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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 Jul 14. 2022

꿈에서라도

그리움의 무게와 흔적

나는 기차를 타고 어딘가를 가고 있었다.

오른쪽 창가 너머 저 멀리에 정자가 보였다.

소나무로 뒤덮인 나지막한 동산 위에

정자 하나가 솟아 있었다.

목을 돌릴 수 있는 한계까지 고개를 돌려가며

정자가 멀리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꿈에서 깨어났다.


꿈속에서 본 장소나 만난 사람을 현실에서

찾아보려고 한 적이 있다. 심지어 꿈속에서

만나 꼬마 아이의 이름을 검색해 본 적이 있다. 

다양한 언어, 다양한 뜻으로 존재하는 일상적이지 않는 단어였다.

최근, 기차를 타고 전라북도 어느 지역을 지나다,

우연히 그 꿈속에서 보았던 것과 상당히 비슷한 정자를

발견다. 시간이 나면 한번 가보리라 마음먹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결혼하기 전까지

몇 년 동안, 두어 달에 한 번씩 돌아가신 아버지가 꿈에 나타났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버지를 붙잡고 울었다. 아니 통곡했다.

"그럴 줄 알았어. 아빠, 살아 있을 줄 알았어."

아버지는 아무 말이 없으셨고, 그러다 꿈에서 깨어났다.

똑같은 패턴의 꿈은 수년간 반복되었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고 아빠가 되면서

아버지는 더 이상 꿈에 나타나지 않았다.


기일이 다가오면, 작은 아버지가 전화하여,

아버지가 꿈에 나타났다고 하신다.

친지들이 나를 볼 때마다, 아버지가 생각나신다고 한다.

거울 저너머에 있는 내 얼굴에서 아버지의 흔적을 발견한다.

그리움의 무게와 현실의 무게, 어느 쪽으로 기울까?

나이가 들수록 현실의 무게가 더 세게 짓누르지만,

더불어 그리움은 그 크기와 깊이를 더해 내 마음을

어루만진다.



가을 가고 겨울도 깊어 여기 빈 들에 찬 바람 불고

눈 쌓인 언덕 솔밭을 지나 꿈에 그리던 님 문득 오시려나

더는 갈 수 없어 지친 걸음 멈추고 강 건너 불빛 손짓하는 곳

어둔 하늘 위로 별 하나 내려와 그대 여윈 어깨 위에 손을 얹네

봄날 아스라이 떠나던 그대

                                                         - 이무하(가수), 그리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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