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한글수업-가갸거겨 한글을 몸으로 익혀요(1)

by 수경

유치원에서부터 한글교육이 이루어져 초등학교 1학년에서도 제법 한글을 잘 읽는 아이들이 많다. 그럼에도 초등학교에서는 한글 교육을 모음 10개 글자를 소리 내어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대다수 많은 아이들은 선생님이 'ㅏ' 를 칠판에 쓰고 '아'로 읽으면 '야, 어, 여, 오, 요, 우, 유, 으, 이'가 자동으로 따라 나온다. 발음과 모양이 어려운 단모음이나 이중모음은 자음 소리를 익힌 뒤에 혹은 낱말 카드에 나오는 단어를 통해서도 배우게 된다.



자음은 자음자의 이름을 익히는 것부터 시작한다. 자음자를 쓰고 '기역, 니은, 디귿, 리을, 미음, 비읍, 시옷, 이응, 지읒, 치읓, 키읔, 티읕, 피읖, 히읗'이라고 여러번 반복해서 입으로 소리내어 읽는다. 당연히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듯 잘 따라하고, 기역이나 시옷과 같은 몇몇 예외 글자에 대한 설명과 함께 선생님은 글자의 이름에서 받침은 자기 글자를 그대로 가지고 와서 'ㅡ' 아래에 적는다고 친절히 설명해주신다. 하지만 이 설명은 아이들의 귀를 스쳐지나가는 것 같다. 그럼에도 용하게 이것을 이해하고 익히고 기억하는 아이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잘 몰라도 된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반복하면서 이해하고 익히면 될 뿐만 아니라 또 중학교에 가서도 이 내용은 분명히 다시 설명되어질 것이다.



많은 아이들이 어느 정도의 한글 읽기 학습에는 도달했다 하더라도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의 한글 수업은 아주 천천히 내실 있게, 즐거운 마음이 고요히 정서에 스며들도록 진행되는 것 같다. 한글 자모에 대해 여러 차례 익힌 후 담임선생님께서 모음자를 몸으로 표현하는 그림책을 가지고 오셔서 화면에 띄워 아이들에게 읽어주셨다. 이어 모음을 몸으로 표현하는 놀이가 시작되었다.



나의 개별 도움을 받으며 학습하는 아이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로 4월 첫날부터 한번도 손을 들고 발표하는 일이 없었다. 내가 정답을 알려주고 한번 발표해보자~응, 하며 달래봐도 전혀 꿈쩍도 하지 않아 은근히 걱정이 되었는데, 모음자를 몸으로 표현하는 놀이에서 저 혼자 손을 번쩍 들고 앞으로 나가 글자를 표현하고 들어왔다.



전체 아이들에게 등이 보이도록 똑바로 서서 왼팔을 오른팔보다 더 길게 오른쪽으로 뻗어 'ㅑ'를 표현하거나 반대편인 왼쪽으로 뻗어 'ㅕ'를 표현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고개를 푹 숙이고 팔을 양옆으로 벌린 채 다리를 모으면 'ㅜ', 다리를 벌리면서 'ㅠ'를 만들어낸다.



나의 도움을 받는 아이는 가만히 서 있는 것으로 글자 한 자를 표현하고 들어왔다. 바로 모음 'ㅣ' 자이다. 그리고 기분좋게 싱긋 웃으며 좋아했다. 나는 전혀 발표할 마음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부끄러움과 함께 다른 아이들에 비해 정확하고 자신감 있게 아는 것이 부족한 탓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리적인 것과 연결된 의욕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학습력이 부족한 게 주요한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습력을 채우는 것은 여러 방법으로 또 시도가 가능하므로 막혀있는 돌 하나가 스으윽 움직이는 기분이 들었다.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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