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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왜 안 되죠?

익숙하고 자연스러워지면 잊어버린다, 어색하던 시간을.

Hey YOPA, What happened? 

미국에서 조종유학을 하던 때의 이야기다. 흔한 비행수업은 보통 한 두시간 가량의 비행 교육을 마친 뒤, 비행교관들이 학생들과 디브리핑(Debriefing)을 진행한다. 오늘 수업의 목표는 무엇이었고, 학생이 어느 정도의 기량을 보여주었으며 비행기에서 하지 못한 코멘트와 토론을 주고 받는 자리다. (쉽게 말해서 잘했으면 칭찬듬뿍, 못했으면 탈탈 털리고 닦이는 자리다.) 


당시 나는 눈으로 바깥을 보며 비행하는 시계비행 교육을 마치고 계기판에만 의존해 비행하는 계기비행을 배우는 중이었다. 쉽게 말하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비행기가 기울어져 있는지 비행기가 올라가고 있는지 내려가고 있는지 등을 계기판을 통해서만 판단하는 비행이다. 


계기비행 수업 모습. 바깥 후드를 쓴 채 풍경을 보지 않고 계기판 만을 의존해서 비행한다 | 출처: /positiveattitudeaviation 
비행 유학 생활 중 남긴 멋진 풍경사진은,  비행이 이숙하니까 찍을 수 있는 의미기도 하다. 


그날 따라 잘 되던 비행이 매끄럽지 않았다. 날씨 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브리핑실로 들어오면서 이미 예상했었다. 그리 밝은 분위기의 브리핑은 아닐 것임을. 예상대로 시작은 “What happend?” 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설명해봐“ 라는 말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속으로 “글쎄… 오늘 컨디션이 좀 안 좋은걸요…”라고 이야기 할 뿐이었다. 정적을 깨고 나온 뒤, 나의 첫 마디는 I will do better next time. 이었다.


수 년이 지난 지금, 

나도 그렇고 조종사들에게 바깥 풍경이 중요할까. 활화산이 없는 우리 나라에서 조종사의 시야를 가리는 것은 야간이거나, 짙은 안개와, 구름, 그리고 눈과 비바람 정도다. 기류가 거칠고 터뷸런스가 심한 날이 아니라면 바깥 풍경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계기판을 더 신뢰하게 된다. 오히려 계기판을 보고 비행하는 것이 더 편하고 정확하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익숙해진 것이다.

시간이 쌓일 수록 익숙해지면서 잘하게 된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비행기에서 조종사들은 계기판으로만 비행한다. 나중에는 이게 익숙해진다. | 출처: Flyer Magazine




이게 안 되네요?
아 … 이게 왜 안 되지?  

요가 수업 중 이었다. 요가를 시작한지 3개월도 안 되었던 시절 선생님은 늘 그렇듯 간단한 아도무카스바사나, 쉬운 말로 다운독 자세를 시키고 계셨다. 강아지가 기지개를 펴는 듯한 형상의 자세는 언듯 보면 기합받는 자세와 아주 유사하다. 아쉬탕가 요가에서는 쉬는 자세로 불리기도 한다.  


문제는 유연성이다. 아랫배에 힘을 줘서 당기는 것은 물론 날개뼈를 잘 모은채 어깨는 으쓱 하며 뽑아내듯  

밀고 다리는 뒷꿈치를 땅에 닿게 해야하는데, 내 허리과 허벅지는 그닥 유연하지 않았다. 어깨는 말할 것도 없었다. 견갑골이라고 하는 날개뼈 주변 근육 쓰는 법을 까먹은 것 같았다. 유연성이 없으면 쉬는 자세가 아니라 고역 그 자체다. 햄스트링(뒷 허벅지 근육)이 짧으면 까치발을 들어야 하고, 발과 손 사이 간격을 좁혀도 아래 허리가 쭉 펴지지 않을 수 있다 어깨도 잔뜩 굳어 있기에 온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마치 군대에서 기합받는 장면과 비슷하다. 


간단해 보이지만, 쉽지 않은 자세 | 출처: 나는나 작가님의 브런치


보통 요가선생님들은 수강생의 척추를 늘리거나 햄스트링을 더 길게 쓸 수 있도록 핸즈온(Hands-On) 이라는 것을 하신다. 그치만 나의 유연성은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처참한 상태였다.


요파님, 그때 다운독 자세 너무 이상해서
놀리고 싶었는데 안 친해서 참았어요 ^^


시간이 지나고, 돌덩이 같았던 아래 허리가 펴지기 시작했다. 자세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익숙해지고 늘어난 유연성 만큼 자세에 여유가 생겼고 선생님과 수업이 끝난 뒤 간단한 농담도 할 수 있었다. 


사실 저도 원래 뒤꿈치가 안 닿았어요.
회원님들께서 안 믿으시는데
안 유연했어요. 진짜로.


요가선생님들과 대화해보면 '저는 원래 유연했어요.' 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내 경험에서는 '저도 원래 지인짜 유연성이 없었어요.' 라고 하는 분들이 많다. 의외로 정말 많다. 태어날 때 부터 요가 선생님이었던 것 처럼 몸이 앞으로 뒤로 옆으로 접히고 어깨가 360도로 돌아가는 분들이 많지만, 이들도 처음부터 모든 동작들이 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익숙해진 것이다.

시간이 쌓일수록 익숙해지고, 전 보다는 잘하게 되고

여유가 생긴 것이다.




비행도 요가의 어느 동작들도 처음에는 어색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이전 보다는 잘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부터는 마치 원래 하던 일과 같다. 태어날 때 부터 조종사의 자질을 타고 난 것 처럼 보이기도 하고, 태어날 때 부터 몸과 마음이 유연해서 요가선생님의 자질을 타고난 것 같은 사람들이 있다.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시간 동안 계속하면 된다. '왜 이렇게 못하지?' 라고 수근거리는 이야기가 들릴 수도 있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조금 심할 때는 '아니 이게 안 돼?' 라는 날 선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고 '아니 근데 이게 어려워?' 라는 조금 더 날카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나 보다 먼저 잘 하게 된 사람들은 이미 그것들이 익숙해진 사람들이다. 익숙해진 다음에는 잘 못하던 시간이 잊혀진다.


그러니 나는 계속하면 된다. 주변에서 뭐라 하든 필요한 경험치가 적절하게 쌓인 어느 날 된다. 그게 무엇이든. 지금 어색하고 막막하고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면 자연스러운 과정 위에 있는 것이다. 나 보다 잘하는 사람들은 나 보다 먼저 노력과 시간이 쌓여서 익숙해졌을 뿐.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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