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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유월 Feb 20. 2024

#5. 신나는 공구 작업들 (3)

6. 마법의 시트지.

이번엔 조금 다른 공구를 꺼낼 차례였다. 히팅건이라니. 내가 히팅건을 살줄이야. 물론 잘 쓰고나서 당근해야하지만 아직까지 잘 보관하고 있다. 언제 내다 팔지?


아무튼, 이번 히팅건은 칼과 함께 시트지 작업으로 이어졌다. 시트지 작업을 할 곳은 현관문과 안방문. 인테리어를 시작하고나서 현관문을 제외한 모든 문은 다 뗐다. 그리고 작은방 두개의 문은 내다 버렸고, 화장실 문도 함께 껴서 버렸다. 남은 문은 안방 문 뿐! 그 문 마저 새것으로 바꾸자니 문틀까지 통째로 바꿔야 한대서 덜컥 겁이났다. 그럼 뭐 어쩌겠어. 문을 새로 칠할 것 아니면 새것처럼 붙여야지!


방문을 떼는 것은 매우 쉬웠다. 위이잉~ 철컥. 전동 드라이버 몇번으로 해결되는 아주 깜찍한 일이었다. 그 다음이 바로 시트지 인데 이 일을 한번에 성공하려면,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와이프와 업무 시간표를 맞춰야 했다. 


한쪽 끝을 잡고 있으면 천천히 접착면을 떼서 나아간다. 떨어진 접착면을 문에 꼭꼭 붙이고, 혹 볼록하고 울기 시작하면 바깥으로 공기를 빼줄 수 있게 한다. 음, 이건 마치, 핸드폰 액정 보호 필름 붙이는 느낌! 다른 점이 있다면 접착력이 장난 아니라는 점!


하나 더 꼽자면 옛날 아파트의 안방 문은 요즘 문 처럼 아주 플랫한 모양이 아니라는 점. 무슨 문에 기교를 이렇게 부려놓았는지! 히팅건으로 멀리서 열을 주고 흐물흐물하게 만들어서 곡면에 착 달라 붙게 하면 완성이었다. 생각보다 너무 잘 나온 듯 했다!


“오? 좀 잘하는데?”

자찬할 때가 가장 문제였다. 다음은 현관문 차례. 안방문은 귀여운 수준이었다. 현관문은 뗄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문을 열어두고 붙이기로 했다. 일단 안쪽의 도어 스토퍼를 떼고 도어락을 떼고 감쇠기를 떼고 안쪽부터 내려오는데, 뭔가. 뭔가! 왜 이렇게 울지?


울퉁불퉁 찌글찌글. 서로 눈치보며 위안삼으며 안쪽 문을 마무리 지었다. 기교 가득한 안방문이 훨씬 쉬웠다. 그리고 시트지보다 아주 조금 작은 현관문. 더 큰 시트지는 팔지도 않았다.


어쩌겠어. 다시 앞부분 도전!

히팅건에 녹아서 구멍 났다가, 울었다가 난리도 아니었다. 다행이라면 울은 부분에 도어락이 앉을 예정이라는 정도 ?


최대 길이를 샀으나 하단 10cm가 부족했고 감쪽같이 덧붙여서 현관문을 바꾼 것 처럼(ㅋ) 만들었다. 호패도 떼고 예쁜 걸로 주문해서 새로 달았다. 그러고 나니, 아파트에서 유일한 우리집 현관문에 만족스러웠다.

남은 시트지는 잘 갈무리했다가 버릴까 싶었던 서랍장에 새로 붙여보았다. 낡아서 떨어지는 나무색 시트지를 떼고 합판만 남겨두고 그 위에 현관문과 같은 색을 붙였다.


“다음엔 더 잘하겠는데?”

와이프가 말했다.

그래, 아무렴~ 그렇겠지.


7. 좁은 화장실을 해결해보자

화장실 문은 화장실 안쪽으로 열리는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습식 화장실 특성상 문에 묻은 물이 화장실 밖으로 흘러나가게 하지 않기 위함인데, 안그래도 작은 집에 안쪽으로 열리는 화장실 문이라니. 댓츠 노노.


슬라이딩 도어를 찾았다. 와이프가 예전에 일본 여행을 하면서 생각해둔 도기와 화장실 문을 주장했는데, 도기는 국내에서 찾기 힘들었고 화장실 문은 도저히 기억이 나질 않았다. 나중에 가족 여행으로 대마도를 다녀온 뒤에야 ‘ 아아~ 이거!! ‘ 할 수 있었다.


여튼, 슬라이딩 도어 설치를 업체에 맡기려고 했더니 지역 업체에서는 딱히 슬라이딩 도어를 취급하는 곳이 없었을 뿐더러, 전국 업체에 문의 했더니 설치 일정을 픽스해주지 못했다. 뭐 별수 있나. 내가 해야지.


업체에 문의했더니 차근 차근 알려준다. 시키는대로 주문을 하고나서, 며칠이 지나자 화물로 도착한 슬라이딩 도어. 생각보다 무거웠다. 레일에는 덜렁 3개의 피스 구멍만 잡혀있었다. 이거 피스3개로 이 무게를 견디라고? 안될텐데?


피스 구멍을 두개 더 뚫었다. 레일조차 무거웠다. 일하던 와이프를 불러다가 받쳐 세우게 하고 벽에 구멍을 냈다. 그리고 레일을 달고 문을 걸…어야 하는데, 높이를 잘못 쟀다. 너무 낮았다. 문이 걸리는데 비스듬하게 되버렸다.


문을 떼고, 레일을 빼고 약간 올려서 레일을 다시 붙여야 했다. 다시 와이프를 불러다가 받쳐 세우게 하고, 벽에 또 구멍을 냈다. 그리고 이번엔 자신있게 문을 레일에 걸었다. 음. 슬라이딩 도어 하단에 주먹하나가 들어갈 것 같이 떠버렸다.


“안재고 해?!”

혼날만 했다.

문을 또 떼고, 레일을 빼고 약간 내려서 레일을 또 다시 붙였다. 다시 와이프를 부를 수가 없어서 혼자 낑낑거리고 있었더니 와이프가 레일을 받쳐주었다. 음. 또 또 구멍을 냈다. 그리고 문을 걸었다. 역시 완벽했다. 아래에서 보면 레일에 가려져서 잘못 낸 구멍들이 보이지도 않았다. 휴


그리고 화장실에 수건박스와 수건걸이, 거울까지 달아야 했다. 철물점에서 만능드릴비트와 청테이프를 샀다. 마치 화살촉 같이 생긴 비트인데, 일반 비트를 화장실 타일에 시도했다가 깨먹는 불상사가 생긴다고 한다! 그럴 순 없지.


이 화살촉같은 비트가 아주 물건이라는 걸 깨달았다. 정말 예쁘게 뚫는데는 최고였다. 타일 뿐 아니라 석고보드, 시멘트 등등 정말 만능이었다. 만능이 아닌 건 나의 기술과 나의 손꾸락 뿐.

거울을 예쁘게 달았건만 실리콘이 예쁘게 쏴지지 않았다. 손으로 빚었다. 휴. 역시 화장실은 전문가에게 맡겼어야했다.


8. 선반들?

우리집은 아주 대단한 맥시멀리스트다. 당연하게 부엌 용품도 넘쳐나는데 이 부엌을 상부장도 없이 수납할 수 없는 노릇! 와이프는 선반을 골랐다. 이케아 선반으로 타일 벽 위에 선반을 깔기로 했다. 싱크대 위에만 선반 6개를 설치하기로 했다. 


그러면 먼저 할 일은 선반 보드와 선반 발을 조립해야 했다. 그런면에서 이케아 치고는 만듦새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바로 선반 보드와 지지대 사이에 피스 자리를 만들어주지 않았다는 점이 그러했다. 선반 발 위치를 마음껏 커스터마이징 하라는 뜻인가. 


바닥에 한참을 앉아서 선반들을 조립했다. 선반 당 발 두개씩, 발 당 피스 두개씩 박으면 끝날일이지만, 바닥과 발을 평평하게 대고 피스를 박는게 관건이었다. 만일 삐뚤게 박는다면, 아마 나는 와이프에게 크게 혼나겠지?


최대한 맞추려고 했지만 통일되지 못한 선반의 발 위치는 누가봐도 셀프로 했다는 티를 낼 수 있게 했다. 게다가 선반 발 위치가 다르다보니 벽을 뚫어야 하는 구멍의 위치도 제각각이었다. 결국 하나 하나 위치를 정하고 피스 자리를 체크하고 드릴질을 해야했다.


여기서 또 만능 드릴 비트 차례! 말끔히 뚫어내고 칼블럭을 넣고 조립된 선반을 피스로 고정시키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두개쯤 했을때 문제가 생겼다. 부엌 타일은 셀프로 해둔터라 벽이 살짝 둥글었던 것. 벽이 평평하지 않다보니 선반이 착 달라붙지 않았다. 그러면서 구멍을 뚫은 곳과 피스의 위치가 미묘하게 어긋나기 시작했다. 망할.


일단 와이프는 다른 일을 하느라 혼자 작업공간에 있었기 때문에 이 일에 대한 컨펌을 받아야 했다. 그러므로 일단 패스.

나머지 선반을 모두 설치한 다음 날. 아니나 다를까 와이프는 뾰죡해져버렸다. 


“이게 뭐야? 이게 왜 안맞아?”

역시 선반이 딱 붙지 않아서 높이가 어긋난 선반에 찌릿하고 신호를 받은 와이프였다. 

아니, 이게 타일이 평평하지 않아서 이게 떠버려서… 

아 나는 왜 작아지는가.


결국 컨펌을 받고 피스 구멍을 다시 뚫었다. 벽에 안붙더라도 선반끼리는 반듯하게 연결되어야 한다는 컨펌이었다. 아 타일 공사를 조금만 더 잘할껄!


그래도 이제 정말 이 인테리어 지옥의 끝이 보인다.


부엌의 맞은 벽 쪽에 하단 수납장이 추가로 도착하고, 수납장 한 칸위에 상단 수납장을 얹고나니 선반 하나를 더 달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말끔히 해결하는 것 까지, 선반 작업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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