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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담일기 Sep 14. 2024

이혼 준비


사건 발생 후 1년 동안 나는 묵묵히 X를 기다렸다. X가 아무리 내 속을 뒤집어놔도 절대 차단하지 않았다. 나는 X와 해결해야 될 일이 남아있었다. X는 초반에 나에게 수시로 카톡을 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 대해 포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X의 무례한 문자에도 절대 동요하지 않았고 필요한 말만 했다. 나는 그 기간 동안 상담치료를 받으며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있었다. 결혼 생활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다시 되짚어 보기 시작했고 내가 무엇을 잃어가고 있었는지 고민하고 생각했다.


1년 후, 우리가 약속했던 날짜가 다가오자 나는 X에게 연락을 했다. 시간이 됐으니 이제 서류 정리를 하자고 했다. 그러나 X는 내 문자를 읽고도 3일 동안 답장하지 않았다. 초조했다. 나는 빨리 이 일을 마무리 짓고 싶었다. 이 날만 기다려왔는데 X가 답을 하지 않으니 너무 답답했다. 어쩔 수 없이 X의 동생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만나서 이야기 좀 하자고 했다. X의 동생은 머뭇거리다가 알았다고 했다.


카페에 앉아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지금까지 벌어졌던 상황을 가감 없이 이야기하며 형이 내 연락을 전부 피하고 있으니 좀 도와달라고 했다. 돈 문제와 이혼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다고 했다. X의 동생은 이야기를 듣는 내내 무척이나 괴로워했다. 그는 아직까지도 형이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느냐면서 돈을 그렇게 많이 벌면서 1년 동안 나에게 돈 한 푼 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엄청 화를 냈다. 그는 이혼했을 당시 내가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서둘러 부모님 집으로 쫓겨간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 상황을 더 잘 이해했다. 그는 2년 동안 형이 그 집에 살 것이었다면 나를 배려해서라도 자신의 월급을 일부 주었어야 된다고 말했다. 나중에 2년 후에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받으면 그 금액만큼을 제하면 되니까. 나는 이미 그 의견을 한번 얘기했었다고 했고 그 즉시 거절당했다고 말을 했다. X의 동생은 한숨을 쉬었다.


X의 동생은 자신이 한 번 연락해 보겠다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자기는 그 사건 이후로 형과 잘 연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분명 일은 X가 저질렀는데 나 때문에 X의 동생이 더 스트레스 받고 고통받아 하는 것 같아 미안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나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X의 동생보다는 나를 더 걱정해야만 했다. 나는 그에게 형이 연락이 되지 않으면 변호사를 선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을 시부모님에게도 전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동생을 통한 방법은 꽤 괜찮았다. 몇 시간 뒤에 바로 X에게 카톡이 왔다. 어떻게 자신의 동생에게 가서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냐면서 길길이 날뛰고 난리가 났다. 내가 원하는 이혼, 까짓것 바로 해주겠다고 했다. 이 기회를 놓칠 새라 바로 그다음 주 수요일로 날짜를 잡았다. X는 동의했다.


그 수요일이 되기까지 날이 갈수록 X는 자꾸만 날짜를 미뤘다. 지방 출장이 있어서 못 나갈 것 같은데 특별히 기차 타고 올라가겠다는 둥, 내가 지금 너무나도 힘든 상황인데 가는 거다라는 둥, 못 나갈지도 모른다는 둥, 끝까지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 당일에 겨우 애걸복걸해 이혼 서류를 함께 신청했다. X는 기고만장했고 자신이 너무 바쁜 사람인데 특별히 여기까지 왔다고 고마워하라고 했다. 법원은 X의 집으로부터 단 15분 거리였는데 X에게는 꽤 먼 거리였던 것 같다.


한 달의 조정기간이 남았다. 나는 또 한 달을 기다려서 X를 데리고 법원에 와야 한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의 Sebastian Pich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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