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되어 뿌리튼튼수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아직 한글 읽기가 안 되는 2학년 남자아이 한 명과 수학 연산이 안 되는 또 다른 남자아이 한 명과 여자 아이 한 명, 세 아이들의 학습을 돕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다. 공부는 1교시가 시작되기 전 35분간 진행되지만, 오는 시간이 들쭉날쭉하여 35분을 못 채우는 경우가 많고 같은 시간에 한글과 수학을 동시에 봐주는 것이 부담이 되었다.
한글 읽기가 안 되는 아이에게는, 옆에서 딱 붙어 읽기를 시키고 같이 읽어주고 다시 읽어보게 한 후 글씨를 잡는 손 모양, 손의 힘 조절까지 챙기며 순서에 맞게 반듯하게 글씨를 쓰도록 지도할 때 그나마 효과가 나타날 거라 생각하였다. 이해가 필요한 수학도 밀착 지도가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읽기를 봐주는 동안에, 옆에서는
"선생님, 다 했어요!"
하며 반복해서 보채는 소리가 있다.
"푼 거 한 번만 더 보고 있을래? 제대로 풀었는지 한 번 더 확인해 보자!"
"다 봤어요. 모르는 거 빼고는 다시 다 봤어요."
한글 읽기를 봐준 뒤, 소리 내 읽으면서 공책에 글씨를 또박또박 쓰도록 과제를 내 준 후 수학책이 펼쳐진 옆 책상으로 간다. 빨간펜이 훑고 지나간 수학문제지의 바닥에는 빗물이 흥건하다. 받아 올림이 있는 두 자릿수와 한 자릿수의 덧셈을 위해 다시 10개가 든 계란판을 그림으로 설명하고 이어 수들의 자리를 정확히 맞추도록 한 후 일의 자릿수끼리 더하고 10을 받아 올림 한 후 십의 자리 수끼리 덧셈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방법대로 여기 한쪽 문제들을 풀어볼까?."
과제를 제시한 후, 한글 읽기가 뚝 끊긴 책상으로 가면 끔쩍 놀란 목소리가 다시 드듬드듬 읽기를 시작한다. 내가 알아볼 수 없는, 공책 위에서 못생기게 드러누워 있는 글자들을 반듯하게 일으켜 세우느라 용을 쓰고 있으면, 수학 책상에서는 허공을 멍, 때리고 있는 아이와 연신 "다 했어요!"를 외치는 소리가 나를 부른다. 멍 때리는 소년의 문제지는 나의 과제를 아직 전달받지 못했는지 비 예보는커녕 해맑기 그지없고, 소녀의 문제지는 장마가 아직 그칠 줄을 모른다.
이랬던 아이들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받아 올림 하여 더하는 방법에 따라 정답을 맞히는 횟수가 점점 늘어가고 지금은 받아 내림이 있는 뺄셈을 방법대로 열심히 풀고 있다.
4학년 아이들의 구구단도 2단에서 3, 4, 5, 6단을 거쳐 7단까지 왔다. 3, 4, 6, 7단을 거꾸로 외우거나 중간 곱셈에 불시에 답해야 할 때는 또다시 의심하는 '철학자'가 된다. 방학을 맞이하기까지 나의 목표는 구구단을 완전히 격파하는 것이다.
"월요일에는 8단이다. 2, 3, 4, 5, 6, 7단도 복습하고 8단까지 해오기다."
"부산으로 1박 2일 놀러 가는데, 숙제 못하는데요..."
"부산으로 가는 차 안에서 외우면 딱이겠네!"
뿌리튼튼수업도 구구단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은 순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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