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저 누군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상냥한 어른이 되고 싶었어요
길 잃은 동물이 머물 수 있는 따듯한 보금자리가 되고 싶었어요
내 꿈은 너무 따듯했고
난 따스한 온기만을 좇아 걸었죠
나는요
종이컵에 입을 가져다 대고
붉은 자국이 남았을 때
그 때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담배 필터를 입에 물고 캡슐을 터뜨리고
뽀얀 막대에 붉은 자국을 남기면서
난 여전히 어른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 몰래 마셨던 술은 쓰기만 했는데
지금은 울다 지쳐 손목에 상처를 내게 해요
따끔한 통증이 나를 깨울 때 마다
또 다시 자기연민에 발목을 붙잡혀요
왜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는지
왜 아직도 혼자를 견딜 수 없는건지
나는요
내 상황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남에게 폐를 끼친다는 것을 알아요
그래서 미안해요
어른은 고독을 씹어삼키고
나는 고독에게 먹혀요
어른은 술잔을 기울이고
나는 술잔을 집어던지며 울어요
왜 어른이 되지 못했니
왜 어른이 될 수 없었니
나는 대답 대신 상처를 내고
붉음에 이유를 묻고
왜냐고
왜 나는 어른이 될 수 없었냐고
계속 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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