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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유월 Feb 06. 2024

#5. 신나는 공구 작업들 (1)

0. 드디어 셀프 인테리어가 끝나가는 것 같은데?

사실 공구작업이 시작된 것은 페인트가 마무리 되기 전이었다. 공사 일정 때문에 페인트가 마무리 된 부분 먼저 작업을 시작해야했다. 가장 중요한 조명과 인터폰, 그리고 콘센트와 스위치 교체 작업이 주 작업이었다. 부엌 사람들이 놓고간 전원선도 연결해야했다. 약간의 깊은 빡침.

그렇지만 놀랍게도 인테리어 과정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 공구로 뚝딱뚝딱하는 지금이었다. 완성이 되어가는 인테리어에 마무리를 짓는 과정이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위잉- 지잉- 하는 공구의 역할 때문인지 몰라도 여튼 신나는 공구작업이었다.


1. 전기는 매형과 함께!

전등을 비롯한 기초 전기는 매형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전기 기사로 일하시는 매형에게 외주를 맡기고도 싶었지만, 첫번째로 매형은 정말 바쁜 사람이었다. 그리고 두번째로는 매형에게 줄 외주 공사비도 없었다. 다시금 매형은 너무 바쁠만큼 비싼 사람이었다. 그래서 매형이 도와주는 모양으로 작업이 시작되었다. 매형의 권유로 누나까지 폴리텍에서 전기관련 자격증을 따버렸고, 누나와 매형의 도움으로 우리집 전등을 달게 되었다.


와이프의 주장으로 거실과 부엌을 통으로 이어버린 등은 레일을 깔기로 했다. 매형과 누나가 시간을 내서 맨바닥에 설계를 해두었다. 대충 슥- 슥- 할 줄 알았는데 레벨기까지 가져와서 센치미터 단위의 측정으로 측량 및 공사 설계를 마무리했다. 괜히 미안하고 머쓱.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걸리는 일이었다. 그런데 나는 정작 오래전 생긴 선약으로 한푼 도움도 주지 못했다. 서너시간이 지나고 매형이 카톡으로 필요 자재를 적어주었다. 3미터 레일 몇개, 2미터 몇개, 연결, 마감 등등등.. 그리고 아는 가게까지 추천해줬다. 


가게를 방문하면서 자기 소개를 시작했다. “아~ 형님께서~ “라는 말로 조명가게 사장님과의 우호 관계가 시작되었다. 역시 한국사회는 학연 혈연 지연! 아~ 형님~ 덕분에 도매가로 물건을 샀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필요한 전기 자재도 그 가게에서 살 수 있었다. 있을까 없을까 싶은 부분마저, 먼저 전화를 해 놓으면 요청한 날 까지 마련해주셨다. 사장님은 “형님네 처남댁”이라고 써 놓고 견적서와 계산서를 끊었다. 그렇게 나는 a.k.a. 처남댁으로 순식간에 단골 고객이 되었다.


그리고 매형은 감감무소식. 매형은 정말 바쁜 사람이었다. 급히 주말 반나절의 시간을 주신 매형덕에 우리는 아이를 누나한테 맡기고 매형과 함께 주말까지 공사 현장에 투입되었다. (육아가 힘든 나는 오히려 좋아?)

매형은 바닥에 그려진대로 레이저 레벨기를 설치했다. 그리고 바닥 설계대로 레일을 하나 하나 깔았다. 그리고 자로 재면서 커팅을 시작했다. 어뎁터의 크기까지 재면서 매형이 글라인더로 레일을 잘라내면, 내가 천장에 박을 수 있도록 피스 구멍을 뚫었다. 그 다음은 천장에 올려서 레이저에 맞춰서 설치할 자리를 잡으면 피스 구멍을 낸 곳을 체크해서 천장을 뚫는다. 그 뒤에 칼 블럭을 넣고 레일을 설치한다. 


이 과정을 15번 반복했다. 부엌에서 거실로 이르는 통 천장에 하나로 연결한 레일이 설치되었다. 그리고 그 동안 레일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배워버렸다. 오케이. 다음에 어디다 설치해볼까.


설치를 다 하고 나니 큰일이 났다. 레일이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적당히 쓸 레일등을 하나 샀어야 했는데, 바보같이 레일만 사놓았던 것이었다. 아 지금 생각해도 끔찍히도 멍청했다. 그래서 매형이 그랬다.

“될꺼야. 아마.”


우당탕탕 레일 설치를 마치고 나서는 메인 전기를 확인할 차례가 되었다. 나는 전기라는 문명을 매우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지난 세입자가 지난해 12월에 쓴 전기량이 172kWh 인데, 우리집이 올해 12월에 쓴 전기량은 404kWh였다. 이 양이 절대적으로 어떤 양을 뜻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많이 쓰는 것 같다. 


그래서 매형에게 부탁해서 두꺼비집에 들어오는 전기를 한 선을 넓히고 싶다고 했다. 보통 한 선에 걸리는 전기가 3000이라는 데, 그러한 전기가 세 가닥이 들어오는 구형 아파트였다. 그래서 골고루 나누면 좋겠지만, 또 뜻하는 바가 그렇게 굴러가지 않았다. 


부엌에 걸리는 선이 하나 인데, 이 선으로 인덕션, 식기세척기, 정수기, 포트기, 밥솥, 오븐,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기, 세탁기, 건조기, 냉장고, 김치냉장고, 음식물처리기, 커피머신이 기본으로 달려있었다. 물론 동 시간에 모든 제품을 같이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음식물처리기, 정수기는 24시간 가동되는 가전이었다. 그러니 혹 세탁기를 쓰면서 건조기를 쓰는데, 인덕션에서 요리를 해야하는 상황이 오면 긴장해야 하는 것이다. 1구는 어떻게 버티겠지만, 2구를 켜는 순간, 요리는 시작하다말고 팟-! 차단기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었다.


매형은 벽에 뱀 같은 선을 꾸역꾸역넣었다. 들어간 선은 작은방에서 발견되었다. 부엌 인덕션 근처에서 발견되는 것이 더할나위 없는 최고의 결과였지만 오랜 시간 뱀 같은 선은 갈피를 못잡고 헤메이다가 결국 포기를 선언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우리집 부엌에서 인덕션 3구를 켜려면 불굴의 용기를 가지고 도전해야 하는 집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또 다시 등을 달아야 할 시간이었다. 바로 방 등. 우리집은 벤틸레이션(환기 시스템)이 없는 구형 아파트였다. 이 때 와이프의 로망이 폭발했다.

“좋아, 이제 계획대로 거실에 멋진 실링팬을 달자!”


뭐, 좋아~ 라고 했더니, 어느날 밤 실링팬 쇼핑을 시작한 와이프는 그날 새벽 여섯시에 잠들었다. 장바구니에는 실링팬을 비롯해 300만원이 넘는 크고 작은 인테리어 소품들이 있었다. 사실 그 덕에 좋은 가격에 미리 실링팬을 준비할 수 있었지만...


여튼! 매형이 실링팬 하나를 꺼내어 시범을 보여주었다. 제일 어려운 거실 실링팬을 매형이 시범을 보이며 달아 주었는데, 문제는 실링팬이 두 종류였다는 것. 안방과 각 방에 달 실링팬은 전선 연결만 속성으로 뚝딱배우는 것으로 마무리 하기로 했다.


다음날 매형 없이 혼자 실링팬을 달아야 했는데, 너무 저렴한 모델을 사서 그런지 규격이 잘 맞지 않네... 부족한 장비로 천장을 세번이나 뚫어내야했다. 그런 우당탕탕스러운 이벤트를 지나고 나니, 실링팬 만세! 고장나면 새로 사서 달지 뭐, 할 만큼 저렴한 실링팬 4개가 천장에 덜렁 달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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