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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부지 이부장 Sep 09. 2024

15... End, And!

40대 중반, 준비되지 않은 이직 이야기... Part15

영원할 것 같은 첫사랑에 실패했다. 미련과 후회가 주마등처럼 스쳤다. 회사에서 이루고 싶던 목표 중 하나는 내 집무실을 갖는 것이었다. 후배들에게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리 대답해 왔다. 좋아하는 필기구들을 맘껏 살 수 있는 경제적 여유도 필요했지만, 구매한 제품을 손 닿는 곳 마다 놓고 쓸 수 있는 사무환경이 더 큰 이유였다. 아쉽게도 미처 이루지 못한 채 퇴사하게 되었다. 나름의 낭만을 현실화시키지 못했다. 말을 못 지키는 것 같아 창피했다. 여기서는 여기까지였다.


퇴사 당일, 금요일 아침은 조금 일찍 시작되었다. 나에게는 특별한 날이었다. 어제 과음에도 '설렘'과 '긴장'으로 평소보다 2시간이나 일찍 잠에서 깨었다. 졸림 보다는 조급함이 앞섰다. 잠을 더 청하지 않고 조용히 일어나 서재 겸 옷방으로 갔다. 샤워를 먼저 하고, 책상에 앉았다. 첫직장을 20여년을 다녔다. 원하지 않았지만, 퇴사를 하는 날이었다. 미처 챙기기 못해 아쉬운 점은 없고자 했다. 다시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었다. 혹시나 인사를 못 드린 분은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미처 전달 못한 인계사항이 없는지도 살폈다. 그래도 시간이 남았다. 출근까지 남은 시간에 사놓고 읽지 못했던 책을 읽었다. 책상 한편에 블록처럼 쌓여 있었던 책들이었다. 모처럼 마음에 여유를 갖고 집중해서 읽었다. 지적 허기가 채워지는 것 같아 왠지 뿌듯했다. 미리 예약해 놓은 통근버스 알람에 맞춰 평소대로 집에서 나왔다.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이 시작 되었다. 혼자 멈춰있는 나를 두고, 모두 분주하게 움직였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이메일로 드린 퇴직인사에 회신을 주신 분들께 답글을 보내고, 아직도 나에게 업무협조를 요청하는 몇몇 분들에게 퇴직을 안내하는 일로 오전을 보냈다. 점심은 특별히 옆팀 최팀장과 먹기로 했다. 과거 다소 어색했던 관계가 이직을 고민하는 사이에 돈독해졌다. 전우애랄까? 치부를 보이고, 고민을 나눈 사이가 되면서였다. 장소는 회사 근처의 노포(老鋪)로 정했다. 즐겨 먹던 찌개와 계란말이를 시켰다. 아련함이 더해서 인지 오늘따라 더 맛있게 느껴졌다. 식사 후, 한강 변을 거닐며, 여유를 즐겼다. 여의도 직장인으로서의 마지막 특권이었다. 시답지 않은 농담도 주고받았다.


"니, 앞으로 거 가게 되면 내한테 형이라 캐라"

"혀, 형이요?"

"와? 내가 나이 더 많은 거 아이라?"

"뭐, 그럽시다. 장남이라, 형도 없는데, 좋네"

"하하..."


오후가 되자 정말 혼자만의 시간이 되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거의 5분마다 왔던 이메일도 없어졌다. 사내 인트라넷으로 전사 게시판을 기웃거렸다. 수시 발령 목록을 읽었다. 지인 몇 명 있기는 했지만, 축하할 일은 아니었다. 나 없이도 잘만 돌아가는 회사가 야속했다. 이걸 야속해하는 내가 또 한심했다. 미련이었다. 이제 더 잘할 일도, 그럴 필요도 없음을 다시 인정해야 했다.  


P사 관련 기사를 검색했다. 행여나 누가 볼 수도 있어 폰으로 했다. 자격지심일 수 있지만, 신중해서 나쁠 건 없었다. 딱히 별다른 기사는 없었다. 물류업계 관련 기사로 "로젠택배 인수전" 정도가 눈에 띄었다.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더뎠다.


인사팀으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노트북 반납 요청이었다. 16시까지 반납을 해달라고 했다. 최근 1년간 작성했던 주요 보고서와 Data를 보고일자별로 정리해서 용팀장과 태과장에게 메일로 전송했다. 잠시 후에 노트북을 반납했다. 인사팀이 아니라 IT지원하는 협력사 사무실로 직접 하는 것을 권했다. 가까운 곳에 있었고, 붐비지 않아 금방 처리되었다.


"아, 그리고 ID카드도 같이 주실 수 있을까요?"

"네? 그건 별도 안내를 못 받았는데요? 그리고, 지금 이것을 드리면, 제자리로 어떻게 돌아가나요?"

"안내는 이메일로 드렸을 겁니다. 노트북 반납안내 메일 하단에도 있었고요.... 그리고 이거 임시카드 드릴 테니, 자리로 돌아가실 때, 쓰시고 퇴근하실 때, 반납 주시면 됩니다."


딴에는 마지막 ID카드를 기념으로 갖고 있으려고 했는데, 듣고 보니, 보안 이슈로 가능하지 않은 생각인걸 깨달았다. 지체 없이 목에 둘렀던, ID카드를 빼서 건넸다. 임시카드는 목에 걸지 않고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노트북을 반납하고 자리에 돌아오니, 옹상무가 내 자리였던 곳에 서 있었다.


"이팀장, 노트북도 반납했는데, 이제 그만 퇴근하지?"

퇴사를 퇴근이라 했다. 의도적으로 보였다. 본인으로 시작된 이 결말에 어색해지지 않으려는 본능처럼 느껴졌다. 옹상무의 권유에 옆에 있던 최팀장 등 팀장들 모여들었다.


"그래라 뭐. 퇴직하는데, 근무 시간이 의미가 있나?"

"그래. 뭐 좋다고 끝까지 있냐?"

"나라면, 점심 먹고 갔지. 허허허..."


선심 쓰듯 건네는 그들의 말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나에게는 의미 있는 날인데, 가벼운 언행이 언짢았다. 뭐, 인연이 여기까지 일지? 계속될지? 는 모르지만, 형들의 배려겠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네, 그럴까요?",  "그럼 저는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책상 위에 올려 두었던 수첩과 필통을 가방에 쓸어 넣고 일어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한 중간 현관까지 옹상무와 팀장들이 따라왔다.


"이제, 들어가세요. 늘 다니던 길인데요."

"그래, 이팀장 그동안 수고했다. 잘 가라. 건강하고..."

"네, 상무님, 그리고 팀장님들도 건강하세요."


이렇게 인사를 마지막으로 20여 년간의 일했던 회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조용하게.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눈물 흘리며 아쉬워하는 후배는 당연히 없었지만, 가장 많이 고생했던 과장 두 놈이 옹상무의 눈치를 보며, 따라 나섰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마지막 일 수 있는 인사를 나눴다.

"팀장님, 일이 이렇게 되어 참 안타깝습니다. 지금은 아쉽겠지만, 나중에 오늘의 선택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도록 거기 가셔서 승승장구 하는 모습 보여 주세요"
"팀장님,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어디 가셔서도 잘 되실 겁니다. 가서 적응 되시면, 맛있는 거 얻어 먹으러 가겠습니다."
"고맙다. 건강들 잘 챙기고, 잘 버텨서 살아 남아라. 그리고 태과장은 내가 해외 MBA 추천한 것 된 것 같더라. 준비 잘해서 다녀오고, 가기전에 연락해라 맛있는 밥 사줄께.
"네..... 감사합니다...."
"이제 들어들 가라. 가볼께"

쿨하게 돌아섰다. 아니, 그렇게 보이고 싶었다. 최소한 비루해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돌아서는 발길에 여운이 남았다. 붙잡지도 않는데 자꾸 뒤돌아 봐 졌다. 또 그놈의 미련이었다. 자꾸만 질척거려졌다. 시선마다 지인들이 있었지만, 배웅은 아니었다. 가벼운 눈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회사 건물을 나섰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마음이 공허했다. 지하철로 향했다. 일부러 사람들로 붐비는 IFC센터로 들어섰다. 그리고 바로 귀가했다. 귀가 후, 서재 겸 옷방에서 아침에 읽던 책을 보다가 잤다. 주말에도 책을 읽고,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며 이틀을 보냈다. 오롯이 나를 위해 시간을 보냈다. 새로운 회사에서 어떻게 성장할지 다짐도 했다. 그동안 나의 회사 생활을 돌이켜 후회되었던 점, 아쉬웠던 점을 메모했다. 새로운 직장에서는 생각대로 해봐야지 하는 것도 적었다. 한 번씩 예비 고3인 딸아이 학원 픽업을 빼고는 내내 집 밖을 나가지 않고 보냈다. 혹시나 다치는 일이 없어야 했고, 무엇보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월요일 아침. 희망에 찬 월요일 아침이 왔다. 넥타이만 뺀 정장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1층에 도착하면, 연락을 주기로 한 박 과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몇 분이 지났을까 박과장인 듯한 사람이 나타났다. 큰 눈을 껌벅이며, 수줍은 듯 인사를 건넸다. 캐주얼에 가까운 복장이었다. 그는 정장차림의 나를 신기한 듯 바라보며 슬쩍 웃었다. 호의는 아니었다. '이방인'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에 '얼뜨기 서류쟁이'로 보는 야릇한 느낌까지 더해져 미묘한 생각이 들었다.


내 자리로 안내받았다. 방은 아니지만, 사람 키높이의 가림막으로 3면이 둘러져 있고, 가림막 안에 키 큰 서류보관함과 회의용 테이블도 있었다. 자리에 앉아 있는데, 사람들이 가림막 너머로 출근하면서 나누는 대화들이 들렸다. 확실히 이전 직장과는 다르게 톤이 높았고, 활기에 차 있었다. 갑작스럽게 대화가 잦아들면서 조용해졌다. 하나둘씩 인사를 했다. 한 사람을 향해하는 인사였다. 새직장에서 나의 직속상관이 될 사업부장님이 출근하셨다. 자리에 앉아 눈치를 보고 있는데, 아까 만났던 박 과장이 가림막 안으로 들어섰다.


"실장님, 사업부장님 오셨습니다. 인사드리실래요?"

"네, 그럽시다."


'팀장들은 뭐 하고, 왜 박 과장이란 사람이 직접 말하지? 아직 출근을 안 한 건가? 아님, 전임자를 밀어내고 들어온 낙하산식 인사에 대한 불만인가?' 혼란스러웠다. 내 자리는 사업부장님 집무실을 유리벽 하나로 두고 있었다. 바로 노크를 하고 방에 들어서서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출근했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그리고 잘하겠습니다."

"아. 이실장 출근했어요? 어서 와요...... 박 과장, 나가서 우팀장하고 하팀장 있으면 들어오라 하세요"


"그래, 집은 여기서 먼가? 여의도 보다 시간이 더 걸리던가요?"

"집은 00동입니다. 거리는 23Km로 비슷한데, 지하철 환승 하는데 한참 걸어야 해서 시간은 더 걸렸습니다."

"아,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건가요?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잠시만..."


그는 핸드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어, 나예요. 마팀장? 실장들은 주차공간이 제공되지 않나요? 우리 사업부에 이실장이 새로 왔는데, 안내를 아직 못 받은 것 같아요."

"......."

"아, 이메일이 아직 없구나... 있다가 사람 보내서 안내 좀 해주세요....... 그래 알았습니다."


그는 생색을 내듯이 실장급은 전용 주차공간이 제공되니, 코로나 시기에 지하철보다는 안전한 개인차량 출근이 어떠냐고 했고, 유류비도 정액이지만 지급된다고 했다.


"직무교육은 틈틈이 하도록 하고, 오늘부터 내 모든 회의 일정에 참석해서 듣고, 업무를 익히세요"

"네, 알겠습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괜찮을까요?"

사업부장님, 비서인 듯한 분이 물었다. 아울러 중년 남자 두 명이 들어왔다.


"인사들 해요. 여기는 오늘부터 출근한 이 실장이에요. 000사에서 왔어요. 그리고 여기는 기획팀장인 우팀장, 여기는 전략팀장인 하팀장이에요."

"첨 뵙겠습니다. 이 00 실장이라고 합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집무실에서 나와 수첩을 하나 들고, 다시 들어왔다. 화상회의가 세팅되고 이름 모를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앉았다. 회의 참석자를 대상으로 간단히 내 소개를 했고, 바로 회상 회의가 시작되었다.

회의는 시작부터 사업부장님의 호통이 난무했다. 이전 회사에서는 직접 안건을 수립하고, 사전에 내용을 미리 소통해 왔으므로 어디가 이슈가 될지 미리 알 수 있었다. 여기는 업무도 처음이고, 전후 히스토리(Histroy)를 몰라 전혀 무방비 상태였다. 갑작스러운 호통 소리에 몇 번을 깜짝 놀랐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화면 속 발표자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사업부장님의 호통이 터졌다. 당황스러웠다.


"000 법인장, 너 지금 이게 몇 번째야. 매번 말로만 한다고 하고, 전혀 진척되는 게 없잖아! 이 정도면 회사가 기회를 여러 번 줬다고 생각하는데. 일을 제대로 하는 거냐?"

"네, 전무님. 그게... 고객사에 요청을 했는데, 코로나로 자기들도 어렵다면서, 수용해 주지 않았습니다...."

"사업하라고 했지. 구걸하라고 했냐? 당연히 받아야 할 비용이야. 왜 당당하게 말을 못 해? 그렇게 일할 거면 당장 귀임해. 그게 법인장이냐?"

"우팀장, 인사팀에 연락해서 000 법인장 귀임조치 시켜.... 당장...."


법인장의 임기는 통상 4년이다. 해당 국가에서는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이라 지역사회에서는 명성도 있고, 체면도 있을 것이었다. 또한 함께 간 가족들도 있고, 무엇보다 아이들 학교도 이동해야 한다면, 그리 쉽게 나올 이야기는 아니었다. 법인장이 묵은 과오가 크고, 심각해야 있을 법한 이야기였다. 그래도 회사규정에 정해진 절차를 밟아 진행이 되어야 했다. 속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리 공개석상에서 언급을 하다니, 기업의 조직문화가 놀랍고 신기했다. 어쨌거나 앞으로 모셔야 할 상사인데, 출근 첫날 경험한 회의 풍경에 마음이 심란해졌다. 왜, 전임자가 교체되었는지? 내부 지원자가 없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회의는 잠시 정적이 흘렀고, 누구 하나 나서서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짐작건대, 사업부장의 성정이 실로 대단하신 것 같았다. 전후 사정을 모르기에 나 역시 일단 침묵했다. 해당 법인장은 얼굴이 뻘게 진채로 화상 회의에서 퇴장당했고, 대기 중인 다음 법인으로 보고가 이어졌다.


사업부장님의 회의 일정은 비서분을 통해 받았지만, 법인들의 발표자료는 전달받지 못했다. 이메일을 아직 생성하기 전이었다. 인쇄물이라도 전달받길 원했지만, 기획팀장인 우팀장은 그런 호의는 보이지 않았다. 자료가 아직 오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어떤 설명도 없는 걸로 봐서는 나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전임자가 어떤 설명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쉽고 답답했다.


다음 회의도 귀가 아플 정도로 호통이 나왔다. 사업부장은 작은 체구인데 발성이 탁월했다. 지치지도 않고 고성을 자주 질렀다. 이 분은 화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였다. 법인장들 마다 잘못이 많았는지 소리를 많이 지르셨다. 심란한 마음으로 회의를 듣고 있는데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눈치를 보며 곁눈질로 화면을 확인하다 소스라치듯 놀랐다. 지난주까지 다녔던 회사의 대표 이름이었다. 잠시 망설이다 양해를 구하고 사업부장 집무실에서 나와 옆에 있는 회의실로 들어갔다. 다행히 비어 있었다.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000 대표실입니다. 000 팀장님 맞으시죠? 대표님께서 통화 원하시는데 연결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이팀장? 나야. 이메일을 지금 봤는데, 어디지? 잠깐 차 한잔 할까?"

"아... 저 오늘부터 저 P사로 출근했습니다."

"P사? 왜?"

"지금 광화문에 있습니다. 퇴사했고요. 자매사 전배했습니다."


새로운 사업부장의 과격한 성격에 머리 아파하고 있었는데, 급작스런 전(前) 직장 대표님의 전화라니. 그런데 P사로 전배한 것을 모르신다? 인사담당이 대표님께 보고 했다고 했는데 뭐지? 이 상황은?


"퇴사를 왜하게 된 건데?"

"옹상무가 새로 부임하고, 얼마 안 되어서 저한테 면팀장 시키겠다고 했습니다. 번아웃 때문이라고요. 이해는 안 되었지만, 이미 후임자도 정해 놓은 상황이었습니다. 마침 P사에서 연락이 와서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원하는 스펙에 제가 맞았고, 실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여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구나."

"......"

혹시?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CFO의 사주를 받은 옹상무가 인사담당과 일방적으로 진행한 일인가? 어찌 되었건 나는 이미 퇴사 절차를 마쳤고, 이동했다. 회사대 회사간 협의된 사항이었고,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이미 이동을 한 거네? 지금."

"네. 그렇습니다."

"...........................이동을 했다니까..... 할 수 없네. 건강 잘 챙기고, 성과내서 꼭 임원 승진 해라."

"네, 감사합니다........"


통화는 마쳤다.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영화 '트루먼쇼'가 떠 올랐다. 회의에 복귀하지 못하고 한동안 멍한 상태로 서 있었다. 대표님께 보고 했다는 인사담당의 말과 방금 통화한 대표님의 말은 분명히 달랐다. 두 사람 모두 좋아했던 분들인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다. 혹시 나는 거대한 기만에 내동댕이 쳐진 것인가?

새직장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혼동속에서 시작되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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