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복병 받침이 있었군요!

by 수경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1학년 아이들 셋이 '뿌리튼튼' 방과후 수업에 온다. 남자 아이 하나에 여자 아이 둘. 점심을 먹은 직후라 어수선함을 서둘러 정리하고 오후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오늘은 그 중 다문화 가정의 여자 아이 한 명이 결석이다. 한글 읽기를 가장 어려워하는 아이다. 무얼 할까, 생각하다가 간단한 이야기를 통해 한글을 익히도록 계발된 '손바닥그림책'을 읽기로 결정한다.


오늘 온 두 아이 중에 남자 아이는 평소 한글을 잘 읽어내고 여자 아이는 좀 더듬거린다. 여자 아이 두 명에 비해 남자 아이 하나는 배운 글씨는 물론이고 처음 선보이는 카드의 글씨도 잘 읽을 줄 알아 이제 하산해도 되는 거, 아니야 하는 마음으로 든든하였다. 그런데 오늘 손바닥그림책을 읽으면서 두 아이들의 한글 읽기 수준을 조금 더 파악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다.


한글 모음의 글자와 소리를 익히고 이어 자음의 이름과 소리를 익힌 후 낱말 카드를 활용하기도 하고 이것이 시원찮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는 모음과 자음을 두어 번 반복한 후 공책에 쓰도록 한다. 그리고 공책에 쓴 자음과 모음자를 나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고 받아쓰게 하는 활동을 한다. 비읍, '브'라고 소리가 나지. 바나나, 할 때 '브'. 그러면 아이들은 ㅂ을 공책에 쓴다. 이런 식으로 시험이야, 하며 분위기를 잡으면 장난을 잠시 멈추고 긴장모드가 깜빡 켜진다.


그리고 통문자를 읽을 때도 대다수는 받침이 거의 없는 쉬운 낱말을 택해 같이 읽어보는 시간을 가진다. 점점 아는 글자도 생기고 어떤 경우는 소리의 조합보다는 글자의 모양을 보고 기억하여 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오늘 손바닥그림책에는 이야기를 만드느라 불가피하게 받침이 있는 글자도 여럿 들어 있다. 결론적으로, 받침 없는 쉬운 글자만 계속 반복할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받침이 있는 글자까지도 계속 눈에 익히도록 하는 필요성을 알게 되었다.


"토끼 귀는 길다, 고양이 귀는 짧다. 기린 목은 길다, 거북이 목은 짧다. 공부시간은 길다, 쉬는 시간은 짧다." '거부~~ㄱ' 받침 ㄱ을 소리내지 못하고 늘어뜨리다가 거북이 낱말을 떠올리는 순간 재빠르게 받침 ㄱ을 이어붙여 '거북' 이름을 부르는 식으로 아직은 받침소리를 내는 일이 어려워보인다. 하산해도 되는 거 아닌가, 하던 나의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읽고 쓰는 힘겨운 여정의 끝에 과자 하나씩을 까먹으며 뿌리튼튼 수업은 마무리가 된다.


지금처럼 한글 자음과 모음을 소리내어 반복해서 읽기도 하고, 낱말카드로도 익히고 그림책으로 새로운 단어를 자꾸 만나면서 눈치코치로 글씨 읽기의 퍼즐이 맞춰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씨 읽기와 쓰기 실력이 조금씩 늘어갈 때마다 우리를 태운 조각배의 크기도 조금씩 키워가면서 큰 바다로 나가는 것은 어떨지! 은행잎 노랗게 물드는 가을과 흰눈이 포근히 내리는 겨울 무렵에는 한글 읽기가 쉽고 만만해지면 좋겠다.


keyword
이전 07화거미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