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편지
네가 1월달에 자전거를 새로 사자고 했던 그 날부터 매일매일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그 마음이 싫어서 이렇게 편지를 써.
뭐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아?
널 보자마자 쏘아대고 싶었어.
아무런 기별없이, 아무것도 아닌 사이가 되어버린 우리였는데
시작도 끝도 없던 적막을 대뜸 깨버린 너에게 화가 나더라.
아무렇지 않게 내 번호를 누르고는 익숙한 문장들을 내뱉는 네가 미웠어.
내게 남은 너의 흔적이라곤 머릿속 기억 뿐이었고, 그렇게 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데
너에겐 그런 고민도 없었겠구나, 싶어서.
봄은 어느새 찾아와있는 거라더니.
죄다 버리고 꽁꽁 묻어둔 네가 순식간에 개나리처럼 피어났어.
대체 어디에서 씨앗을 키우고 있었던 거야?
나는 한겨울을 살아내느라 그런 아기자기한 기운을 받아들일 준비조차 안되어있다고. 그런 내 마음속에서 네가 피어나버린게 원망스럽다. 속절없이 무너지는 나는 어디에도 발 붙일 곳이 없어.
그날 이후로 자꾸만 싹을 들여다보게 돼.
정말 처치곤란이야.
어떻게든 해버리고 싶은데 어찌할 바를 몰라서 또 들여다보고 있어.
너는, 정말 마지막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