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걱정 인형

by 수경

빌리는 잠자리에 들어서도 걱정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 모자 때문에도 걱정하고, 신발 때문에도 걱정하고, 구름과 비와 새 때문에도 걱정한다. 한번은 할머니 댁에 가서도 잠이 오지 않아 창피함을 무릎쓰고 할머니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빌리의 고민을 듣고, 어릴 적 할머니의 모습과 똑같구나 하며 깊이 공감해 준 할머니는 훌륭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신다. 바로 걱정인형이다.


"걱정인형을 베개 밑에 넣어두고 자면 네가 잠자는 동안 인형들이 대신 걱정을 해줄 거야!"


오늘은 학부모 서포터즈 수업 지원 활동이 있는 날이다. 바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의 걱정과 고민을 듣고 학부모님이 나름의 해결책을 선사해주는 날이다. 앤소니 브라운의 <겁쟁이 빌리> 라는 동화책을 함께 읽고 아이들은 자신의 걱정과 고민을 이야기 한다. 한 친구가 손을 들고,


"저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어른 되면 군대에 가야 되는데... ..."

"어른이 되면 해야 할 일도 많은데... ..."

"20살이 되고, 30살이 되고, 50살이 되고, 나중에는 할아버지가 되고 죽는데... ..."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아이의 고민에 반 아이들도 함께 생각과 의견을 나눈다. 군대에 가야하고 어른이 되면 할 일이 더 많아지는 것을 걱정하면서 어린이로 오래 머무는 것과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의 저울에 눈금이 오락가락한다.


"앗, 이 고민은 너무 어렵군요!"

"혹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이유는 뭔가요?"

"어른이 돼서 빨리 유튜브를 하고 싶어요"


고민의 수준이 너무 어렵다고 호소하는 학모님은 법륜스님과 김창옥 님에 버금가는 조언을 건네주셨다.


제가 오늘은 여러분을 마주하고 여기 이 자리에 서 있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어땠을까요? 자신감 없이 앞에 나와서 결국 못하겠어요, 하고는 제 자리로 돌아갔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는 어땠을까요? 그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고개도 들지 못하고 부끄러워서 말 한 마디 못하고 들어갔어요.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점점 나이가 들면서 거울을 보고 즐겁고 자신감있게 말하는 연습을 하면서 지금은 사람들 앞에서도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게 된 거죠~ 아마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고민하는 친구도 자신감 있게 멋지게 사람들 앞에서 얘기를 잘 하려면 준비하고 연습하며 커가는 성장의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그렇겠지요?


학모님은 TV에 나오는 유능한 방송인처럼 표정과 제스처에 변화를 주면서 유연하게 말씀을 전하였고 아이는 걱정인형이 걱정을 거두어 간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도움을 주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는, 다른 아이들은 다 공부를 잘 하는데 저는 공부를 못해서 걱정이에요, 하고 자신의 걱정을 털어놓았다. 2교시가 끝나는 대로 3학년 교실로 이동해야 하는 나는 아이에게 바로 걱정인형을 건네고 나오지 못했다.


"너는 한글 대신 도형과 수 세기 하는 수학은 다 잘하잖니? 한글 읽기는 선생님과 계속 꾸준히 하면 분명 좋아질 거야? 열심히 할 수 있지? 파이팅!!"


내일 꼭 전할 나의 이 말은 웬지 신박한 느낌이 나지가 않는다. 좀더 참신하고도 멋드러진 조언이 없는지 내 속으로 걱정이 밀려든다. 내게도 걱정인형의 출동이 필요하려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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