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자신 끌어안기
내일은 브런치북 연재일입니다.
독자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서두르세요.
물론 연재일을 기다리는 독자는 거의 없었지만, 브런치의 작은 부추김(알림)은 작은 압박이 되었고 글쓰기에 몰두하는 반나절 혹은 하루를 만들었다. 애초에 대충의 소재를 설정하고 글감을 생각하면서 호기롭게 10개의 꼭지 제목을 정했다. 하지만 단발적으로 떠오르던 단상을 쏟아내는 이전의 글쓰기와는 달랐다. 전제적인 흐름을 위해 꼭지의 순서가 재배열되었고 긴 호흡의, 일관된 주제의 글쓰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경험이 소중하다.
거의 10년이 되어가는 과거의 일부터 최근의 일까지 김장소처럼 한데 버무려서 10꼭지의 글로 완성했다. 가물가물한 기억은 예전 사진을 찾아보면서 떠올렸고 그마저도 안될 때는 기억을 조작했을 것이다. 고의라기 보다는 지나간 일에 대한 한없는 너그러움이라고 해두자. 글을 쓰면서 새로운 다짐과 각성이 찾아오기도 했고 글 문이 막힐 때면 동물 인형을 만지작거렸다.
어떤 날은 새벽녘까지 인형을 만들다가 손이 얼얼하고 뻐근해서 잠시 내려놓고 노트북을 열었을지도 모르겠다. 한번 취미에 몰두하기 시작하면 집안 곳곳에 흔적을 남기던가 몸 어딘가에 없던 것이 생길 때까지 줄기차게 하는 습관은 고쳐지지 않았다. 퀼트, 십자수, 직소 퍼즐 등이 그러했듯이 인형 만들기도 책상 가득 인형이 놓이고 화룡점정, 인형의 눈을 재주문해야 하는 시점에서야 겨우 멈추었다.
가느다란 2.5밀리 대바늘은 코를 늘리느라 잔뜩 힘을 주는 바람에 한쪽으로 휘었다. 그러다가 결국 어느 밤 뚝 하고 부러졌다. 바늘에 코를 넣고 빼고를 반복하는데 가장 많이 기여한 엄지와 검지 끝에는 기타를 배울 때도 생기지 않았던 아주 딴딴한 굳은살이 생겼고 손은 엄청나게 건조해졌다. 이렇게 돌이켜보면 인형을 만드느라 고생한 후일담 같지만, 이것 또한 분명히 글을 쓰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그만큼 글은 잘 써지지 않았다. 머리 아니 가슴 그 어딘가쯤에서 글귀가 터져 나오는 것 같던 찰나의 순간도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도 찾아왔다. 그래서 무모하게 시작한 것이 연재라는 형식이었다. 과거를 돌이켜보니 현재의 자신과 모두 같지 않지만, 절대 변하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최신의 자아가 답답하고 못마땅한 과거의 자신을 바라보면서 떠오른 생각 하나,
‘뭐든지 부딪쳐보자!’
10년 세월의 기록이 실패담에 가깝지만, 본래의 자신을 구성하던 성분이 좋은 쪽으로 아주 조금은 변하는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한다. 그런 시간을 지나온 자신이 비록 아주 조금 희망적이고 능동적이고 낙관적인 인간이 되는 데 그쳤지만 아주 더 깊이 안정적으로 성찰하는 방법을 깨달아가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