꾸면서 찾아보니, 어느 구역까지는 전원이 도는데, 일정 구역부터 전원이 죽은 듯 했다. 그렇게 망한 구역을 찾아냈다. 바로 매형이랑 레일을 설치하다가 천장에 박은 나사못이 약간 일그러져서 빼지도 더 박지도 못하는 그런 구역이었다. 하필! 한 블럭만 더 진행했다면 그래도 이렇게까지 어렵진 않을텐데!

또 혼자 천장에 매달려 생각했다. 레일 설치할 때 조명 하나만 먼저 사둘껄! 매형이랑 같이 내렸으면 좋았을 텐데!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 혼자 낑낑거리며 레일을 내리고 다시 정리해서 설치했더니 드디어 레일에 전기가 통했다. 휴. 두고두고 누나와 매형에게 자랑해야지.


그 후 벽에 설치할 오브젝트(?) 들을 구상하고 핀조명을 계산해서 10개 정도 레일 핀조명 세트를 구매해서 쌓아두었다. 이제 진짜 끝이 보인다.


5.  끝나지 않는, 부엌은 내가 할껄!

이제 부엌에도 전동 드릴로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콘센트? 그건 진즉에 다 했으니 멀대 전문가씨가 버려두고 간 전원선을 처리해야 할 차례였다. 크게 부엌에서 만들어야 하는 전원선은 인덕션을 연결하기 위한 하부 콘센트와 환풍기를 연결해야하는 상부 콘센트였다. 콘센트 구멍이 있는 것도 아니고 덜렁 전원 선만 남겨진 상태라서 콘센트를 만들어야 했다. 


만들어 본 적이 있었겠니? 당연히 없지. 그럼 핸드폰을 켜자!

이번엔 매형에게 전화를 건게 아니였다. 뭔가 구조가 너무 단순해서 왠지 알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이럴 땐 역시 초록창의 네이버 전문가들을 모셔볼 차례였다. 전원을 양 쪽에 잘 연결하고 접지만 잘 연결해서 콘센트를 닫으면 끝이었다. 흠. 어렵지 않군.


환풍기를 연결할 상부 콘센트는 뚝딱 만들어서 방해되지 않는 구석쯤에 나사로 붙여버렸다. 이제 뭔 일이 있어도 콘센트 전원 선만 덜렁덜렁하고 있진 않겠지. 그럭저럭 잘 마무리 되었구나 싶었다. 이제 마지막 하부 콘센트를 만들 차례였다. 콘센트 만드는 방법은 정확하게 이해했고, 직접 만들어도 보았으니 이제 어렵지않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미 부엌 수납장들이 설치가 된 터라 내가 수납장 안에 들어가서 콘센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벽에서 나온 전원선의 길이가 한계가 있으므로 내가 기어들어가야만했다.


“아우 젠장!”

와이프가 다른 일 때문에 현장에 없는 틈을 타서 큰 소리로 텍스트로 적은 문장보다 더 심한 욕을 한번 뱉어보았다. 선을 최대한 빼 놓고 각각의 전원 선을 콘센트에 걸어서 나사로 죄야한다. 그런데 내 몸집이 아무리 작아도 싱크대 하부장만큼 작진 못했다. 어두운 수납장 안에서 불편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내 머리통보다 큰 전동 드릴을 미세하게 조정해야했다. 


-팅

죄고 있던 전원선이 또 빠져나갔다.


“어우 젠장!!!”

아까보다 조금 더 큰 소리를 내 보았다. 물론 해결되는 것은 없었다. 

그렇게 너댓번 정도 더 큰 소리로 욕을 뱉고나서야 전원선 두가닥과 접지선을 모두 콘센트에 연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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