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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담일기 Sep 15. 2024

스스로 서는 연습


나는 X와 이혼을 결심한 후부터 스스로 서는 연습을 시작했다. 다행스러운 것이 하나 있다면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일 같은 루틴으로 직장에 나가 일을 하며 직장 동료들과 간단한 수다를 떠는 것은 나에게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다. 더불어 규칙적으로 들어오는 월급은 나의 생활을 보다 풍요롭게 해 주었다. 정기적으로 독서 치료와 상담 치료를 받아 숨겨져 있던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도 시작했다. 나는 타인에게 사랑을 구걸하지 않고 나 자신을 더 사랑하는 법과 나에게 맞지 않는 일에 대해 거절하는 법을 배웠다. 새로 운동도 시작했다. 앞으로 1~2년 동안 X와의 싸움에서 지치지 않으려면 체력을 키워야 했다. 꾸준히 요가와 클라이밍을 배웠다.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어울리며 나에 대해 알아갔다.


나는 내 자존감이 낮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다른 것보다도 먼저 상담 치료를 시작했다. 결혼생활 내내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내 자존감은 심하게 뭉개져 있었다. 나는 다시 회복해야만 했다. X는 내가 늘 자신보다 약해보이기를 바랬다. 나를 데리고 다녔던 것도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도 후에 알게 됐다. 특히 X는 시어머니 앞에서 내 험담을 많이 해 나를 주눅들게 했다. 나의 자잘한 생활습관부터 크고 작은 모든 일까지 시어머니에게 말했다. 그럴 때마다 시어머니는 한심한 눈으로 나를 보고는 했는데 X는 그저 흐뭇하게 그 모습을 지켜봤었다. 


X는 내 옷이 마음에 안 드니 시어머니에게 골라달라고 하라며 억지로 나를 옷가게에 데려갔었다. 시어머니는 자신의 취향의 원피스를 추천하며 입어보라고 채근했다. 나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마음에 든다고 했고 그 원피스를 그 자리에서 바로 샀다. X는 역시 어머니가 최고라며 나는 옷에 전혀 신경을 안 쓴다고 쓴소리를 했다. X와 시어머니는 행복해 보였다. 그들 생각에 그들은 나를 위해 좋은 일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그 옷은 그 후로 단 한 번도 옷장 밖에 나온 적이 없다. 그 선택에 나는 없었다. 시어머니 면전에 거절할 용기도 없었고. 나는 거절할 용기를 배워야 했다. 


형부에게 운전도 가르쳐달라고 했다. 이미 운전면허는 10년 전에 땄지만 나는 줄곧 운전만큼은 X에게 맡겨왔었다. X가 할 줄 아니까 나도 모르게 X에게 많은 걸 의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한 때 X는 운전조차도 자신의 권력으로 사용해 왔었다. X가 삐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가야 할 곳을 가지 못했다. 꼼짝없이 발이 묶였다. 해외에서 오토바이 운전을 할 때조차도 그랬었다. X가 무언가에 마음이 상했을 때가 있었는데 X는 갑자기 새벽에 오토바이를 몰고 나가 전신주를 들이받았다. 다행스럽게도 몸은 다치지 않았고 오토바이 앞쪽만 찌그러졌었는데 X는 '네가 나를 건드리면 나는 이런 식으로 행동할 거야'라며 겁을 주었었다.


나는 왜 진작 운전을 배우지 않았을까. 왜 X의 행동을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였을까. 최면의 걸렸던 것처럼 나는 그 당시 늘 우울하고 무기력했었다.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나는 이렇게나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사람인데. 그때 나는 그것을 몰랐다.


형부는 매주 토요일 2시간씩 4달 동안 자신의 자동차로 나를 열심히 가르쳤다. 4달 후에는 나 혼자 매주 토요일 2시간씩 쏘카로 드라이브를 했다. 그러다가 3시간, 4시간씩 시간을 점점 늘려나갔다. 갈 수 있는 장소가 늘어났다. 더 멀리 춘천으로, 강릉으로, 공주로, 전주로, 강화도로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특히 책을 좋아해서 각 지역에 있는 소규모 책방을 찾으러 다녔다. 글도 썼고 책도 많이 읽었다.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새로운 것을 탐색하고 배우는 시간을 늘려나갔다. 실패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건 다 했다. 나에게 새로운 인생이 주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이상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내 인생을 소비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의 Matt B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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