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율 Apr 29. 2024

사이비를 바라보는 나의 심란함이란

사이비와 내면 탐구자의 차이는 뭘까

 우리 집 앞에는 쾌적한 프랜차이즈 카페가 있다. 집중이 잘되는 편이라 가끔씩 와서 글도 쓰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평소처럼 글을 쓰던 중, 옆 테이블에서 친숙한 '단어'가 들려왔다.


내면, 에너지, 무의식, 상처받은 자아..?

"오, 나랑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인가..!"


 내면 덕후로서 반가운 마음에 귀를 쫑긋 세웠다. 내면에 대한 세상의 관심은 늘었지만, 막상 이런 단어를 쓰는 사람은 찾기가 어렵다. 대화의 흐름을 보아하니 명상하면 좋은 이유와 내면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끄덕끄덕. 나도 그렇게 생각해 친구들아!"


 그러나 반가움은 점점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내면러들이 이 카페에서만 꾸준히 보이는 것도 이상했지만, 가만 보니 반복되는 패턴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친구끼리 동등하게 대화하는 느낌이 아니라 상담자와 내담자 구도처럼 보였다. 특히 아이패드를 하나 두고 내담자가 뭔가를 체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대체 그게 뭘까?


 결정적으로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되었다. 내담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인사하며 카페를 나서자, 아예 모르는 사람처럼 앉아있던 이들이 일사천리로 한 테이블에 모여들었던 것이다. 서로 멀찍이 떨어진 테이블 서너 개가 모두 같은 팀(?)이었다니 소름이 돋았다. 그때 확신했다.


 "내 최애 카페가 사이비의 성지였다니..!"


 그랬다. 이곳이 바로 사이비의 성지. 그런데도 내가 수상하다고 느끼지 못했던 이유는 전부 내 또래였던 데다, 너무 멀쩡하고 오히려 깔끔한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사이비의 이미지와는 너무 달랐다. 게다가 이런 표현밖에 생각이 안 나 유감스럽지만, 눈도 전혀 돌아있지(?) 않았다. 은은한 광기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던 사이비의 시대는 간 것일까.


사이비와 순수한 내면 탐구자는 무엇이 다를까.


 비단 이 사건뿐만 아니라, 요즘 일어나는 사이비 관련 사태를 보며 심란함을 느낀다. 우선 나는 내면 안내자라고 나를 소개한다. 그 이름하에 유튜브와 블로그를 운영하고 때로는 워크숍도 연다. 이유는 별 것 없다. 내가 내면 공부에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대패질에 행복을 느꼈다면 목공소를 열었을 거고, 운전에 행복을 느꼈다면 택시 기사가 되었을 거고, 케이크의 달달함에 행복을 느꼈다면 디저트 카페 사장이 되었을 거다. 내면을 보는 일이 즐거운 인간. 그뿐인 거다.


 나는 최근 사이비로 유명한 사람이 쓴 책을 읽었다. 내면 탐구자와 뭐가 다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이상한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 이래서 마음공부 한다고 하면 의심부터 받는구나 싶을 정도로, 오히려 깊은 명상에 들어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내용이 좋기까지 했다.


 "마음공부라는 진리가 잘못된 게 아니라, 의도가 잘못되었다."


 마음공부라는 에센셜을 놓고 사이비는 '조종'이라는 의도를 품지만, 내면 탐구자는 '깨달음'이라는 의도를 품는다.


 다시 말해 사이비의 최종 목표는 누군가를 조종해서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균형을 중시하고 욕심을 경계하라는 마음공부의 기본적인 가르침에서 벗어나있다. 그들이 하는 마음공부는 그저 타인을 쉽게 조종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내면 탐구자의 의도는 순수한 깨달음 그 자체이다. 그들은 무엇도 강요하지 않는다. 약간 떨어져서 삶을 보여줄 뿐이다. 적어도 세계 각지에 있는 내 정신적 스승들은, 사랑을 잃어버린 세계에서 자기 사랑을 발견하도록 도와주었고 나 스스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또한 자신을 숭배하라거나 의지하도록 연약하게 만들지도 않았다.


마음공부는 잘못이 없다.


 나는 오해받는 마음공부가 슬프다. 마음공부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거지. 다만 사이비와 내면 탐구자가 누군가에게는, 특히 현재 힘든 사람에게는 백지 한 장 차이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자 심란해졌다. 그럼에도 나는 용기를 내고 내면 안내자의 길을 천천히 걸어간다. 내가 의지하는 등불은 딱 하나, 자기 사랑이라는 생각을 하며.



"가장 다정하고, 쉽고, 현실적인 내면공부"


내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언제든지 놀러 오세요.


블로그 : 오월말일, 내면작업의 공간

인스타그램 : @kimyulwolf

이전 02화 기분 좋게, 쿨하게, 웃으면서 주세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