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율 Apr 18. 2024

깨달음은 왜 오래가지 않나요?

네, 선생님은 지금 과거에 빠져 있으세요.

 부처가 목표가 아니었다. 그냥 '미쳐있는 사람'에서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지. 그 과정에서 끌어당김부터 내면 공부까지 하게 되었고, 보이지 않는 세계를 깨닫고부터 내 인생은 달라졌다.


 작게는 주변 사람들이 친절해졌고, 층간 소음이 사라졌으며, 부모님과의 사이가 좋아졌다. 크게는 삶을 지배하던 우울증이 사라졌고, 다이어트에 성공했고, 퇴사 후 프리랜서의 꿈을 이뤘고,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며, 인복이 생겨 좋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바로 이거야. 이 느낌이지!"


 깨달은 순간만큼은 황홀경에 빠져 세상이 극적으로 보인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을 붙잡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만 같고, 삶을 찬사 하는 시인의 마음까지도 이해된다. 게다가 이 깨달음이 평생 갈 것 같다는 확신이 떠오른다.


 "너 속았어!"


 그러나 마음은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나로 돌아왔다. 가장 평범하고, 아무것도 모르고, 모든 깨달음이 말끔하게 사라진 나로. 그것도 내면 공부를 전혀 한 적이 없다는 듯한 아방한 얼굴로 말이다.

 

 에휴, 말을 말자. 속 터져. 내 속상함을 비유하자면.. 잡초를 깔끔하게 뽑았고, 뿌리까지 뽑힌 걸 분명 내 눈으로 봤는데 다음 날 또 자란 잡초를 본 기분이다.


"저기요. 지금까지 해온 내면 공부는 뭔데요..?"


 뭐긴, 그 순간의 깨달음일 뿐이지.

 그 깨달음조차 지나간 과거고요, 선생님은 지금 과거에 빠져 있으세요.


 애초에 깨달음이 오래갈 거라는 건 어리석은 착각이다. 내면 공부가 무슨 한 번 터득해서 계속 사용하는 레시피도 아니고..! 괜히 매 순간 깨어있으라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나는 절에서 매일 수행하는 스님도 어려운 걸 자신에게 요구하고 있던 거다.


 깨달음의 가치는 그 순간이 전부이다. 지나가면 끝이다. 그걸 붙잡으려 한다면 다른 물건이나 사람에 집착하는 것과 같다.


 나는 에고의 '깨달음 중독'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중독의 이유가 결국 '이 순간을 도피하고 싶은 에고의 본능'이었다는 것도. 그래서 깨달음의 맛을 본 사람들은 위험하다. 떡볶이의 맛을 아는 사람들이 더 먹고 싶어 하는 것처럼, 집착하기 쉬우니까.


 결론은 "삶은 이 순간 밖에 없어요!"

 이것을 이해하자, 나는 깨달음에 집착하는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가장 다정하고, 쉽고, 현실적인 내면공부"


내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언제든지 놀러 오세요.


블로그 : 오월말일, 내면작업의 공간

인스타그램 : @kimyulwolf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