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3반 하길 참 잘했다!"
색칠하기 삼매경에 빠진 아이가 들릴락말락 혼자 소리로 이야기했다.
제가 원해서 3반을 한 게 아닌데도 마치 저의 선택인 것처럼 말하는 모습이 우스워
1수업 2교사제 튜터 일을 하던 나는 그 소리에 살짝 이유를 물었다.
"왜냐면, 첫째로 선생님이 착하고 두 번째는 색칠하고 만들기를 많이 하고, 세 번째는 '기영이'(검정고무신)도 보여줘서 좋아요."
2학년이면 한창 손으로 만들고 직접 체험하고 배우는 노작활동이 당연히 많을 거라 생각한 나는 다른 반은 그렇지 않은지를 물었다. 그렇지 않은 반이 많단다. 하교를 하면서 나누는 이런저런 대화를 통해 각자 자기 반이 돌아가는 모습들을 확인하면서 어린 초등학생들도 사회성을 배운다. 열심히 만들고 색칠한 것에 스스로 뿌듯해하고 마지막 자투리 시간에 본 검정고무신은 초등 2학년 학교생활 중 하루의 고단함을 단번에 씻어낸다고 느끼는가 보았다.
선생님 중에는 특별히 그리고 색칠하고 접고 펴고 오리고 붙여서 만드는 노작 활동의 유익함을 학습에 적극적으로 적용하시는 분이 계신다.
"다양하게 많은 색깔을 사용해서 색칠하는 게 좋아요."
즐거운 마음으로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도 칭찬받을 만하지만 색연필이 지면을 너무 듬성듬성 지나가서 여백이 휑하게 돌출되면 담임선생님은 좀더 꼼꼼하게 여백을 채울 것을 아이에게 요청하신다.
"선생님~ 불 뿜는 용 그림 보여주세요"
"소방차를 못 그리겠어요. 보여주세요~"
"꽃 그림 보여주세요~"
"사람 얼굴 보여주세요~"
아이들의 요청이 쇄도하지만 선생님은 텔레비전 화면을 분할 화면으로 최대한 쪼개 요청한 모든 그림을 화면에 띄워 보여주신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앞으로 나와 그림 따라그리기에 흠뻑 빠져든다. 자유롭고 편안한 속닥속닥 말소리가 교실 공간을 찰랑찰랑 떠다니지만 거슬리지 않는다. 어떨 땐 아이들이 먼저,
"선생님~ 나무로다, 노래 틀어주세요~" 하고 주문을 한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그리고 색칠하는 골똘한 집중력과 주의력이 보는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이 모든 활동이 가능토록 하는 담임 선생님의 역량 덕분이다.
노작활동은 글씨를 쓰고 도구를 다룰 때 필요한 손 근육을 발달시킨다. 그리고 스스로 그리고 색칠하고 만들기를 하는 과정에서 사고력과 창의력이 길러지면서 자신에 대한 뿌듯한 기분,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아이들의 정서가 가지런하게 정돈되고 순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내가 느끼는 이 평안함을 아이들이 모를 리가 없다. 나도 2학년 3반에 오길 참 잘 한 것 같다. 비록 내가 정한 바는 없지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