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율 May 06. 2024

현존, 인생 최고의 무기

나는 왜 이렇게 생각이 많을까

  어린 시절부터 나는 생각이 많은 아이였다. 오죽하면 종이에 마구잡이로 낙서하는 선생님이 '생각 그만하고 공부하자'라고 정도였으니. 생각이란 걸 어떻게 그만둘 있는 건지 되려 묻고 싶었다. 성인이 되어 내면 공부를 하기 전까지, 나는 잡생때문에 인생이 무척 힘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 생각이 많은 걸까?"


 그래도 생각의 장점은 있다. 생각이 많다는 건 외부의 위협에 귀를 쫑긋 세운다는 뜻이고,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는 능력이 있다는 거다. 때로는 효율적이기도 하다. 내일 저녁에 약속이 있으면 어떤 메뉴를 먹을지, 동선은 어떻게 되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미리 생각해두면 예기치 못한 문제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시시콜콜한 일에만 생각이 많았으면, 인생이 힘들다고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생각 스위치가 매일 켜져 있다는 것.


"N년 전 나는 그 사람에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때 주변 사람들은 어떤 반응이었지?"

"얼마나 바보 같아 보였을까..?"

"지금도 나를 미워하고 있을지도 몰라."


 밤이 오면 잡생각들이 머리를 떠다녔다. 처음 한마디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새 장편 소설이 된다. 그로 인해 나는 건강하지 못한 날이 많았다. 왜냐하면 생각의 끝은 결국 부정적인 에너지 덩어리가 되기 때문이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상상력이 아니라 공포가 된다. 당연히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에너지가 쭉쭉 닳았고, 반복되는 생각은 실제로 안 좋은 상황을 끌어당기기도 했다.


생각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나는 잘 살고 싶었다. 그래서 어디서 생각이 오는지, 생각과 감정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내면 공부하며 수행했다.


 우선 생각은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떠든다. 때로는 '비가 오네?'처럼 보이는 것에도 재잘거리지만, 우리를 힘들게 하는 생각은 대부분 감정을 설명할 때 벌어진다. 생각이 떠드는 건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려는 오래된 본능을 우선 기억하자.


 친구와 싸우고 머리끝까지 화가 나 있었던 적이 있다. 실제 감정은 상처받았고, 마음 아프고, 슬픔이 가득했는데 생각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 수만 가지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 길을 따라가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미궁에 빠진다. 그리고 생각에 휩쓸려 잘못된 답을 내놓기도 한다. 생각이 진실이 되는 순간이다.


생각을 흑백 처리하고 감정만 느낀다.


 그럴 때는 우선 눈을 감고 천천히 호흡한다. 그 상태에서 생각을 흑백처리 해버린다. 마치 누군가가 귀찮게 말을 걸었을 때 들어주지 않는 것처럼 생각을 대하는 것이다. 그 뒤로는 가슴의 통증에만 집중한다. 가슴에서 어떤 느낌이 올라오는지만 느끼고 생각이 설명하려 할 때면 다시 칼차단한다. 감정을 느껴주고 나면 이 순간에는 평온함이 찾아온다. 그것이 바로 현존이다.


 내가 현존을 인생 최고의 무기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현존 연습이 반복되면 감정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가짜 감정을 걷어낼 수 있다. 대신 진실된 감정을 마주할 수 있다.


 당연히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 우리는 오랫동안 생각을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존의 기술을 익혀두면 일상 속의 크고 작은 문제가 변화되는 순간을 맛볼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가장 다정하고, 쉽고, 현실적인 내면공부"


내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언제든지 놀러 오세요.


블로그 : 오월말일, 내면작업의 공간

인스타그램 : @kimyulwolf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