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교실의 국어 수업은 모음과 자음자 읽기를 시작으로 해서 받침있는 글자를 읽고 쓰는 데까지 왔다. 아침 자습시간에는 아이들이 각각 그림책 한 권씩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글자와 새롭게 알게 된 글자, 그리고 받침이 있는 글자들을 골라 학습지에 기록한다. 학습이 익어가는 동안 낱말이나 낱말 익히기에 관한 여러 권의 그림책이 아이들 마음을 뛰어놀았고 오늘은 담임 선생님께서 그림책 <내 마음 ㅅㅅㅎ>를 가지고 오셨다.
이 그림책은 분류하자면, 독특하게도 감정 그림책에 속한다. 왼쪽 그림에는 감정을 설명하는 장면이 나오고 오른쪽에는 감정을 나타내는 낱말이 나오는데, 늘 갖고 놀던 장남감이 어느 순간 전혀 재미없다고 느껴질 때, 우리들은 ㅅㅅㅎ의 초성으로 된 낱말을 생각해 내야한다. 바로 '시시해'.
뭘 해도 마음이 싱숭해.
내 마음에 무슨 짓을 한 거지? 수상해.
나만 빼고 뭐해? 섭섭해.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주면, 속상해.
이제 말 안 해, 소심해.
그런데 혼자 노니까, 심심해 심심해 심심해.
어떡하지? 심심하면? 상상해.
시작은 소소해.
하지만 상상은 신선해.
뭔지 모를 땐 한번 돌려볼까? 궁금해.
한번 더 돌리면, 냠냠해.
이번엔 더해 볼까? 씩씩해.
다 함께 놀고 나면, 생생해.
내 마음도 다시 쌩쌩해.
시시함에서 시작한 낱말이 섭섭하고 속상한 마음을 지나면서 소심해진 그림 속 주인공은 몸집이 쪼그마해진다. 심심하고 심심하고 또 심심한 시간들을 보내면서 시작이 소소한 상상을 하게 되고 글자 돌리기 놀이를 한다. ㅅㅅㅎ가 ㄱㄱㅎ로 변하고 한 번 더 돌려 ㄴㄴㅎ가 되는 글자 놀이를 하는 동안 주인공은 씩씩해지고 이제는 마음까지 쌩쌩하게 변했다.
담임선생님은 싱숭해가 어떤 뜻인지 먼저 알려주시지 않는다. 아이들은 언젠가 들어본 적 있는 '싱숭생숭'이라는 낱말을 이야기하면서 낱말이 가지고 있는 느낌과 그때의 상황을 떠올려본다. 아이들이 생활하면서 터득한 배경지식을 열심히 가동하고 있다.
더 나아가 설레다, 감동적이다, 만족스럽다, 편안하다, 홀가분하다, 당황하다, 혼란스럽다, 지긋지긋하다, 불안하다, 그리워하다, 속상하다, 서운하다, 우울하다와 같은 감정이 적힌 낱말 카드로 우리들 마음 속에 있는 감정들을 떠올려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경험뿐만이 아닌 어디서 보고 듣고 배우고 느낀 배경지식들이 총출동하고 있다.
나아가 아이들은 아름다운 '가치'에 관한 낱말들도 터득하게 될 것이다.
믿음이란, 자전거를 타러 가며 언니가 혼자만 앞서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보람이란, 열심히 노력해서 얻게 되는 땀 한 방울 같은 것.
감사란, 소풍가는 날, 엄마가 일찍 일어나 김밥을 싸 주실 때 느끼는 고마운 감정. 내가 모르는 것을 선생님이 알기 쉽게 가르쳐 주셨을 때 "고맙습니다"하고 말씀드리는 것. 설날 아침 세뱃돈을 받고 어른들께 "고맙습니다"하고 말씀드리는 것.
겸손이란, 선생님이 칭찬해주실 때 우쭐해하거나 뽐내지 않는 마음. 할머니가 내가 오빠보다 똑똑하다고 말씀하지만, 오빠도 잘 하는 게 많다는 것을 내가 알고 있는 것.
공평이란, 교실에서 눈이 나쁜 아이가 앞에 앉고 눈이 좋은 아이가 뒤에 앉는 것. 책을 옮겨 놓을 때, 형은 책을 다섯 권씩 나르고 나는 세 권씩 나르는 것. 공평은 필요한 사람에게 더 많이 주는 것.
이런 아름다운 가치에 대한 낱말들이 아이들의 마음밭에서 무럭무럭 자라게 될 것이다. 작년 2학년 교실에서 이 가치 낱말을 또박또박 쓰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초롱한 별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