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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밤 Nov 10. 2020

잔인하지만 이게 맞벌이 부부의 아침입니다

(물론 가끔 있는 일이에요)

"왜 아이를 내팽개쳐?"

남편에게 '아이 좀 잡아줘'라고 말하고 매달리는 아이를 혼자 세워둔 뒤 남은 간식 준비를 하러 주방으로 향했을 때, 등 뒤에서 남편이 외쳤다. 아이가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내가 뭘 내팽개쳤다고 그래?"



싸우는 것조차 사치인 두 사람의 출근과 아이 한 명의 등원을 준비하는 아침이었다. 



차를 타고 출근하는 남편과 열차를 타고 출근하는 아내. 열차 시간표가 갑자기 바뀌면서 이전보다 최소 5분은 일찍 출발해야 했다. 아침의 5분이 얼마나 소중한 5분인지. 어쨌든 5분이나 빨리 출발하려면 아이의 등원 준비를 빠르게 마쳐야 했고, 남편의 도움이 더 절실했다.



한시도 쉬지 않고 바쁘게 움직여야 겨우 뛰어서 열차를 탈 수 있는데. 이렇게 낭비할 시간이 없는데. 남편이 왜 아이를 내팽개치냐고 소리치자 나도 현타가 왔다. 나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먹을 두 종류의 간식을 준비하면서 남편에게 아이랑 놀지 말고 옷부터 갈아입으라고 얘기했다. 남편이 옷을 천천히 입으면, 나도 옷을 제 시간 내에 입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엄마한테만 안기겠다고 버둥거리며 우는 14kg 아들을 한 팔로 안고, 다른 팔로는 아이와 내가 쓸 마스크를 챙겼다. 옷매무새도 한번 제대로 거울 앞에서 다듬을 새도 없이 집 문을 열고 나섰다. 남편과 함께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준 뒤,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근처 역에 내렸다. 내가 타야 할 열차는 막 출발한 뒤였다.



매일 출근길에 하던 뽀뽀도 생략한 채 차 문을 쾅 닫고 역을 향해 걸었다. 오늘 또 열차를 놓쳤다. 모든 게 화가 나고 짜증 났다. 아이는 울고, 남편은 여유롭고, 나만 급한 이 아침이 지겨웠다. 아이가 깨기 전에 출근 준비를 하면서 자고 있는 남편에게 '지금 일어나야 해'라고 재촉해야 하는 게 싫었다.



반대로 남편도 하원 시간을 지키기 위해 마치지 못한 일을 두고 퇴근 시간을 사수해야 할 때, 출장 복귀가 늦어지거나 갑툭튀 회의에서 벗어나지 못해 부득이 어린이집에 전화해서 늦을 것 같다고 얘기해야 할 때 나처럼 화가 나고 짜증이 날테다. 알고 있다... 육아라는 전쟁터에서 싸우는 이가 나뿐이 아니라는 것을. 



미안. 그래도 아침이 더 힘들잖아. 회사에 전화해서 출근을 미룰 수 없잖아, 라고 우겨본다.



사무실 앞 카페, 따뜻한 보약(?)을 기다리며 잠시 숨을 고른다




출근길, 육아의 연장선

10분을 기다린 후 뒷 열차를 탔다. 두 눈으로 졸음이 쏟아졌다. 그래도 아침 출근길엔 해야 할 일이 많았다. 할 수 있는 일도 많았다.



아이 기저귀, 간식, 물티슈부터 보리차 티백까지 부족한 게 없는지 생각해서 떨어지기 전에 쿠팡으로 주문을 한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탓에 아이 외투도 새로 사둬야해서 아이 옷 쇼핑을 한다. 아이가 먹을 반찬은 또 어떻고. 



열차를 타는 시간은 40분이나 되는데 겨우 결제까지 마쳤다 싶으면 내려야 한다. 가끔은 짬이 나면 그 시간을 쪼개어 책도 읽고, 토막잠도 자고 BTS 영상도 본다. 하지만 언제나 아침 출근길엔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의 재고 관리자가 되어 각 거래처에 입고를 요청한다.



이런 아침을 보내고 회사 사무실에 들어서면 숨이 턱 하고 막힌다. 읽지 않은 메일들과 보고해야 하는 건들이 쌓여있는 이 아침. 온전히 몸과 마음을 이완했던 때가 언제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잔인하게 반복되는 맞벌이 육아의 아침을 어쩌겠나. 뜨거운 트리플 샷 아메리카노를 보약처럼 들이키며 또 다른 아침을 시작하는 수밖에. 



내가 미안하다고 하거나 남편이 먼저 미안하다고 하고, 서로 그럴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음을 이해하려고 하고 오늘 밤에 맥주 한잔하며 다음엔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고 잘 얘기해야지, 다짐한다. 망쳐버린 아침 시간의 기분이 일하는 즐거움까지 뺏게 할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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