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를 만난 날
내 새끼손가락만 한 길이와
통통한 몸매로 인사하는
누에 공주님을 만났습니다.
꼬리에 톡 튀어나온
꼬리뿔이 왕관같이 도드라져
어린 공주가 되었습니다.
뽀오얀 빛깔의 몸을
조심스레 슬어봅니다.
뽀드득 보들 뽀드득 보들
처음의 두려움이 사라집니다.
순둥순둥한 누에 공주를 앞에 두고
나는 맘 편히
앉아버립니다.
알을 까고 털이 송송한 애벌레로,
또 몇 번의 잠을 자면서
누에는 꿈을 키웁니다.
입에서 명주실을 토해
번데기 집을 짓고
그 안에 가만히 웅크려
누에나방이 되는 꿈이
영글어갑니다.
뽕나무의 누에
뽕잎으로 크는 누에는
누에 누에 누에
이름도 참 고와요
가만히 눈 감고
누에 공주의 한살이를 생각하며
또 하나의
신비에 눈 뜨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는 무순이 자라고 있고, 3학년 교실에서는 강낭콩이 줄을 타고 올라가며 키를 세우고 있다. 간혹 멋지게 잘 자란 강낭콩은 벌써 콩꼬투리를 달고 있다. 이맘때 3학년 교실에서는 또 하나의 진풍경이 있다. 그것은 배추흰나비의 한살이를 관찰하는 활동이다.
배추흰나비는 옥수수 모양의 알에서 태어나 애벌레로 자란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작고 초록색이며 처음에는 자신이 나온 알 껍데기를 먹고, 다음에는 잎을 먹으며 자란다. 애벌레는 번데기가 되기까지 네 번의 허물 벗기를 하면서 점점 몸이 커진다. 충분히 몸이 자란 애벌레는 조용한 곳에서 번데기의 시간을 보낸 후 서서히 나비의 몸으로 변신해 간다. 알에서 시작해 애벌레와 번데기를 거쳐 성충인 나비가 되는 완전변태의 이 과정을 우리는 배추흰나비의 한살이라고 부른다.
어떤 교실은 배추흰나비를 벌써 두 마리째 날려 보냈고 어떤 교실은 투명하게 변하는 번데기의 몸에서 날개를 달고 서서히 나비가 되어가는 몸을 관찰할 수 있다. 과학 교과서와 번데기가 자라는 그물망 안의 화분을 번갈아 보며 설명하시는 연세 지긋한 담임선생님은 배추흰나비 탄생의 경이로움에 감탄을 연발하시고 아이들도 날려 보낸 나비에 대해 재잘재잘 서로 할 말이 많다.
나도 몇 해 전에 누에가 뽕잎을 사각사각사각 열심히 먹은 후, 누에고치를 만들어 그 속에서 누에나방이 되는 시간을 기다리는 경이로운 순간을 관찰한 적이 있다. 그 반가운 만남과 놀랍고 신기한 순간을 시로 표현한 것이 '누에를 만난 날'이다.
아이들도 초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과 3학년을 거쳐 6학년이 되고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성인으로 자라나게 될 것이다. 내가 어떻게, 어떤 시간을 보내면서 이렇게 멋진 어른으로 자라게 되었는지 서로 재잘재잘 할 말이 많은 흐뭇한 시간들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초등학교 #배추흰나비 #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