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외로움을 극도로 타는 인간인 모양이야
오랜만에 만난 너는 커피 두 잔과 케이크 하나를 예쁘게 찍고 싶어 했고
난 그다음에 우리가 함께 사진을 찍을 줄 알았어
휴대폰은 시종 테이블 위에 있었고 우리의 대화에 쉼표를 막무가내로 찍어댔지.
우리 집 고양이는 말이야,
가끔 노트북 위에 앉곤 하는데
그때마다 원치 않는 글자들이 마구 입력되거든.
나는 애써 네가 고양이라고 생각했어
네 휴대폰이 고양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
그럴지 않으면 참을 수 없었거든
또 나는 엄청난 겁쟁이인가 봐
어쩜 나를 앞에 두고 그럴 수 있냐고 물어볼 수가 없었어
아메리카노 대신 에이드를 시킬 걸 그랬다며 웃는 너를 방해할 수 없었어
네 웃음소리가 별 같았거든
너는 다음 순간에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며 서둘러 화장을 고쳤지. 나는 채도가 비슷해 보이는 두 개의 립스틱 중 하나를 골라주었어. 사실 잘 모르겠어. 우리는 왜 붉은색을 끼고 사는 걸까.
세상은 왜 나와 다른 모양일까?
휴대폰 알람에 응답을 하고
또 다음 사람을 만나고
커피와 케이크를 게시하고
너도 좋은 생각을 갖고 살아, 텅 빈 눈으로 응원을 해주고
남들은 왜 안 그렇지
밤새 울리지 않는 전화를 시간마다 쳐다보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어쩌다 한 번 울리는 알람음에 비명을 지르고
나는 왜 좋은 생각을 하지 못하지, 울다 지치고
이제 사람은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나를 제일 싫어하게 되는.
나만 불량품인가 봐
세상은 나와 같을 수 없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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