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이, 삼, 사, 오'는 '하나, 둘, 셋, 넷, 다섯'과 같은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 '십, 이십, 삼십, 사십, 오십'은 '열, 스물, 서른, 마흔, 쉰'으로도 읽는다. '육, 칠, 팔, 구'는 '여섯, 일곱, 여덟, 아홉'으로도 읽고 '육십, 칠십, 팔십, 구십'은 다시 '예순, 일흔, 여든, 아흔'으로도 읽을 수 있다.
2학기가 시작되고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점점 커지는 숫자를 두 가지 방식으로 읽고 쓰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교실의 벽에는 1에서 10까지, 10에서 90까지 다르게 읽는 방법이 보기 좋은 표로 만들어져 아이들의 관심 있는 눈길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숫자 공부를 위해 오늘은 아이들 모두가 가게를 열었다. 아이들은 가게 간판을 걸기 위해 무슨 가게를 열지 한참 동안 생각해야 했다. 젤리 가게도 있고 생선 가게도 있고 장난감 가게와 과일 가게도 있다. 내가 돌보는 아이는 핫도그 가게를 여는 일에 흡족해했다. 어제 하굣길에 마중 나온 아빠랑 핫도그를 먹었던 게 바로 생각났다고 했다.
가게를 열기 전에 우리는 A4용지만 한 종이를 세로로 반을 접고 다시 접고 접어서 가게 지붕을 만들고 또 젖히면 열리는 가게문도 만들었다. 지붕 아래에 아이들은 자신만의 이름을 단 간판을 그렸고 판매할 물건들은 가격표를 달고 새로운 주인을 두근두근 기다리고 있다.
이 과정에 우리가 공부하고 학습해야 할 미션이 숨어있다. 우선 상품은 50에서 100 이하의 숫자로 가격표가 매겨져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그림으로도 표현되어야 한다. 판매하는 사람은 10이라는 숫자가 적힌 동그라미를 다섯 개 이상 그리고 훨씬 작은 크기의 동그라미를 아홉 개 이하로 그려서 '몇십몇'을 표현해 내야 한다.
오십삼 혹은 쉰셋, 육십칠 혹은 예순일곱, 칠십구 혹은 일흔아홉, 팔십여섯 혹은 여든여섯. 이런 식으로 숫자를 만들고 표현해야 한다.
원하는 상점에서 상품을 사고 싶은 아이가 그 상품의 가격을 정확히 읽으면 그것은 바로 나의 것이 된다. 문 안에서 가격표를 달고 있는 친구의 포스트잇이 이제는 나의 상점 안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는 것이다. 만약 친구가 숫자를 읽지 못하면 판매하는 친구가 친절하게 알려주면 된다. 숫자를 읽지 못해 상품을 사지 못하거나 탈락하는 놀이가 아니다. 친구끼리 도와서 숫자 읽기를 함께 학습하도록 하는 놀이이다.
그저 저절로 되는 법은 없다. 숫자 공부를 위해 아이들은 오랜 시간 손가락을 가지고 놀면서 숫자를 세고 궁리하는 시간을 보낸다.
'내게도 숫자 공부를 하던 때가 있었던가!'
하는 질문 속에서 어눌하게 손가락을 꼽았다 폈다 하는 나의 어릴 적 고사리 손이 아득하게 그려진다.
모든 것은 조막만 한 고사리손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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