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은 1교시를 20분 앞당겨 시작한다. 오늘 1교시도 1-3반이다. 시간에 맞춰 교실로 올라가니 아이들은 아침 독서에 한창 빠져있다. 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깨뜨리고 싶지 않아 교실 바깥에 잠시 앉아 있기로 한다. 잠시 후 아침 독서 시간도 끝나고 1교시 시작을 위해 조금의 분주함이 오가는 시간. 담임 선생님께서 동요 한 곡을 들려주신다. 제목은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 내일도... ...//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초등학교 여학생이 두 손을 마주 잡고 씩씩하게 부르는데, 노랫말이 아무래도 어느 시인의 시같다는 생각을 했다. 노랫가락과 리듬이 더해지니 이렇게 기운차면서도 고운 노래로 탄생할 수 있는 건 또 음악의 힘 때문이다. 마침 담임 선생님은 윤동주라는 시인의 시를 동요로 만든 노래라는 안내를 해주셨고 윤동주 시인의 시 ‘눈 감고 간다’가 변모한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라는 제목의 동요도 들려주셨다.
이렇게 1교시를 시작하기 전에 시인의 시로 된 동요를 들려주신 데는 담임 선생님의 의도된 뜻이 숨어있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제 현장체험학습에서 개미를 밟고 벌레들을 괴롭히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벌레가 무섭고 싫을 수는 있지만 벌레를 함부로 밟고 괴롭히는 것은 옳지 않아요. 그래서 오늘은 ‘거미 가족’이라는 동화를 읽어주고 싶었어요.”
공공도서관 바코드가 붙은 <거미 가족>은 백석 시인의 수라(修羅)라는 시를 동화를 만든 그림책이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글과 함께 그림도 읽을 수 있도록 등장하는 주인공 소녀의 표정과 거미와 강아지 모습도 눈여겨보게 안내하신다. 백석 시인의 시 ‘수라(修羅)’는 그림책에서 아이들이 읽기 편하도록 아래처럼 문장이 일부 변형되어 있다.
차디찬 밤이다.
새끼 거미 한 마리
방바닥에 내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 버린다.
어느샌가 새끼 거미 쓸려 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린다.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어린 가슴이
삭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 한 알에서
갓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 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손을 내어 밀지만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거미는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작은 거미를 고이 보드라운 종이에 받아
또 문밖으로 버리며
새끼 거미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와 자세를 배우고 실천하는 일은 가치로운 일이다. 오늘 담임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그림책 <거미 가족> 한 권이 아이들 마음에 “작은 것을 고이 보드러운 종이에 받"는 생명 존중의 고운 마음을 심어주는 작은 씨앗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