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한글 수업-가갸거겨 한글을 몸으로 익혀요(2)

by 수경

자음은 모음보다 더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음의 이름자인 기역, 니은, 디귿, 리을... 을 줄줄 다 읊고 나서 자음이 자기 혼자서는 소리를 낼 수 없어서, '그, 느, 드, 르, 므, 브, 스, 으, 즈, 츠, 크, 트, 프, 흐'라고 소리가 나며 자음은 모음과 만나야 비로소 글자를 만들 수 있다는 담임 선생님의 설명이 보태어진다.


많은 아이들이 자음과 모음이 만나 만들어진 글자 중에 익숙한 글자들은 단박에 읽어낸다. 익숙하지 않은 글자는 생각을 해서 자음 소리에 모음 소리를 더해 읽어내는 과정을 밟지만, 한글 읽기를 유난히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자음과 모음의 조합에서 글자가 탄생하고 다시 소리로 낼 수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받침 있는 글자까지 뚝딱뚝딱 잘 읽어내는 아이들은 그야말로 감사한 일이지만 잘 읽지 못한다고 해서 그걸 이해 못할 법도 아니다. 생소한 글자의 이름도 익혀야 하고 소리도 익혀 그걸 조합해 소리를 내야 하니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닌 듯 싶다. 세종대왕께서는 하루만 익히면 가능한 일이라고 하였지만 어려운 이에게는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자음을 몸으로 익히는 한글 그림책도 있다. 자음을 도대체 어떻게 몸으로 표현하는지 심히 궁금한데, 자세한 그림이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화면에 띄워진 그림책을 모두가 같이 읽은 후 역시 몸으로 자음을 표현하는 놀이가 시작되었다. 내가 집중 케어하는 아이는 이번에는 발표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몸으로 자음을 표현하는 일은 모음보다 난이도가 높은 일이다. 바닥에 다리 펴고 가만히 앉아 있다가 들어오는 건 어때? 그럼 ㄴ자를 만들 수 있는데? 조금의 실수가 생길 거라 생각했는지 발표를 거부했다.


ㅁ자는 두 친구가 서로 협동해야 글자를 만들 수 있게 되고 ㄹ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리를 사이에 두고 몸을 포개야 한다. ㅂ과 ㅎ과 ㅈ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아이들은 생각을 하고 나름 자기 방식대로 창의적으로 표현해 낸다. 몸으로 한글 자음을 표현하는 일은 공부라기보다는 놀이가 되어 공부하느라 다소 긴장된 아이들의 몸을 포슬포슬하게 풀어낸다.


나의 도움을 받는 아이는 한글 읽기가 참 되지 않아 담임 선생님과 나를 몹시 걱정하게 하는데, 그래도 '바나나' 글자 하나만큼은 기똥차게 잘 읽는다. 그림 없이, 글자가 어떤 낱말 카드 위에 앉아 있든 바나나는 읽을 수 있다. 방과후의 시간을 이용해 담임 선생님과 나는 손바닥 그림책이라는 단순한 이야기로 만든 짧은 동화책을 통해서도 한글 습득을 유도하고 있으며 어떤 때는 통문자를 통해, 또 어떤 때는 쉬운 낱말을 같이 읽고 한번씩 따라쓰게 한 후 시험이야, 집중 안하면 혼난다 하고 살짝 충격 요법을 써서 학습을 유도한다. 한글이 아이들의 눈앞을 환하게 밝힐 수 있도록 이재저래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면서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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