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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사 Oct 29. 2019

금원 2 : 여성 문사들과의 교류

  금원은 혼인 전 여행을 통해, 빼어난 승경을 둘러보고 자신의 향후 삶에 대해 윤곽을 그렸다. 당시 여성으로 홀로 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남장은 오래갈 수 없었다. 결국 혼인을 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혼인을 했다고 해서, 금원은 규방에 갇혀 있지만은 않았다. 결혼 후에도 남편의 임지에 동반해 가서, 안주인으로서 관아의 창고를 관리하기도 하고, 임지 주변의 승경을 둘러보고 백성들의 삶을 살피기도 한다. 또한 여성이면서도 시를 쓸 수 있는 문사들과 시를 짓는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한다. 적어도 금원에게, 결혼은 감옥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탐색할 수 있는 둥지가 되었던 것이다.

  금원의 여성 동지들은 그녀의 글을 칭찬하며 비평을 남겼고, 여러 남성 사대부들도 금원의 글을 읽었다. 조선시대 한문으로 쓴 여행기 중에 여성 작가의 작품은 오직 금원의 <호동서낙기> 뿐이다. 남편을 따라 승경을 구경하고 여행기를 남긴 여인이 존재하기는 했으나, 미혼의 여성이 남장을 하고 여행을 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 점에서, 금원의 담대함은 현대 독자에게 놀라움을 준다. 현대의 시점으로 금원의 여행을 끌어오더라도, 고작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부모를 떠나 여행을 떠나는 것은 쉬운 결정이라 할 수 없다. 또한 결혼 후에도 글쓰기와 여행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자신의 글을 여러 사람에게 보였다는 점에서, 그녀는 작가로서 자신의 가능성을 펼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한미한 집안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불멸을 꿈꾸었던 여성. 금원의 여행기는 여성적인 면과 남성적인 면을 둘 다 가지고 있다. 유려하고 섬세하면서도, 웅장하고 화려하다. 그녀는 여성 문인의 역사에 한 획을 긋고, 불멸의 존재로 살아남았다. 나는 금원을 보면 배낭여행을 떠나는 현대의 젊은 여성들이 연상된다. 설레임과 두려움을 품고,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아름답고 웅장한 자연환경과 인류의 문화유산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샅샅이 살펴보는 여성들이.  눈에 닿는 곳마다 인문지리정보를 수집하여 정리하고, 고단한 삶에서 쌓였던 우울감을 해소하고, 글쓰기에 자신의 삶의 여정과 의미를 담아낼 그녀들은 다름 아닌 금원의 후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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